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산불’ 잡는 대형 수조…진화 헬기 10대 몫 거뜬히

이정헌 2024. 1. 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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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낮 12시12분 서울 노원구 수락산(해발 637m) 인근 축구 경기장에는 간이 수영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수조 하나가 놓여 있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는 이날 서울시 등과 함께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인근에서 "수도권 산불 대응을 위한 '이동식 저수조'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수도권 산불 진화 훈련은 지상에 설치된 '이동식 저수조'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에 산림청과 서울시는 수도권 산불 대응을 위해 지난해 10월 '이동식 저수조'를 설치할 전초기지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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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헬기 KA-32가 30일 낮 12시12분 서울 노원구 수락산 인근 '이동식 저수조' 위에 머무르며 물 3000ℓ를 급수하는 모습. 산림청 제공

30일 낮 12시12분 서울 노원구 수락산(해발 637m) 인근 축구 경기장에는 간이 수영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수조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얼마 뒤 북동쪽 상공으로부터 산림 헬기 KA-32(일명 카모프)가 굉음을 내며 모습을 드러낸 후 수조로 향했다.

수조 위에 아슬하게 떠있던 헬기는 불과 46초 만에 물 3000ℓ를 빨아들였다. 곧장 산불 훈련 지역으로 날아간 헬기는 3초 만에 저장해둔 물을 모두 쏟아냈다. 축구장 크기 절반보다 넓은 4400㎡ 면적이 비가 온 듯 축축해졌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는 이날 서울시 등과 함께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인근에서 “수도권 산불 대응을 위한 ‘이동식 저수조’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수락산 산불을 가정해 유관기관 인력 50여명을 동원한 공중·지상 진화 작전이다. 산림·소방 헬기를 동원한 공중 요원은 수락산 주불을 진화하고, 지상 요원은 잔불을 정리하도록 역할을 부여했다.

산림청 소속 KA-32 헬기가 서울 수락산 위에서 산불 진화 훈련을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이정헌 기자


이날 수도권 산불 진화 훈련은 지상에 설치된 ‘이동식 저수조’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4만ℓ용량의 초대형 저수조는 산불 진화 공중·지상 요원들을 위한 ‘수원(水原)’이자 ‘댐’이다. 산림 헬기가 신속하게 급수할 수 있게 돕고, 분당 30ℓ를 뿜는 고압 펌프에 물을 공급해 소화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규격(33.5m×33.5m)만 되면 어디라도 설치 가능하고, KA-32 헬기 기준으로 10번 이상 공중 진화가 가능하다. 고기연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본부장은 “이동식 저수조 1개가 헬기 10대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동원된 이동식 저수조는 지난해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인왕산 산불’ 이후 확대 도입됐다. 지난해 4월 2일 오전 11시53분쯤 인왕산 6부 능선에서 발생한 산불은 축구장(7140㎡) 21개 면적에 달하는 임야 15.2㏊(헥타르)를 태운 뒤에야 진화됐다.

서울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대 규모로, 수도권 산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헬기 진화에 필요한 담수거리가 멀어 산불 진화가 지체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조창호 공중진화팀장은 “수도권 산불은 규모와 관계없이 위험도가 높은 재난으로 분류된다”며 “규모가 작더라도 산불로 인한 시설 피해, 인명 손실 등 2차 피해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2022년 3월 울진 산불 당시 산림헬기가 진화를 위해 물을 투하하는 장면. 산림청 제공


현재 서울 시내엔 산불 진화에 필요한 담수원이 한강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다. 이날 훈련이 이루어진 수락산에서 가장 가까운 담수원은 경기도 양주의 홍복저수지로 9.3㎞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이날은 얼어붙어 급수 자체가 불가능했다.

수락산과 한강의 직선거리도 15㎞에 달한다. 카모프 헬기의 최대 속도(230㎞/h)로 단순 계산해도 각각 왕복 7분, 10분 가량 소요된다. 수락산에서 3㎞ 떨어진 곳엔 중랑천이 있지만, 개천은 수심이 일정치 않은 데다 헬기 하강풍에 따른 인명 피해가 우려돼 이용이 제한된다고 한다.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이 이동식 저수조에 물을 채워넣기 위해 작업하는 모습. 이정헌 기자


이에 산림청과 서울시는 수도권 산불 대응을 위해 지난해 10월 ‘이동식 저수조’를 설치할 전초기지를 확보했다. 현재 서울 산불 진화에 필요한 취수원·담수지는 한강을 비롯해 강북 일대 5곳이다. 강남 지역은 한강을 담수원으로 활용하고 강북 지역은 연세·고려·성균관·덕성여자대학교, 수락산스포츠센터를 ‘이동식 저수조 설치 공간’으로 선정했다.

현재 서울에 구비된 ‘대형 이동식 저수조’는 총 5개(산림청 1개, 서울시 4개)다. 고 본부장은 “최근 산불은 대형화, 전국화, 연중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산림청과 전국 지자체에 이동식 저수조 77개가 보급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림청은 오는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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