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있어야 할 위치로 가야"…'감독 구속 위기 파문'에도 차분함 유지한 KIA

유준상 기자 2024. 1. 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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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사령탑 없이 스프링캠프를 시작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KIA 타이거즈 선수단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KIA 선수단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호주 캔버라로 출국했다. 스프링캠프 선수단은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으로 구성됐으며, 2024년 신인 선수 중에서는 조대현(영남중-강릉고/1라운드 지명)과 김민주(배명고-강릉영동대/7라운드 지명) 두 명의 우완투수가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IA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가운데, 1차 스프링캠프 이후에는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2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2차 스프링캠프에서는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연습경기 등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KIA 구단은 스프링캠프 출국을 하루 앞둔 29일 김종국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 김 감독은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며, KIA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김 감독에 대해 품위손상행위라고 판단하면서 계약해지 결정을 내리게 됐다.

김종국 감독은 최근까지도 구단에 이러한 내용을 전하지 않고 있었고, KIA는 제보를 통해 김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KIA는 김 감독에게 더 이상 지휘봉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스프링캠프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종국 감독을 해임한 뒤 사과문을 발표한 KIA는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타이거즈 팬과 KBO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 팬, 그리고 KBO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며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통해 즉시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돼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오전 10시 30분에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12시 23분께 마무리됐다. 구치소로 이동한 두 사람은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30일 밤에 결정된다.

사령탑 없이 공항에 도착한 선수들의 표정은 대체로 어두운 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의 사기가 완전히 꺾인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가을야구라는 목표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가 확고했다.


KIA 이적 이후 처음으로 선수단 주장을 맡게 된 나성범은 "캠프는 한 해를 시작하는 행사다. 웃으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하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리 좋게 하려고 해도 분위기가 조금은 어두운 편"이라면서도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니 시즌을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너무 고개 숙이진 않았으면 한다.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으면 좋겠다"며 "선수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 다를 것이다. 흔들리는 선수도 있을 듯해 '너무 동요하지 말자. 우리는 준비한 대로 출발할 것이다. 해온 대로 하자. 시즌 준비 잘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나성범은 책임감이 더 커진 만큼 코칭스태프와 끊임없이 소통할 계획이다. 그는 "감독님이 안 계시기 때문에 진갑용 수석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코칭스태프와 제대로 미팅하지 않아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다. 호주로 넘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려 한다"며 "코치님들께서 선수들이 야구 열심히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으면 한다. 선수들, 코칭스태프마저 가라앉는다면 팀이 안 좋은 길로 갈 것이라 본다. 모두가 빨리 분위기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나성범은 "모든 선수가 천천히, 하나씩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훈련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지난해 하체 쪽 부상이 많았기 때문에 하체 부분에 더 신경 써서 운동했다. 팀 성적은 혼자 잘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선수가 다치지 않고 꾸준히 잘해야만 결과를 낼 수 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부상 없는 시즌을 다짐했다.

또 다른 베테랑 선수인 양현종의 생각도 비슷하다. 양현종은 "선수들이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각오, 목표를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비행기에 타자고 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그런 말이 와닿았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KIA 마운드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양현종은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님이 새롭게 오셨기 때문에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당연히 코치님들의 성향이나 성격을 많이 파악했지만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기도 하고 나도 코치님들을 처음 뵙는다"며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없잖아 있을 텐데,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하면서 서서히 하나가 돼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양현종은 "외국인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가지 않고 오랫동안 던졌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많이 이기는 것보다, 또 강속구를 던지는 것보다 이닝만 길게 가져간다면 나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너무 고마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을야구 경험이 많은 베테랑도 젊은 선수들 못지않게 간절하다. 양현종은 "팀이 전력을 정상적으로 가동한다면 분명히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거라고 확신하고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선수들도, 팬분들도 기대하고 있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더 추운 날에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건강을 강조했다.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젊은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IA 불펜의 한 축을 맡아야 하는 정해영은 "원래 열심히 했지만, 올핸 좀 더 신경 써서 불펜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KIA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의 시즌 목표가 우승일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부상 없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상을 향해 차근차근 올라갔으면 한다"고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프로 입성 이후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내야수 김도영은 "많이 적응하면서 편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캠프를 통해 많이 배우고 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풀타임으로 뛰는 걸 목표로 잡았고, 규정타석 진입과 함께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싶다"며 "항상 팬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 우리 팀이 있어야 할 위치로 가야 하지 않을까. 원하는 순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로 프로 2년 차인 좌완 영건 윤영철은 "어리다 보니까 팀보다는 내가 할 걸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한다. 선수들끼리 '우리는 우리 할 거 하자'고 했다. 지난해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캠프에 가는 것 같다. 몸을 잘 만들어서 시즌을 준비하려고 한다"며 "새로운 구종을 완성하는 게 첫 번째인 것 같고, (피치 클락에 대비하기 위해)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선수들은 팬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받으면서 출국 수속을 마쳤다. 분위기 수습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 KIA의 여정이 시작됐다.

사진=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 서울중앙지법, 고아라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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