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올해는 상장 성공? 증시에서 시총 6~7조원 인정받는 게 관심
지난해 2월 상장을 추진했다 철회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이하 케뱅)’. 전열을 정비하고 최근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공식 천명했다. 1월 중순 케뱅 이사회는 IPO 추진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다. 케뱅은 연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지정감사인 신청,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1000만 고객 눈앞
지난해 상장 철회를 한 결정적인 배경은 뭘까.
케뱅 경영진은 지난해 분위기가 케뱅이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시장이 인정하지 않자 상장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케뱅은 초기 투자자, 시리즈B, 프리IPO 투자자 등이 자본 확충 때마다 참여하면서 상장하면 최소 시가총액 7조원 이상은 가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시장에서 판단한 기업가치는 4조원 이하였다. 지난해 2월 주식 시장이 얼어붙기도 했거니와 금융주들이 한결같이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케뱅은 출범 4년 만인 2021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 후 매년 흑자 구간에 진입하며 순항하고 있다. 2021년에만 당기순이익 224억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당기순이익 836억원을 달성, 전년 대비 272% 늘렸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3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수신 잔액은 2020년 말 3조75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9조600억원으로, 여신 잔액은 2조9900억원(2020년 말)에서 같은 기간 13조84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고객 수도 우상향곡선을 그렸다. 2017년 4월 출범 후 만 2년 만인 2019년 4월 고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2년 사이 400만명이 몰리면서 2021년 5월 500만명을 찍고 지난해 8월 고객 9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고객 수는 953만명으로 조만간 1000만 고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물론 출범 초창기에는 은산분리 규제,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자본 확충이 더뎌 빠른 성장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주주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은행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특히 종전 은행권이 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때 케뱅 전략의 핵심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제휴’와 ‘스피드’다.
특히 2020년 6월 케뱅의 운명을 바꿔놨다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제휴를 시작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손잡고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것. 올해 기준 4년째 제휴를 유지하고 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었다는 상징성 외에도 실제 업비트 분수 효과는 컸다. 코인 시장 활황에 힘입어 케이뱅크 고객 수는 2021년 한 해 동안 219만명에서 717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뿐 아니라 업비트도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3위에서 80~9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올라서면서 시너지 효과가 본격 나타났다.
제휴 전략은 신용카드, 증권 쪽에서도 먹혔다. 올 1월 기준 BC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등과 제휴해 신용카드를 운영 중이다. 증권 주식계좌 개설이 가능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까지 총 6개사다.
인터넷전문은행답게 차별화된 상품을 ‘빠르게’ 내놓는 데도 발군이다. 2020년 8월 국내 최초로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대환대출, 생활안정자금)을 내놓은 이후 2022년 10월 신규 구입자금대출도 취급하면서 아담대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2021년 8월에는 100% 비대면 전세대출과 청년전세대출을 출시하며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을 확대했다. 지난해 3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고정금리형 전세대출을 선보이며 고객 선택권을 넓혔다.
2022년부터 기업대출 시장에 진출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해 5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신용보증재단과 손잡고 개인사업자를 위한 100% 비대면 ‘사장님 보증서대출’을 시작했고 9월 ‘사장님 신용대출’, 12월 ‘사장님 희망대출’ 등을 내놨다. 이런 성과가 인정을 받으면서 2022년 유가증권 시장 상장예비심사까지는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추진했던 상장은 채 마무리 지어지지 못한 채 날개가 꺾였다.
상장 재도전 이유는?
BIS비율 정체…자본 확충 필요
1년 만에 재도전.
업계에서는 케뱅의 자본 확충 이슈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은행은 탄탄한 자본이 있어야 이를 담보로 외부에서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때 보는 지표가 BIS자기자본비율이다. 이 수치는 은행의 청산 능력, 다시 말해 은행이 잠재적으로 떠안고 있는 위험가중자산을 자기자금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이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안전할뿐더러 자금 조달 능력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케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BIS자기자본비율은 13.91%. 전년 동기 14.51%에 비해 뚝 떨어졌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요인은 대출 증가다.
은행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여신, 즉 대출이다. 케뱅은 태생이 인터넷전문은행이라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대출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 초창기에는 다소 이와 관련한 실적이 부진했지만 매년 국정감사에서 ‘설립 취지를 준수하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점차 관련 대출을 늘렸다. 지난해 연말 기준 인터넷은행별 중저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1%, 케뱅 32%, 토스뱅크 44%다. 이 수치는 은행의 전체 가계 신용대출 잔액에서 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KCB 860점 이하)에 대한 대출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케뱅은 지난해 11월 말 28.1%까지 끌어올렸으나 당국 목표치를 채우는 데는 실패했다. 당국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대출을 더 늘려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BIS자기자본비율이 낮아졌다. 결국 상장에 성공해 자본 확충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케뱅은 MBK, 베인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와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만약 상장이 불발되면 2026년 7월부터 10월까지 약 3개월간 행사할 수 있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도 제공했다. 약속 기한까지 상장이 안 되면 케뱅 최대주주인 BC카드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거나 합의한 조건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장해야 지분 매각을 피할 수 있다. 케뱅이 상장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다.
지난해 4조 대비 기업가치 50% 이상
결국 시선은 케뱅 몸값으로 쏠린다. 상장 재도전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얼마로 책정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단순 계산으로도 지난해 2월 대비 케뱅이 기업가치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순자산에서 비교기업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만 적용해도 기본 기업가치가 나오는데 지난해 3분기 케뱅 순자산이 1조8730억원이다. 이미 상장돼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PBR은 2.28~2.5배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이를 적용하면 4조2500억원대에서 4조4000억원대가 된다. 여기에 더해 업계 비교그룹을 외국계 인터넷전문은행 티어(선두 주자) 그룹까지 포함시키면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결국 상장 추진 당시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공모가는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에서 확정된 비율이 직전연도 54%에서 77%로 높아졌고 올해는 투자 심리가 호전되면서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가상자산 시장 개선 등의 여파로 케뱅이 적어도 지난해 상장 추진 당시 가치보다 50%에서 70% 이상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조심스레 제기되는 분위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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