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목 매는데…장벽 높아진 중동 수주
[한국경제TV 양현주 기자]
<앵커> 국내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 사활을 걸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수주 텃밭'으로 여겨졌던 중동 지역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양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주요 건설사 실적 희비를 가른 건 바로 '해외 수주'였습니다.
부동산 PF와 미분양 문제, 공사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국내 주택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해외에서 굵직한 사업을 수주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빼면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은 감소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주요 건설사 수장들은 "해외 수주에 집중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건설사들의 텃밭인 중동 지역의 수주 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고유가 기조로 중동 건설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진입 장벽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올해 들어 중동지역 각 국가들이 이른바 '현지화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초대형 신도시 건설을 진행 중인 사우디의 RHQ, 즉 중동지역본부 유치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일종의 라이센스로, 올해부터 사우디에 지역본부를 두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은 정부조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해당 라이센스를 취득한 이후엔 1년 안에 최소 15명 이상의 정규직을 고용해야 하고, 이중 3명 이상은 임원급으로 채용해야 합니다.
어렵게 설립한다 해도 중동지역본부로서 관리 업무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영업활동을 위해 또다른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겁니다.
신규 진출을 노리는 건설사 입장에선 큰 허들이 생긴 셈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네옴시티라든가 대규모 사업들이 나오다 보니까 안 할 수는 없는데…연간 20억 원을 들여서 라이센스를 유지해서 하는 게 건축, 플랜트 쪽은 리스크가 크죠.]
현재 국내 기업 중 RHQ 라이센스를 획득한 기업은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LG전자 3곳뿐이고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고유가에도 중동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해외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건설사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양현주 기자 hj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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