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R&D ‘투톱’ 송창현·양희원 사장, 이전 차는 잊어라…미래차 특명전권대사 [CEO 라운지]
최근 현대차그룹이 기능별로 분산돼 있던 연구개발(R&D) 조직을 통합, 재편했다.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반 AVP(미래차플랫폼)본부와 내연기관 양산차 중심 R&D본부 등 ‘투톱’ 체제로 탈바꿈했다. 기능별로 분산돼 있던 연구개발 조직을 한데 모아 수평 조직으로 배치해 소프트웨어, 내연기관 간 연구개발 통합 역량을 제고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최근 조직 개편에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집할 AVP본부 수장으로 송창현 사장(56)이, 양산차 중심 R&D본부장으로 양희원 신임 사장(61)이 각각 낙점됐다. 양 사장은 AVP본부 수장 송창현 사장과 투톱 체제를 이룬다. AVP본부와 R&D본부가 ‘원팀’으로 소프트웨어 혁신·하드웨어 플랫폼 양산을 아우르는 구조다.
송 사장은 1968년생 대구 출신으로 미국 퍼듀대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이력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이 있다. 2008년 네이버에 합류한 후 네이버 CTO(최고기술책임자)와 네이버랩스 최고경영자(CEO)를 거쳤다. 네이버에서 딥러닝,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총괄했다.
송 사장은 모빌리티 스타트업 포티투닷(옛 코드42)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현대차그룹 사장급 본부장으로 활약 중이다. 외부 스타트업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인 현대차에 합류한 뒤 핵심 조직 수장을 맡은 것은 국내외를 돌아봐도 이례적이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송 사장이 사실상 모빌리티 전략 실권을 쥔 ‘미래 권력’으로 분류된다. 송 사장은 수년 전 정의선 회장과 논현동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과 모빌리티 혁신 트렌드에 대한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눈 뒤 전폭적인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양희원 사장은 내연기관 연구개발 분야 베테랑이다. 1963년생으로 인하대를 졸업한 양 사장은 설계, 보디, 제품통합개발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자동차 플랫폼 개발과 설계, PM(프로젝트 매니저) 경험으로 차량 개발 전 과정을 깊숙이 경험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현대차·기아 TVD·제품통합개발담당 부사장 등을 거친 이력으로 통합 연구개발 조직의 한 축을 맡게 됐다는 평가다.
양 사장은 2022년 제품통합개발담당 부사장 시절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 개발 방향성과 성과를 점검하는 등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소프트웨어의 차량 접목과 이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차량 개발 등을 경험했기에 송 사장과 함께 통합 연구개발 조직을 이끌 파트너로 낙점됐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개발 조직 재편이 이뤄지기까지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말 김용화 기술총괄책임자(CTO·사장)가 임명 6개월 만에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게 단적인 예다. 그룹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개발·대응 역량이 경쟁사 대비 뒤처진다는 정의선 회장 인식이 연구개발 조직 재편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정 회장의 이런 인식은 일련의 공개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초 정 회장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자동차’로 전환하겠다”며 그룹 비전이 ‘SW 중심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남양연구소와 판교 선행기술원 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고 내연기관 조직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조직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기여한 것은 내연기관 조직인데, 비용 지출만 많은 소프트웨어 조직을 우대하는 듯한 행태에 적잖은 불만이 쌓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올 1월 신년사와 미국 ‘CES 2024’에서 정 회장이 소프트웨어 역량이 탐탁지 않다고 연이어 지적한 것에는 내연기관·소프트웨어 조직 간 갈등으로 협업이 가로막혔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송창현·양희원 두 사장은 현대차그룹 연구개발 관행과 기존 개발 프로세스를 재구조화(Reconfiguration)하고 협업 체제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SDV 시대 소프트웨어와 내연기관 시대 소프트웨어가 갖는 위상과 역할은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종속된 구조로, 신차종 개발 시 기존 소프트웨어는 무용지물이었다. SDV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핵심 역량(Core Capabilities)이다. SDV는 반도체 수천 개를 탑재한 바퀴 달린 거대한 스마트폰에 가깝다. 하드웨어가 바뀌더라도 단일 소프트웨어로 차량 주요 기능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소프트웨어가 주행 성능을 비롯해 각종 기능, 품질까지 규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SDV의 핵심이다.
결국 공용 플랫폼 기반 양산 차종에 소프트웨어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 프로세스 복잡도를 대폭 낮추는 게 두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내연기관과 모빌리티 진영 사이 갈등과 긴장을 조율하고 서로 다른 혁신의 흐름을 통합하는 것도 두 사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전문가들은 내연기관과 모빌리티 산업의 연구개발 풍토가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에는 ‘내실 경영’ ‘품질 경영’이 화두였다. ‘품질에 실패한 경영진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일관된 인사 메시지였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연구개발은 효율성(Efficiency)에 기반한 점진적(Incremental) 기술 개발을 지향해왔다. 현대차그룹 임원을 지낸 A씨는 “기계공학, 설계 출신이 즐비한 남양연구소에서는 연구원 사이 위계질서가 강하고 결함이나 오류를 납득하지 못하는 정서가 뿌리 깊다”고 돌아봤다.
모빌리티 산업 속성은 전혀 다르다. 모빌리티 연구개발 조직에서는 오류와 실패 그 자체를 제품 개발 프로세스로 보는 성향이 짙다. 모빌리티처럼 단절적 기술 변화가 수시로 빚어지는 분야에서는 직접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Learning by doing’이 제품 개발에 더욱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결국 두 사장은 현대차그룹 SDV 전환 가속을 위한 소프트웨어·플랫폼 개발에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고객 맞춤형 차량인 PBV도 SDV 형태로 개발된다. 현대차그룹은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미래항공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AAM), PBV, 로보택시, 로봇 등과 상호 연동해 사용자 경험 연계성을 확보하고 관련 주행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게 중장기 전략이다.
이무원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내연기관 연구조직 구성원들이 모빌리티 연구조직의 성공과 직무·보상 체계를 어떻게 보는지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모빌리티 연구조직 성공이 내연기관 연구조직 구성원에게도 성취감으로 돌아가는 문화와 보상 체계를 마련해 고몰입(High Commitment) 조직을 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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