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전멸' 우즈벡, 태국 2-1 격파...'개최국' 카타르와 8강전 [아시안컵]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중앙아시아 강호 우즈베키스탄이 태국을 꺾고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8위 우즈베키스탄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113위)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서 2-1로 승리했다. 8강에 오른 우즈베키스탄은 팔레스타인을 꺾고 올라온 개최국 카타르와 맞붙게 됐다.
우즈베키스탄은 조별리그에서 호주, 시리아, 인도와 B조에 편성돼 1승2무를 거둬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태국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키르기스스탄과 F조에 묶여 1승2무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두 팀은 지금까지 11번 만나 우즈베키스틴이 5승, 태국이 6승을 가져갔다. 하지만 가장 최근 경기 전적은 2022년 6월로 우즈베키스탄이 2-0으로 승리했다. 만약 이번 맞대결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이 승리할 경우 이번 대회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탈락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앞서 조별리그에서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가 바레인, 한국, 요르단에 밀려 E조 최하위로 짐을 쌌다. D조에서는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가 이라크, 일본과 함께 16강에 안착했으나 같은 조 베트남은 꼴찌로 탈락했다. 이후 인도네시아가 16강에서 호주에 0-4로 완패해 대회를 마쳤다. 남은 동남아 팀은 태국 뿐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일본 출신 이시이 마사타다 태국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건강한 상황이다. 주장 티라톤 분마탄도 출전 정지 징계에서 복귀한다. 분마탄은 우리 계획의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 경험이 풍부하며 경기장에서 팀원들을 잘 이끌고 있다"라며 "시합에 맞춰 연습 일정도 오후로 바꿨다. 날씨도 점점 따뜻해지고 있어 괜찮다"라고 우즈베키스탄전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우린 수비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 건 긍정적이다. 노력하고 있다"라고 골 결정력 향상을 강조하면서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분석을 완료했다. 세부적인 조율만 남았다. 매우 좋은 팀이고 견고한 수비를 갖추고 있지만 우린 이미 아시아 최강팀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스레치코 카타네츠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태국의 전력을 경계했다. MENAFN에 따르면 카타네츠 감독은 "3, 4일 후에 경기를 하는 게 더 나은지, 아니면 일주일을 쉬고 경기하는 게 나은지 알 수 없다. 경기 휘슬이 울리고 봐야할 것 같다"라며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아직 회복 중이다. 휴식 기간이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태국은 조별리그에서 무실점을 기록했고, 우리에게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태국은 압박도 좋고 공수 전환이 빠르며 조직적이다. 이번 대결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만의 전략을 보게 될 것이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시작해 다른 시스템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린 대비가 돼 있다"라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동남아 팀들은 이번 대회에서 수준이 상당히 올라온 모습을 보여줬다. 태국이 마지막 자존심이었지만 중앙아시아 강호 우즈베키스탄을 넘지 못하면서 모두 전멸했다.
우즈베키스탄은 3-4-3으로 나섰다. 우트키르 유수포프가 골문을 지켰고, 압두코디르 후사노프, 우마르 에쉬무라도프, 루스탐 아슐마토프가 수비를 맡았다. 파루흐 사이피예프, 오스톤 우루노프, 디요르 콜마토프, 오딜존 함로베코프가 중원을 구성했고, 잘롤리딘 마샤리포프, 아보스베크 파이줄라예프와 아지즈벡 투르군보예프가 3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태국은 4-2-3-1로 맞섰다. 파티왓 캄마이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티라톤 분마탄, 판자 헴비분, 엘리아스 돌라, 니콜라스 미켈손이 백4를 형성했다. 위라텝 폼판, 사라흐 유엔이 중원을 이뤘고 파톰폴 차로엔라타나피롬, 워라친 카닛스리밤펜, 룽랏 품찬투엑이 2선에 위치했다. 수파차이 차이디드가 원톱을 맡아 득점을 노렸다.
우즈베키스탄이 좋은 기회를 잡았다. 전반 4분 태국 진영에서 이어진 패스를 끊어낸 후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파이줄라예프를 향해 침투 패스가 들어갔으나 정확히 연결되지 못했다. 파이줄라예프가 1분 뒤 다시 한 번 박스 안 돌파를 시도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태국이 역습에 나섰다. 후반 7분 푸미찬특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아 드리블로 수비 한 명을 제치고 크로스를 올렸으나 수비 몸에 걸리고 말았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돌라가 이마에 정확히 맞혔으나 공은 골대 옆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 13분 우즈베키스탄이 왼쪽 측면을 돌파 후 올린 크로스가 파이줄라예프에게 연결됐고, 파이줄라예프가 볼 경합 중 돌라와 부딪혀 넘어졌으나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우즈베키스탄이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후반 18분 우루노프가 드리블로 태국 수비를 모두 무너뜨린 후 원투 패스를 통해 일대일 기회까지 만들었다. 태국 수비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 마무리만 잘 했다면 득점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마지막 터치가 좋지 않았다. 제대로 트래핑하지도 못하면서 공은 골라인 아웃됐다.
우즈베키스탄이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페널티에어리어 부근 혼전 상황에서 우루노프가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수비 맞고 굴절돼 코너킥이 선언됐다. 전반 22분에는 박스 바로 밖에서 마샤리포프가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골키퍼가 팔을 뻗어 막아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태국 수비가 걷어낸 공을 함로베코프가 하프발리로 때렸으나 옆그물로 향했다.
태국은 우즈베키스탄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역습에 나서려고 해도 패스가 정확히 연결되지 않으면서 하프라인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이 다시 좋은 기회를 잡았다. 전반 26분 우루노프가 태국 수비 2명을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을 때린 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 30분 태국이 오랜만에 우즈베키스탄 진영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롱랏의 드리블 돌파가 수비에 막히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1분 뒤에는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패스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곧바로 역습을 전개한 우즈베키스탄이 콜마토프의 중거리 슛으로 득점을 노려봤으나 골키퍼 품에 안겼다.
전반 32분 태국이 다시 기회를 잡았다. 빠른 원투패스를 통해 우즈베키스탄 수비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에쉬무라도프가 태클로 막아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유수포프 골키퍼가 골문에서 나와 공중볼을 처리하려 했으나 공이 그대로 통과했다. 태국이 공을 잡아 빈 골대에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가 걷어냈다.
우즈베키스탄이 결국 대회 무실점을 이어가던 태국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전반 37분 투르군보예프가 중원에서 콜마토프가 길게 올려준 롱패스를 가슴 트래핑 후 왼발로 때려넣었다. 골키퍼 다리 사이를 통과한 완벽한 득점 장면이었다.
태국도 동점골을 위해 반격에 나섰지만 우즈베키스탄과 피지컬 차이가 너무 극명했다. 공격 상황에서도 우즈베키스탄 수비를 상대로 힘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이 기회를 잡았다. 전반 42분 파이줄라예프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수비 이목을 끈 뒤 뒤로 내주자 콜마토프가 오른발로 크게 감아찼다. 공은 골대 옆을 살작 빗나갔다.
전반 45분 태국의 패스를 차단한 우즈베키스탄의 공격이 시작됐다. 파이잘라예프가 구석을 노리고 찬 왼발 슛 역시 골대를 외면했다. 추가시간 1분이 주어졌고, 우즈베키스탄의 1-0 리드로 종료됐다.
볼 점유율은 우즈베키스탄이 51%, 태국이 49%로 팽팽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주도권은 우즈베키스탄 쪽에 있었다. 슈팅 수 10-1로 크게 앞섰고, 유효슈팅은 4-0이었다. 태국은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기회도 잡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다녔다.
태국이 후반 시작과 함꼐 선수 2명을 교체했다. 파톰폴과 워라친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수파촉 사라차트, 수파낫 무에안타를 투입했다. 후반 2분 사라차트의 침투패스에 이어 롱랏의 슈팅이 나왔지만 수비 몸에 막혔다.
후반 4분 우루노프가 파이줄라예프와 원투패스를 주고 받은 후 오른발로 때렸으나 수비 발 맞고 골문 위로 넘어갔다. 태국 수비수들이 전반전부터 우루노프의 움직임을 전혀 막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태국이 오랜만에 공격에 나서봤으나 우즈베키스탄이 끊어내 역습을 전개했다. 공격수 5명에 태국 수비 4명으로 우즈베키스탄 ㅅ너수 숫자가 더 많은 상황이었지만 패스 선택지가 좋지 못했다. 태국 수비수 미켈손이 빠르게 달려와 차단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후반 11분 태국이 날카로운 침투패스로 우즈베키스탄 수비 뒷공간을 노렸다. 그러나 스피드에서 밀리며 유의미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태국이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일격을 가했다. 후반 14분 스로인에서부터 시작된 공격에서 빠른 패스 플레이로 중원을 허물었고, 교체 투입된 사라차트가 차이디드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먼 거리에서 때린 오른발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우즈베키스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무에안타가 수비 한 명을 앞에 두고 오른발로 때렸다. 하지만 이번엔 세기가 약했다. 골키퍼가 역동작에 걸리고도 슈팅을 잘 잡아냈다.
우즈베키스탄이 다시 앞서나갔다. 후반 20분 2003년생 에이스 파이줄라예프가 수비 한 명을 앞에 두고 때린 오른발 터닝 슛이 골문 구석을 찔렀다. 왼쪽 측면에서부터 시작된 우즈베키스탄의 팀 플레이가 돋보인 골 장면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선수 교체를 통해 흐름을 굳혔다. 우루노프를 빼고 코지마트 에르키노프를 투입했다. 후반 30분 태국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 플레이로 득점을 노려봤지만 우즈베키스탄 수비가 잘 버텼다.
태국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31분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슈팅까지 가져가는 데 성공했으나 머리에 다소 빗겨맞으면서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직후 선수 2명을 교체 투입하며 공격수 숫자를 늘리며 총공세에 나섰다. 우즈베키스탄도 2명을 교체하며 태국의 변화에 대응했다.
후반 40분 태국이 왼쪽 측면에서 완벽한 궤적의 크로스를 올렸으나 수비가 걷어냈다. 재차 올린 크로스도 수비를 뚫지 못했다. 41분에는 태국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반칙을 범한 후사노프는 대회 2번째 경고로 8강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동점골 주인공 사라차트가 키커로 나서 낮게 깔리는 프리킥을 시도했으나 파워가 약해 골키퍼 품에 안겼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7분이 주어졌다. 우즈베키스탄은 남은 시간 굳히기에 들어갔다. 태국은 전원 공격에 나섰으나 득점에 실패했다. 추가시간 3분 코너킥에 이은 돌라의 헤더는 윗그물에 걸렸다. 우즈베키스탄의 2-1 승리로 경기 종료됐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안컵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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