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美 첫 집행 '질소 가스 사형'

김종화 2024. 1.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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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살인자가)피해자에게 했던 행동보다 낫다"
참관 목사 "살려고 몸부림쳐" vs 유가족 "정의 실현"

'질소(Nitrogen) 가스 사형'은 사형수의 안면을 덮은 인공호흡기에 질소 가스를 주입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하는 사형 방식이다. 질소 가스를 흡입하는 시간은 '최소 15분' 또는 '심장 박동이 멈춘 뒤 5분' 가운데 더 긴 쪽을 선택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 사법 당국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사형수 케네스 스미스(58)에게 질소 가스 사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바티칸 산하 가톨릭 자선단체인 산테지디오의 사형제 전문가인 마리오 마라치티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소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위 스크린에 나온 얼굴이 질소 가스 사형이 집행된 케네스 스미스(58)다. [사진=AP/연합뉴스]

스미스는 사형 집행 시작 22분 만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그는 몇 분 동안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였고, 최소 2분간 경련을 일으켰으며, 그 뒤 숨을 가쁘게 몰아쉬다가 호흡을 멈췄다.

미국의 주된 처형 방식은 1982년 도입된 독극물 주사인데, 질소와 같은 불활성 가스로 사형을 집행한 것은 세계 첫 사례다. 미국에서는 앨라배마와 오클라호마, 미시시피 등 3개 주에서 질소 가스 사형을 허용하고 있다.

스미스는 1988년 한 목사에게 1000달러(약 134만원)를 받고 그의 아내를 동료와 함께 살해해 사형을 선고받아 35년째 수감 중이었다. 살인을 교사한 목사는 큰 빚을 진 뒤 아내의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미스와 함께 살인에 가담한 공범 존 포레스트 파커는 2010년 6월 약물 주입 방식으로 사형됐다.

앨라배마주는 2022년 11월 독극물 주사로 스미스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려 했다. 그러나 주사를 놓을 정맥 부위를 찾는 데 실패해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스미스는 미국에서 독극물 주입을 통한 사형 집행 시도에서 살아남은 사형수 2명 가운데 1명이 됐다. 당국은 이번에 방식을 바꿔 사형을 집행했다.

앞서 종교계와 인권단체들은 스미스의 질소 가스 사형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거세게 반대해 왔다. 바티칸 산하 가톨릭 자선단체인 산테지디오는 지난 23일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소 가스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하며, 중단하지 않을 경우 유럽 기업과 관광객에게 '앨라배마 보이콧'을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테지디오의 사형제 전문가인 마리오 마라치티는 "독일 자동차 회사 메르세데스 벤츠가 앨라배마에 공장을 두고 있고, 많은 유럽인이 골프를 즐기러 미국 남부 지역을 방문한다"면서 "앨라배마에 대한 유럽의 무역과 투자 규모가 연간 수억 달러에 달한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미지=픽사베이]

또 모리스 티볼빈즈 등 유엔인권특별보고관 4명은 지난 3일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은 아주 고통스럽고 굴욕스러운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고문, 기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의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미스의 변호인단도 "스미스를 잔혹한 새 처형 수단의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앨라배마주의 사형 집행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연방대법원은 사형 당일인 지난 25일 이를 기각했다. 앨라배마 사법 당국은 지체 없이 사형을 집행했다.

앨라배마 주 정부는 1988년 스미스가 살해한 피해자를 언급하며 "이런 대우는 스미스가 피해자에게 했던 행동보다 훨씬 낫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당초 사법 당국은 질소 가스가 주입되면 몇 초 안에 의식을 잃고 몇 분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형 집행 직후 스티브 마셜 앨라배마주 법무부 장관은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은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사형 집행 방법이었으며 그 효과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미스를 상담해 온 제프 후드 목사는 "(스미스가) 30초 안에 의식을 잃는 일은 없었다. 우리가 본 것은 몇 분 동안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앨라배마주 교정 당국은 스미스의 경련은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었다고 재반박했다. 존 큐 햄 앨라배마주 교정국장은 "모두 예상된 일이며 우리가 봤거나 연구한 부작용에 해당한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에서 벗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유가족은 '정의를 실현했다'는 입장이다. 스미스에게 살해된 여성의 아들은 "오늘 여기서(교도소에서) 일어난 어떤 일도 어머니를 되살릴 수 없다"면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 엘리자베스 세넷이 이날 정의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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