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보다 더한 규제국가” 과잉 입법에 산업계 ‘발목’

김혜원 2024. 1. 3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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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저성장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각종 규제는 법률에 근거를 두는데 한국 국회는 세계 주요국에 비해 과잉 입법 관행이 과도하다.

국회발 과잉 규제는 한국의 국가경쟁력도 후퇴시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규제 후진국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 같은 과잉규제가 국가경쟁력 전반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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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저성장에 직면해 있다. 1990년대 연평균 8%대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최근 5년간 2%대 초반으로 고꾸라졌다. 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기업 규제다.

최근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중복·과잉 입법으로 꼽힌다. 이 법은 기존 형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과 대부분 조항이 겹친다. 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무분별한 ‘특별법’ 방식의 규제 양산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각종 규제는 법률에 근거를 두는데 한국 국회는 세계 주요국에 비해 과잉 입법 관행이 과도하다. 회기 종료를 앞둔 21대 국회의 발의 법안 수는 처음으로 연평균 7000건을 돌파했다. 얼핏 보면 열심히 일하는 국회로 비치지만 규제영향분석 적용을 받지 않는 의원 입법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정 집단의 표를 의식한 규제법안이 상대적으로 간소한 의원입법 절차를 통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30일 한국무역협회가 한국규제학회와 공동으로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제출 건수는 2만560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의원 발의 법안 건수는 2만4785건으로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정부안은 823건에 불과했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규제 신설·강화 내용을 포함하는 의원 발의 법안은 166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과 비교하면 입법과잉의 체감도를 실감할 수 있다. 비슷한 기간 영국과 일본에서 연평균 의원 발의 법안의 통과 건수와 비교하면 한국 국회는 최소 100배 이상 많다. 한 예로 일본의 경우 연평균 200여건의 법안을 발의하는데 의원 입법이 130여건이며 법률에 반영되는 건수는 20여건에 그친다.

국회발 과잉 규제는 한국의 국가경쟁력도 후퇴시키고 있다. 2022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기업여건은 전체 63개국 중 48위에 그쳤다. 특히 규제 강도를 나타내는 법률 및 규제체계 부문은 최하위권인 59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규제 후진국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 같은 과잉규제가 국가경쟁력 전반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부족, 낮은 연구·개발(R&D) 효율성 등도 산업 경쟁력 강화의 걸림돌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비해 과도한 규제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로 단기간에 개선될 수 있다.

정만기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중국 고위 관계자로부터 ‘한국은 산업 규제 측면에서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규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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