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연봉·사택 제공에도 의사 못 구해…40만 지역거점공공병원 위기
인구 40만명인 경남 거제·통영·고성을 아우르는 ‘지역거점공공병원’ 통영적십자병원이 최근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가 8개월째 공석인 데다 병원 이전·신축작업도 지지부진해서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지원금 수억원도 반납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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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사택 제공에도 지원자 없어
30일 통영적십자병원에 따르면 현재 이 적십자병원 신경과에는 소속 전문의가 없다. 지난해 3월 신경과를 담당하던 공중보건의가 전역하면서다. 통영적십자병원은 5차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전화 문의조차 없었다고 한다. 5번째 채용 공고에선 연봉 3억100만원에 사택까지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8개월 넘게 휴진하던 신경과는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도움으로 급한 불은 껐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통영적십자병원에 신경과 교수 2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통영적십자병원 신경과 진료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반응이다. 파견 근무 교수가 각각 매주 목요일, 둘째·넷째 주 화요일만 병원에 와 진료를 보는데, 치매·두통·만성통증 등으로 찾는 고령자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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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신축 ‘삐걱’…지역 공공의료 강화 ‘지지부진’
지역 공공의료 강화 대책으로 추진 중이던 통영적십자병원 이전·신축 사업도 첫 단추부터 엇나가고 있다. 통영시가 이전 신축할 병원 부지를 제공하고 보건복지부가 건축비(2500억원 추산)를 지원하는데, 병원 부지가 확정되지 않아서다.
통영시 등에 따르면 통영적십자병원은 앞서 2020년 하반기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 중 하나인 공공병원 이전 신축 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살지 않더라도 응급·중증질환처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지역에서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기존 병상 수(99병상→300병)와 진료과(8개→16개), 직원 수(110명→500~600명) 등 통영적십자병원 규모는 대폭 커진다. 또 심뇌혈관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분만센터, 호스피스 병동, 정신질환센터, 소아병동 등도 갖추게 된다.
시가 검토한 병원 부지는 명정동 충렬사 뒤쪽이다. 5만7000㎡ 규모로, 기존 병원과는 차로 2분 거리(약 770m)다. 상당수 부지가 경남교육청 소유여서 기관 간 행정협의만 하면 당장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원도심 활성화와 지역 내 의료기관 균형배치 차원에서 적절하단 게 시의 판단이다.
반면, 통영적십자병원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해당 부지가 경사도 15~20도로 가파른 데다 통영 이외 거제·고성 주민에게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진입로가 없는 이른바 맹지(盲地)여서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진입도로(왕복4차로 기준) 20m를 만드는 데 160억원이 넘게 들 것으로 병원측은 전망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월 병원 이전·신축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와 병원이 논의해왔지만,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수십억 적자인데…코로나19 지원금 수억 반납할 처지
이런 가운데 통영적십자병원은 정부로부터 받은 코로나19 지원금 2억5000만원도 반납해야 할 처지다. 통영적십자병원은 2020~2022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느라 발생한 손실 보전 명목으로 30억8900만원을 받았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통영적십자병원에 손실보상금 중 일부가 과다 지급됐다며 해당 금액을 환수할 것을 통보했다.
통영적십자병원은 환수 조치가 지나치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에는 적자 3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통영적십자병원 관계자는 “많은 환자가 형편이 어려워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려곤 하지만, 정작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했다.
통영=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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