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없이 캠프행' KIA 베테랑 양현종…"선수들 고개 숙이지 않았으면" [현장인터뷰]

유준상 기자 2024. 1.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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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가 사령탑의 공백 속에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그만큼 주장 나성범과 함께 팀을 이끌어야 하는 베테랑 투수 양현종의 책임감이 크다.

KIA 구단은 스프링캠프 출국을 하루 앞둔 29일 김종국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 김 감독은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며, KIA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김 감독에 대해 품위손상행위라고 판단하면서 계약해지 결정을 내리게 됐다.

KIA는 김종국 감독 계약해지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단은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타이거즈 팬과 KBO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 팬, 그리고 KBO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며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통해 즉시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돼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단장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고, 오전 10시 30분에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12시 23분께 마무리됐다. 구치소로 이동한 두 사람은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KIA는 새 사령탑을 빠르게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 선수단은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남은 코칭스태프와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분위기 수습에 나서야 하는 KIA다. 선수단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호주 캔버라로 향했다.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선 양현종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스프링캠프를 치르러 가야 하기 때문에 캠프를 잘 준비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선수들끼리 많은 얘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대신 심재학 KIA 단장이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캠프를 떠나는 선수들에게 격려를 건넸고, 시즌만 잘 준비했으면 한다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양현종은 "단장님께서 선수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먼저 말씀하셨고, 선수들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시즌만 잘 준비하자고 하셨다. 또 이번에 새롭게 주장으로 선임된 (나)성범이도 선수들에게 씩씩하게 하자고 주문했던 것 같다"며 "선수들이 이런 일로 눈치를 보거나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각오, 목표를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비행기에 타자고 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그런 말이 와닿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현종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솔직히 스프링캠프 초반에는 감독님이 나설 상황이 많지 않다. 선수들이 몸을 만들고 좋은 컨디션 속에서 경기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기 때문에 그 시기만큼은 선수들에게 많이 맡기는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의 빈 자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는 건 아직 좀 급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양현종은 선수들에게 어떤 부분을 주문했을까. 그는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님이 새롭게 오셨기 때문에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당연히 코치님들의 성향이나 성격을 많이 파악했지만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기도 하고 나도 코치님들을 처음 뵙는다"며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없잖아 있을 텐데,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하면서 서서히 하나가 돼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코치님과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코치님, 선수들과 잘 상의해서 기분 좋게 캠프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 양현종은 "연차가 있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겨울에 새로운 시스템 같은 걸 많이 배워오면서 정말 잘하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도 체력적으로, 또 멘탈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아무래도 체력을 끌어올려야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걱정거리가 있다면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피치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등 투수와 타자 모두 적응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베테랑 양현종의 생각은 어떨까.

양현종은 "투수들은 항상 부정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의 경우 항상 일정하지만 그동안 겪었던 존보다는 당연히 작을 것이다. 피치 클락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나 경험이 없는 선수들도 그럴 것"이라며 "피치클락은 스피드업을 위한 제도인데, 경기 시간이 줄어들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어쨌든 원하는 밸런스로 공을 던져야 스트라이크를 던질 확률이 높은데, 그럴 시간에 압박을 받는다면 과연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을 수 있을지, 또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감히 투수 대표로서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 우선 이렇게 결정했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 가서 실행해봐야 겠으나 아직 해보지 않은 입장에선 투수들에게 많이 힘들 것 같다. 영상으로 내 투구 시간을 측정해보니까 약간 아슬아슬하더라"며 "단순히 아마추어와 프로를 비교하기가 그렇지만, ABS가 판정했을 때 볼넷이 20개 이상 나오지 않나. 평균 수치가 말도 안 되게 올라갔기 때문에 프로 선수들 입장에서도 타격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KIA는 올해 5강 그 이상을 바라본다. 비록 지난 시즌을 6위로 마감했으나 9월 초 9연승을 질주하며 저력을 발휘했고, 선수들도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양현종은 "그땐 어느 팀이랑 붙어도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멤버들이 다시 돌아오고 팀이 전력을정상적으로 가동한다면 분명히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거라고 확신하고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선수들도, 팬분들도 기대하고 있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더 추운 날에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은 양현종은 "(윤)영철이가 어리기 때문에 외국인 투수들이 그 부담을 조금 덜어줬으면 좋겠다.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가지 않고 오랫동안 던졌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많이 이기는 것보다, 또 강속구를 던지는 것보다 이닝만 길게 가져간다면 나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너무 고마울 것 같다"고 두 선수의 선전을 기원했다.

사진=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 서울중앙지법, 고아라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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