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머스크의 '인간 뇌 칩 이식 시험'.. 20년 전에도 있었다

홍상지, 김지아 2024. 1. 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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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는 뇌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을 넣은 사람이 특정 생각·동작을 할 때 나오는 뇌파를 칩이 분석해 기계에 전달할 수 있는지 관찰할 계획이다. 중앙포토


머릿속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신이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처음으로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무슨 일이야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어제(28일) 뉴럴링크의 첫 환자가 뇌에 인공 칩을 이식받았다”며 “현재 환자는 회복 중이고 초기 결과는 양호한 편”이라고 전했다. 환자가 이식 받은 칩의 이름은 ‘텔레파시’(Telepathy). 머스크 CEO는 "생각만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는 물론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뉴럴링크가 시도한 인공 칩 뇌 이식 시술은 인간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로 분류된다. BCI 기술은 사지가 마비되거나 소통이 어려운 중증 환자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해, 물리적 도움 없이 기기를 제어하고 외부 소통이 가능하도록 돕는 연구들을 중심으로 확장해왔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사람의 뇌파를 외부에서 측정해 컴퓨터가 명령을 처리하는 ‘비침습형’, 사람의 뇌에 직접 금속 재질 칩을 이식해 제어하는 ‘침습형’ 방식이다. 뉴럴링크가 시도한 방식은 후자다.

머스크 CEO는 2016년 뉴럴링크를 세웠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의 수명 연장이었다. 당시 그는 “사람의 뇌 속에 있는 생각·기억을 컴퓨터 등 외부에 저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데이터를 미래에 휴머노이드 로봇에 옮기면 영원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후 뉴럴링크는 원숭이 등 동물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실험을 진행했고, 지난해 5월 소형 칩을 환자의 뇌에 직접 이식하는 임상 시험과 관련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같은 해 9월에는 사지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실현 가능한 기술인가


BCI는 뇌과학계에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여러 연구들이 있어 왔고, 그 중에는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다.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이미 2004년부터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게 한다거나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하는 건 가능했다”고 말했다. 호주의 뇌공학 스타트업 싱크론도 이미 2년 전 중증 마비 환자들의 뇌에 '스텐트로드'라는 칩을 이식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김동주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오래 전부터 BCI라는 학문적 개념은 존재해왔고, 현재는 기술 고도화의 문제일 뿐 기술 자체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의 문제는 지났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뉴럴링크가 진행한 임상시험은 과거 방식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박영균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뇌에 전극을 푹 찔러 넣는 방식이었다면 뉴럴링크가 한 시술은 얇은 전극실을 뇌 표면에 재봉틀처럼 박아 뇌손상을 최소화 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동전 크기만한 송수신 장치를 통해 뇌에서 컴퓨터로 데이터를 보내는 방식이다. 임창환 교수는 “뇌에 아주 직접적으로, 오밀조밀하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보니 훨씬 정확한 신호를 얻을 수 있다"며 “뉴럴링크의 이번 임상시험은 기존에 있던 원천 기술을 실용화 시키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뇌에 직접 칩을 이식하지 않아도 되는 '비침습형' 기술은 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브라질의 29세 청년이 뇌파를 이용한 '입는 로봇'을 착용한 채 시축을 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이 이벤트를 위해 뇌공학자 수백 명이 1년 넘게 관련 연구를 해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앞으로는


칩 이식에 성공했더라도 머스크 CEO가 2016년 밝혔던 포부를 달성할 수 있냐는 또 다른 문제다. 안전성과 윤리적인 문제도 여전히 이 분야에 남은 숙제다. 실제로 2021년 뉴럴링크에서는 ‘동물 실험용 원숭이 23마리 중 15마리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사망했다’는 내부 고발이 있었다. 이듬해에는 동물 실험 과정서 1500마리에 달하는 동물을 숨지게 한 혐의로 미국 연방정부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뉴럴링크의 내부 직원들은 ‘개발 속도를 높이라는 머스크 CEO의 압박이 실험 실패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폐사된 동물 수도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임창환 교수는 “이 기술 자체는 일반 사람들의 편의보다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며 “연구 과정에서 동물들의 희생은 최소화 해야겠지만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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