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몇번 망가뜨렸죠"...AI 예술 시대, 작가의 붓과 캔버스 되는 IT
인공지능(AI)이 예술가의 붓과 캔버스, 말 잘 듣는 조수가 됐다. 생성 AI를 활용하는 예술가들이 늘어나면서 삼성전자·인텔·LG전자 같은 기업들이 자사 제품 성능을 뽐내는 창구로 예술을 택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내달 12일까지 서울 중구 뉴스뮤지엄 을지로에서 AI 아트 전시 ‘터치 더 리얼’을 개최한다. 지난 27일 개막한 이 전시는 팝 아티스트 도파민최, 그래픽 디자이너 용세라, 에세이 작가 태재의 작품을 미디어 아티스트 조영각 작가가 생성 AI를 활용해 재해석한 영상과 함께 선보인다. AI 시대 기술과 예술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기획 전시로, 모든 작품은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가 탑재된 갤럭시 북4 시리즈를 활용해 제작됐다.
LG전자도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세계적인 AI 예술가 스테파니 딘킨스와 함께 인간과 AI의 소통과 공감을 담은 작품을 올레드 TV로 선보였다. LG전자는 딘킨스 작가의 신작 3점을 97형 올레드 에보,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등 총 7대로 전시했다. 관람객이 자기 생각을 마이크에 말하면 생성 AI가 화면에 작품으로 그려내는 ‘우리가 기계에 들려주는 이야기’ 체험도 마련됐다.
기업들은 왜 AI 예술과 손잡나
지난 2022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로비에 걸린 8m 길이의 초대형 미디어아트는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MOMA가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한 예술품 13만8000여점을 학습한 AI가 시시각각 다양한 영상을 보여줘서다. 지난 3월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 연 공모전에 AI가 재해석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등장하며, AI의 그림도 예술인가 하는 논쟁은 커졌다. 하지만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예술가들이 늘면서, 일반 대중도 AI 예술을 점차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포착하고 자사 기술력을 내세우는 방안으로 예술을 택했다. 지난 26일 ‘터치 더 리얼’ 개막 전 행사에 참석한 배태원 인텔코리아 부사장은 “생성 AI 기술의 가치를 일반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삼성과 인텔이 함께 고민해왔다”며 “AI 기술이 예술가의 창의적 표현 폭을 넓히고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지를 실험해보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소비자에게 공유한 것이 이번 전시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삼성·LG·인텔의 역할은?
터치 더 리얼 전시에 참여한 작가 4명은 삼성전자의 첫 ‘AI 노트북’인 갤럭시북4 시리즈로 작업했다. 9년 전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부터 작품에 AI를 활용해 왔다는 조영각 작가는 AI를 ‘말 잘 듣는 조수’에 비유했다. 그는 한동안 직장생활과 작품활동을 병행했는데, 입력값을 넣어두고 회사에 다녀오면 AI가 결과물을 내놓고 기다렸다는 것. 조 작가는 “지금도 작업실에서는 인공지능 1, 2, 3, 4가 일하고 있다”며 “인텔·삼성전자와 협업한 지난 3개월간, 노트북이 몇번이나 멈췄을 정도로 AI 조수가 열심히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나 챗 GPT를 커스텀(맞춤)해 사용한다고.
갤럭시북4는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해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퍼포먼스를 지원하며, 속도와 전력 효율과도 개선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비디오·영상 AI 편집이 가능하며, 노트 PC용 외장 그래픽 ‘엔비디아 지포스 RTX40시리즈를 탑재해 고성능 그래픽 작업도 지원한다.
AI를 활용한 작품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에 전시됐다. 노트북이 붓, 프로세서가 조수라면 디스플레이는 캔버스인 셈. 이호중 삼성디스플레이 상품기획팀장은 “QD-OLED는 정교하고 풍부한 색 표현력과 압도적인 명암비, 확장된 밝기 표현력으로 아티스트의 작품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특히 AI가 재현한 가상 세계나 이미지를 작가의 의도 그대로 전달한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자사의 TV를 구겐하임 전시의 캔버스로 썼다. LG전자 관계자는 “올레드 에보의 자발광 올레드 강점이 부각됐고, AI 화질 엔진인 ‘알파11 프로세서’는 영상 제작자의 의도한 분위기와 감정까지 고려해 색을 보정한다”라고 말했다.
마켓리서치는 2022년 2억1200만 달러 수준이던 생성 AI의 예술 시장 규모가 연평균 40.5% 증가해 2032년 58억4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기업과 AI 예술가의 협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콘텐트 시장에서 AI 참여 작품 비중은 2020년 1%에서 2025년 10%로 증가할 전망이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대 女판사 맞대결…나경원·이수진 성향, 딱 하나 달랐다 | 중앙일보
- "비행기 못 타세요" 손톱만 한 얼룩에 출국금지 당했다, 무슨일 | 중앙일보
- “마음 흔들리면 그때 망한다” 바둑황제의 정상 내려오는 법 | 중앙일보
- 조민 약혼발표…조국 "딸 옆에서 굳건히 서있었던 청년" | 중앙일보
- 80세에 40대 뇌 가진 '수퍼 에이저'...인류 10%가 이렇다 [불로장생의 꿈: 바이오 혁명] | 중앙일보
- “경제력도 정보력도 아니다” 서울대 보낸 엄마들의 비밀 ① | 중앙일보
- "발기부전 약 200정에 13만원"…횡재한 줄 알았더니 '직구 먹튀' | 중앙일보
- 탈모 걱정이라면…"40대 이상은 매일 머리감지 마세요" | 중앙일보
- "카페에서 일하실 분, 치매 있어도 괜찮아요" 日 치매와 공존 실험 | 중앙일보
- "주 6회" 삼겹살에 푹 빠졌다…58세 '007 빌런'의 반전 매력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