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 거부한 대통령, 최다 거부권 기록 또 깼다

박소희 2024. 1.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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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참사의 아픔으로 정당화 못해"... 용혜인 "대통령이길 스스로 포기, 인면수심"

[박소희, 권우성 기자]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청사 정문에서 대통령 거부권 반대와 특별법 즉각 공포를 요구하던 유가족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출입문을 붙잡고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마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끝내 유가족을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채 특별법은 위헌이라 말하고, 배·보상과 지원책을 내세운 모습에 야권은 "참사 유가족조차 품지 못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을 품겠나"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30일 오후 취재진에게 문자로 윤 대통령의 9번째 거부권 행사를 공지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다 거부권 행사 사례였던 노태우 대통령의 '7번'을 쌍특검법(김건희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권 행사로 경신한 지 한 달도 못 돼 기록을 또 깬 셈이다.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총리는 "이 법이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아내의 범죄 의혹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으로 부족해서 사회적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민의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삼다니, 참 지독한 대통령"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재난을 막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기본 책무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기본 책무를 부정했다"며 "졸지에 가족을 잃은 참사 유가족조차 품지 못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을 품겠나"라고 했다.

임 원내대변인은 또 "한덕수 총리의 주장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며 "사회적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에 무슨 명분이 있고 실익이 있으며, 어떻게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말인가? 국민을 모욕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의 책임을 거부하고 진상규명을 막으며 재난을 정쟁화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무책임한 정부의 적반하장에 분노한다"고 했다.

같은 당 오기형 의원은 페이스북에 "어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이마를 맞대며 이태원역 인근에서 대통령실까지 오체투지를 이어갔다.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것이 유가족의 간절한 호소"라며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의 외침을 끝내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강훈식 의원도 "참으로 비정한 정권"이라며 "도심 한복판에서 159명이 사망한 이유를 조사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이 죄를 다 어찌 갚으려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법안 거부하고 배·보상 운운... "천박한 인식이자 국민 모욕"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청사 정문에서 대통령 거부권 반대와 특별법 즉각 공포를 요구하던 한 유가족이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김태년 의원은 정부의 배·보상 언급을 두고 "정말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슬픔을 돈으로 위로하겠다는 천박한 인식이다.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인정머리라곤 없는 패륜"이라고 혹평했다. 이용우 의원 역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실질적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인데 이를 반목과 갈등, 정쟁을 불러일으키는 위헌적 법률안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유가족 한 번 만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하고, 진상규명이 끝났다 선언하고, 배·보상과 지원책을 운운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심지어 대통령은 왜 거부권을 행사하는지조차 스스로 밝히지 않았다"며 "유가족이 찬 날씨에 정부 청사 앞에서 목놓아 울고있는 동안 대통령은 희고 깨끗한 스튜디오에서 '민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 대통령이길 포기한 대통령에게 '인면수심'이라는 네 글자 말고는 드릴 말이 없다"고 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에게 보듬고 지켜야 할 국민은 정녕 김건희 여사와 장모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한 윤 대통령이 바로 이태원 참사를 발생시키고, 은폐·축소시킨 공범"이라며 "윤 대통령은 모교에 기부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던,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던, 미국 회계사 자격을 따고 첫 출근에 설레던 159명의 꿈들을, 유족들의 일상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두둔했다.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재탕·삼탕 기획조사의 우려", "세금먹는 일자리 특별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렇게 무리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통령에게 의도적으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하여 이를 총선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재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며 "지금이라도 재난의 정쟁화를 멈추고 협상안을 만드는 데 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 https://omn.kr/279k2
"피해지원" 정부 일방 발표에 이태원 유가족 "한줌의 진정성도 없다" https://omn.kr/279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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