'배임수재 뒷돈 파문' KIA 김종국 전 감독-장정석 전 단장 구속영장 기각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됐고, 증거 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수사내용 및 물의를 야기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피의자의 심문 태도, 피의자의 경력, 일련의 후원 과정과 피의자의 관여 행위 등을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춰봤을 때 수수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기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 이일규)는 지난 24일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배임수재란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적용되는 죄목으로,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KIA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약 2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도 입을 열지 않았고, 구치소 이동 이후 9시간 넘게 대기하다가 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장장석 전 단장이 2022년 당시 KIA 소속이던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에게 다년 계약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신고를 받은 뒤 지난해 4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30일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장 전 단장이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국 전 감독의 금품수수도 이때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022년 7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김종국 전 감독이 커피 업체 회장을 만나 수표로 6천만 원을 받았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또한 검찰은 김 전 감독이 돈을 받기 한 달 전 선수단 유니폼에 부착하는 견장 광고를 업체 측에 제안했고, 금품을 건네며 계약 체결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봤다. 실제 이 업체는 2022년 8월 KIA 구단과 후원 계약을 맺고 유니폼 소매 등에 견장 광고를 붙였다. 검찰은 김 전 감독이 장 전 단장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런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KIA 구단은 지난 25일 제보를 받았고, 27일 김종국 전 감독과의 면담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이튿날 김 전 감독에게 직무정치 조치를 내린 뒤 29일 경질을 결정했다. 스프링캠프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KIA로선 더 이상 김 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종국 전 감독은 1996년 프로 데뷔 때부터 2009년 현역 은퇴 때까지 줄곧 타이거즈 유니폼만 입었던 원클럽맨으로,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KIA를 떠나지 않았다. 1군 작전 및 주루코치, 수석코치를 거쳐 2022시즌 제 10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KIA는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22년 5위, 2023년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장정석 전 단장은 2017년부터 3년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을 맡았고, 2년간 해설위원으로 방송 경험을 쌓았다. 2021년 11월 KIA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명가재건을 다짐했지만 2022년 박동원과 다년 계약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계약금의 일부를 요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KIA 구단은 품위손상을 이유로 장 전 단장을 경질했다.
일단 KIA는 이번 조사 결과와 별개로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돌입한 상황으로, 빠른 시일 내로 감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선수단은 30일 1차 스프링캠프 훈련 장소인 호주 캠버라로 출국한 가운데, 당분간 진갑용 수석코치가 선수들을 이끌 예정이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날, 선수단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호주로 향했다.
이적 이후 처음으로 주장직을 맡게 된 나성범은 "캠프는 한 해를 시작하는 행사다. 웃으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하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리 좋게 하려고 해도 분위기가 조금은 어두운 편이다.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니 시즌을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선수들이 너무 고개 숙이진 않았으면 한다.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으면 좋겠다. 선수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 다를 것이다. 흔들리는 선수도 있을 듯해 '너무 동요하지 말자. 우리는 준비한 대로 출발할 것이다. 해온 대로 하자. 시즌 준비 잘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베테랑 투수 양현종은 "선수들이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각오, 목표를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비행기에 타자고 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그런 말이 와닿았을 것"이라며 "(투수들의 경우)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님이 새롭게 오셨기 때문에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당연히 코치님들의 성향이나 성격을 많이 파악했지만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기도 하고 나도 코치님들을 처음 뵙는다.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없잖아 있을 텐데,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하면서 서서히 하나가 돼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고아라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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