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추도비' 철거하는 日군마현…정부 "필요한 소통 할 것"
정부가 일본 군마현(群馬県) 당국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에 착수한 것에 대해 "앞으로도 일본 측과 필요한 소통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군마현이 추도비를 철거하는 것은 역사 왜곡을 돕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본 언론에서도 나왔다'는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군마현 당국은 전날부터 일본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인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상호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4월에 세웠다. 비석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앞면에 적혀있고,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문구가 뒷면에 새겨져 있다.
그러나 군마현 당국은 2012년 당시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시민단체 소속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문제 삼아 설치 허가의 갱신을 거부했다. 일본 시민단체는 군마현의 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 최고재판소가 해당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2022년에 확정했다.
일본 내에서도 군마현 당국의 추도비 철거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급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폭거"라며 "즉시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도 철거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헌법학 교수의 발언을 보도했다. 지난 26일에는 추모비 존치를 요구하는 예술가들이 시민 4300명 분의 서명을 모아 군마현에 제출한 바 있다.
외교부는 이 사안과 관련해 "일본 내 상황과 사안의 성격 등을 고려해 양국 간 우호 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일본 정부도 관련 입장 표명을 회피하는 분위기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지자체의 결정 사항이며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안"이라며 "정부로서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추도비가 이번에 철거되더라도 향후 적절한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시민단체와 의견차가 있지만 군마현 측에서는 적절한 대체 부지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 후 주한대사 중에서 처음으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접견하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조 장관과 골드버그 대사는 긴밀한 한·미 공조와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동시에,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견인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또 한·미가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러 군사협력에 계속 엄정히 대처하자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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