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나성범이 선수들에게 "동요 말고, 고개 숙이지 말고, 야구하자" [현장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1. 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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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최원영 기자) 선수들까지 흔들려선 안 된다. 그래서 주장이 입을 열었다.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캔버라로 향했다. 사령탑 없이 캠프를 맞이한다.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등 혐의로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조사받고 있기 때문이다. 진갑용 수석코치가 대신 캠프를 지휘한다.

주장 나성범의 마음도 무겁다. 나성범은 출국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전혀 몰랐다. 그 건에 대해 선수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감독님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며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니 시즌을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솔직한 속마음도 내비쳤다. 나성범은 "캠프는 한 해를 시작하는 행사다. 웃으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하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돼버렸다. 아무리 좋게 하려 해도 분위기가 조금은 어두운 편이다"며 "새 감독님으로 어떤 분이 오실진 모르지만 최대한 빨리 오셔서 팀이 다시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안 계시기 때문에 진갑용 수석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코칭스태프와 제대로 미팅하지 않아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다. 호주로 넘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려 한다"며 "코치님들께서 선수들이 야구 열심히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으면 한다. 선수들, 코칭스태프마저 가라앉는다면 팀이 안 좋은 길로 갈 것이라 본다. 모두가 빨리 분위기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단 미팅을 통해 강조한 것이 있다. 나성범은 "선수들이 너무 고개 숙이진 않았으면 한다.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으면 좋겠다"며 "선수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 다를 것이다. 흔들리는 선수도 있을 듯해 '너무 동요하지 말자. 우리는 준비한 대로 출발할 것이다. 해온 대로 하자. 시즌 준비 잘하자'고 이야기했다"고 귀띔했다.

고참들이 힘을 합쳐 중심을 잡아야 한다. 나성범은 "아직 고참들끼리 다 같이 모여 이야기한 적은 없다. 호주에 가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헤쳐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KIA에서 주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C 다이노스 소속이던 2019년 캡틴 완장을 찼으나 그해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23경기에만 나섰다. 나성범은 "주장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똑같이 준비할 것이다"며 "어려움을 겪는 선수가 있으면 도움 되는 말을 해주고, 선수단에게 한마디 해야 할 때는 하는 주장이 되려 한다. 선수들을 대변해 코칭스태프와 소통도 잘 해내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팀이 처지지 않게, 항상 밝게 유지하려 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 모두 잘할 수 있도록 파이팅을 열심히 불어넣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KIA는 지난해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나성범은 "모든 선수가 천천히, 하나씩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훈련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며 "지난해 하체 쪽 부상이 많았기 때문에 하체 부분에 더 신경 써서 운동했다"고 설명했다.

나성범은 "팀 성적은 혼자 잘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선수가 다치지 않고 꾸준히 잘해야만 결과를 낼 수 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수치적인 목표는 없다. 나성범은 "2019년 크게 다치고 난 뒤부턴 매년 그저 아프지만 말자고 생각한다. 야구 그만둘 때까지 건강하게 뛰는 것이 목표다"고 힘줘 말했다.

양현종도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스프링캠프를 치르러 가야 하기 때문에 캠프를 잘 준비하려고 생각 중이다"고 밝혔다.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대신 심재학 KIA 단장이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캠프를 떠나는 선수들에게 격려를 건넸다.

양현종은 "단장님께서 선수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우리에게 죄송하다고 먼저 말씀하셨다. 선수들에게 '크게 생각하지 말고 시즌만 잘 준비하자'고 하셨다. 이번에 새롭게 주장으로 선임된 (나)성범이도 선수들에게 씩씩하게 하자고 주문했다"며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각오, 목표를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비행기에 타자고 했다. 선수들에게도 그런 말이 와닿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솔직히 스프링캠프 초반에는 감독님이 나설 상황이 많지 않다. 선수들이 몸을 만들고 좋은 컨디션 속에서 경기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기만큼은 선수들에게 많이 맡기곤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의 빈 자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건 아직 좀 급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9일 밝혔다.

배임수재는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김 전 감독은 KIA 구단 후원사 중 하나인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선수와 다년계약 논의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의혹으로 경질됐던 장 전 단장 역시 이 커피 업체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가 추가됐다.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30일 영장실질 심사를 받았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장 전 단장이 2022년 당시 KIA 소속이던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에게 다년 계약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신고를 받은 뒤 지난해 4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수사는 2023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이후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1월 30일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장 전 단장이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추가로 포착됐고, 김 전 감독이 연루된 것도 함께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KIA 구단은 지난 25일 김 전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27일 김 전 감독과 구단 프런트 고위층의 면담 자리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최종 확인을 마쳤다.

KIA는 김 전 감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오는 31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를 이끌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혐의가 명확하게 입증된 단계가 아닌 만큼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렸다. 김 전 감독이 혐의를 벗는다면 다시 지휘봉을 잡을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이후 지난 29일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가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감독이 30일 영장실질 심사까지 받게 되자 구단은 신속하게 결단을 내렸다.

KIA 구단은 29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국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김종국 감독이 현재 '배임수재'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김 감독이) 품위손상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구단은 사과문을 통해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팬과 KBO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 팬, 그리고 KBO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한다. 과오를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다.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돼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수장은 없지만, KIA 선수단은 하나로 뭉쳐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사진=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 서울중앙지법, 고아라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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