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221% vs 상폐…ETN의 빛과 그림자 [MONEY STOCK & BOND]
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ETN의 순자산총액을 나타내는 지표가치총액이 1년 사이 4조원 이상 증가하며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증권사들도 다양한 상품을 줄줄이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열심이다. 다만 인버스나 레버리지 등 일부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의 변동에 따라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증권사 점유율 지각변동
지난 10년간 ETN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ETN 시장 지표가치총액은 13조8467억원으로 1년 전(9조7405억원)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상장 종목 수도 375개로 전년 대비 9개 늘었다. 시장 규모가 커지자 증권사들도 다양한 상품을 발행하고 투자자 잡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증권사들은 글로벌 고금리 기조에 맞춰 금리와 통화 연계형 상품을 앞세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통화와 채권 종목 수는 전년 대비 각각 16종목, 11종목 늘었다. 기존에 없던 금리 관련 상품도 6종목이 신규 상장했다.
지난해 4월 상장한 메리츠증권의 ‘메리츠 KIS CD금리투자 ETN’은 지난 1월 23일 기준 지표가치총액 5462억원을 기록하며 규모 면에서 전체 ETN 종목 중 3위로 올라섰다. KIS자산평가에서 산출하는 KIS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투자 총수익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CD 91일물 금리 성과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가격 변동성이 작은 단기 금리를 추종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연 3%대 이자수익을 매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이다.
이와 유사하게 KIS CD금리투자 총수익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NH투자증권의 ‘QV KIS CD금리투자 ETN’과 한국투자증권의 ‘한투 KIS CD금리투자 ETN’도 지표가치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들었다. 각각 지표가치총액은 5153억원, 3092억원이다. 두 종목 모두 지난해 4월 비슷한 시기에 상장했다.
금리형 상품에 많은 자금이 유입됐지만, 거래가 활발한 상품은 인버스 상품이다.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올해 1월 23일까지 3개월간 누적 거래 대금이 가장 큰 상품은 삼성증권의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누적 거래 대금은 약 2조7270억원에 달한다. 2~3위도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이 차지했다. 2위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은 누적 거래 대금 1조3548억원, 3위 한국투자증권 ‘한투 인버스 2X 코스닥150선물 ETN’은 8984억원이다. 삼성증권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C’와 신한투자증권 ‘신한 인버스 2X 코스닥 150 선물 ETN’이 뒤를 잇는 등, 지난해 ETN 시장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상품은 모두 인버스 상품이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1년간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레버리지 상품이 순위권에 다수 포진했다.
기초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 특성상 다른 상품보다 수익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 기간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221%로 집계된 KB증권의 ‘KB 레버리지 FANG 플러스 ETN(H)’이다. KB증권의 ‘KB 레버리지 나스닥 100 ETN’과 한국투자증권의 ‘한투 레버리지 나스닥 100 ETN’도 각각 133%, 13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3~4위에 올랐다. 수익률 2위는 곱버스(인버스 2배) 상품인 하나증권의 ‘하나 Solactive 2X US Tech Top 10 ETN(H)’이 184%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금리형 상품의 경우 투자자들이 자금을 넣어놓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반면, 인버스나 레버리지 상품은 보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거래 대금이 많고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상품이 다양해지며 투자자 선택권이 늘었다는 점이 ETN 시장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고금리 기조에 따라 금리와 통화 연계형 상품이 다수 상장하면서 시장 저변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특히 기존에 없던 금리 상품이 6종목 신규 상장하고, 엔·유로·위안 등 통화 상품이 증가하는 등 투자 대상이 다변화한 점이 최근 ETN 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인버스·레버리지 등 손실 우려
시장 규모는 확대됐지만 상장폐지된 종목 역시 많다는 점은 투자자에게 불편한 소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폐지된 ETN 종목은 총 73개로 1년 전(27개)보다 2.7배 늘었다. ETN 시장이 열린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투자자 관심을 받으며 상장했으나 점차 외면받은 종목들이 대거 시장에서 사라졌다. ‘신한 에프앤가이드(FnGuide) 치킨 ETN’ ‘신한 FnGuide 폐기물처리 ETN’ ‘신한 FnGuide 메타버스 ETN’ 등이 모두 상장폐지된 신한투자증권이 특히 눈에 띈다. 3종목 모두 국내 최초 타이틀을 따내며 투자자 기대 속에서 상장했지만 결국 상장폐지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최근에는 홍콩 증시 급락으로 관련 ETN이 상장폐지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삼성증권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은 지난 1월 22일 지표가치가 986원까지 내려가면서 조기 청산 사유가 발생해 거래 정지됐다. 홍콩 증시가 급락한 탓에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ETN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삼성 레버리지 HSCEI ETN(H)’도 조기 청산 위기에 처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 17일부터 4거래일 연속 조기 청산 사유 발생 가능성에 따른 투자 유의를 공시했다.
특히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의 경우, 기초지수 변동에 따라 손실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TN은 선물이나 원자재 등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상당히 요구되는 상품이다. ETF와 달리 운용사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증권사는 인력의 개별 역량이나 관리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런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투자해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일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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