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연매출 14조5000억, 성과급 잔치…남은 숙제는 아시아나
대한항공이 지난해 14조5000억원대 매출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비즈니스 석 등 수익성 좋은 좌석이 잘 팔린 영향이다.
대한항공은 30일 지난해 매출 14조5751억원, 영업이익 1조586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7%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 줄었다. 지난해 여객 수는 줄었지만, 비즈니스석 등 수익성이 높은 항공 운임 좌석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 감소는 인건비 영향이 크다. 대한항공 측은 “연간 성과 목표 및 안전 목표 달성에 따라 성과급 지급 등 인건비가 4분기에 일시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직원들에게 통 큰 성과급을 지급 계획도 밝혔다. 안전 목표 달성 성과급(기본급 100%)은 이달 중에 지급하고, 성과 목표 달성 분은 다음 달 6일 이사회를 통해 정확한 액수 결정후 지급될 예정이다. 성과급 규모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올해 대한항공이 지난해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발목을 잡았던 유가와 환율도 연초에는 다소 안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항공 노선 역시 올해 1분기 중 완전히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선 정상화에 따른 여객 수요 증가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화물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도 진행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총 24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한다. 항속거리가 1만4140㎞에 이르는 중대형기 B787-9부터 동남아를 포함한 중거리 노선 투입이 가능한 A321-200NEO 등이다. 기내 와이파이 사업에도 속도를 높인다. 신규 도입 항공기에서 시범 서비스하던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다만, 점점 커지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LCC)의 영향력은 부담이다. 국내선에 이어 지난해는 국제선에서도 LCC의 여객 수가 대형 항공사보다 많았다. 2003년 LCC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LCC 7개사의 국제선 여객 수는 2395만명으로 대형항공사 여객 수 2300만명보다 많았다. LCC들은 연초부터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고 있어, 올해 LCC와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대 변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다음 달 초 유럽 경쟁 당국에서 ‘조건부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 결론이 나면,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안에 일본과 미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낸다는 계획이다.
사상 최대 매출에 성과급까지 나오는 대한항공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의 사정은 좋지 않다. 다음달 15일 실적발표를 앞둔 아시아나는 7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 매출이 예상되지만,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 만큼 성과급과는 거리가 멀다. 신규 채용도 지난 2020년 1월 이후 중단됐다. 직원들 사이에선 ‘합병의 늪’에 빠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합병에 따른 직원들의 동요도 대한항공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합병 이후 대한항공과 겹치는 직무가 많은 만큼 직원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위원장은 “인수 합병과 관련해서 EU 및 미국, 일본에서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고 고용 승계 방안이 제시된 게 없다”며 “향후 대한항공의 발표를 보며 고용 안정에 대한 요구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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