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대역전극', 피겨 김현겸, 청소년 올림픽 금메달 새 역사
6년 전 평창 동계 올림픽의 뜨거웠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 강릉·평창·정선·횡성에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이 열립니다. 오늘의 주인공, 청소년 선수들의 감동의 무대가 펼쳐지는, 다시 강원으로 초대합니다. <편집자말>
[박장식 기자]
▲ 29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남자 피겨 프리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현겸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지어보이고 있다. |
ⓒ 박장식 |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신성, 김현겸이 프리 스케이팅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청소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거듭났다.
김현겸(한광고)는 29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남자 피겨 프리 스케이팅에서 1위를 차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69.28점을 기록했던 김현겸은 프리 스케이팅에서 147.45점을 받아 도합 216.73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겸의 '성장일기'였다. 아이스 아레나를 가득 메운 관중들 앞에서 처음 경기를 펼쳤던 김현겸은 쇼트 프로그램 첫 번째 점프였던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지는 실수로 3위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김현겸은 프리 프로그램에서 '역대급 연기'에 성공, 국제올림픽위원회 주관 대회 사상 첫 피겨 남자 선수로서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쇼트 실수 만회한 '쿼드러플 점프'... 0.5점 차 '금' 역사
지난 27일 열린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서 3조 네 번째 순서로 출전한 김현겸.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맞붙어 포디움을 나누어 가졌던 나카타 리오(일본), 아담 하가라(슬로바키아) 등과 한 조가 된 김현겸은 많은 관중들의 환호 속에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첫 번째 점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김현겸은 트리플 악셀을 시도한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바로 딛고 일어난 김현겸은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긴장을 점점 털어버리는 연기를 펼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김현겸의 점수는 69.28점.
그랑프리에서도, 컵 대회에서도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던 김현겸이기에 실수가 아쉬울 법도 했을 터. 김현겸은 "큰 대회에 나서 본 경험이 적다 보니 긴장했던 것 같은데, 프리 경기가 남아있는 만큼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다"라고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렇게 이틀 뒤 열린 프리 경기에서 김현겸은 '역대급 연기'를 펼쳤다. 클린트 맨셀의 <레퀴엠> OST에 맞춰 연기를 펼친 김현겸은 첫 번째 점프로 쿼드러플 토룹을 시도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 중 4회전 점프를 시도하는 선수는 김현겸이 유일했기에 '도박수'이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 안정적으로 착지한 김현겸은 트리플 악셀을 깨끗하게 도약한 이후, 트리플 럿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수행했다. 연속 점프에서 엣지에 따른 어텐션이 있었지만 감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은 김현겸은 트리플 플립까지 수행하며 경기 초반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가는 데 성공했다.
관중들의 박수 속 플라잉 카멜 스핀을 이어나간 김현겸. 후반부 기술에 돌입한 김현겸은 일부 점프에서 언더 판정을 받았지만, 큰 물결이 몰아치는 듯한 선율에 어울리는 연기를 수행해나가며 막힘없이 은반을 채워나갔다.
자신의 예정되었던 무대가 끝난 순간. 김현겸은 양손을 불끈 쥔 뒤 흔들며 자신의 연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기뻐했다.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긴장된 듯 결과를 바라보던 김현겸의 점수는 기술 77.29점·예술 70.16점, 도합 147.45점. 1위 등극이었다. 감격스러운 점수에 김진서 코치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남은 선수들의 결과에 메달의 색이 달렸다. 아담 하가라는 프리에서 김현겸보다 낮은 점수를 얻으면서 총점 216.23점을 받았다. 특히 미국의 제이콥 산체스는 프리에서 실수를 연발, 4위까지 굴러 떨어지며 김현겸의 금메달이 확정되었다. 꺾이지 않았던 선수의 '대역전극'이었다.
"차준환 형 조언, 주재희 응원 덕분... 애국가 들을 때 울 것 같아"
"아직까지 긴장이 되어서 떨린다"는 김현겸 선수는 "처음부터 메달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는데, 금메달을 따고 나니까 솔직히 말하니 너무 좋고 감동스럽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현겸은 "항상 그랬듯이 내가 하던 것 위주로 클린한 경기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웃었다.
특히 지난 쇼트 프로그램 때는 트리플 악셀에서 실수가 있었기에 점프에 부담도 컸을 터. 김현겸은 "회전에 대한 부담감이 컸는데, 첫 회전을 성공해서 편하게 경기했던 것 같다"며, "쇼트 프로그램 때 처음으로 그런 환호와 응원을 받았는데, 오늘 프리 경기에서는 응원처럼 느껴지고 힘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현겸은 "내가 큰 대회 경험이 적은 편이라서 긴장이 아직도 되는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쌓이다보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라면서도, "사실 이렇게 큰 경기장에서 내 손으로 애국가 울릴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래서 애국가 들을 때마다 울 것 같다"며 여린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두 선수에게 '응원'을 받기도 했던 김현겸. '선배' 차준환 선수와 '동갑내기 학교 친구'이자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이미 금메달을 얻어냈던 주재희 선수가 많은 응원을 보내줬다.
김현겸은 "(차)준환이 형이 웜업이 끝나면 관중석을 둘러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라고 조언해줬다"며, "이번 경기를 뛰면서 준환이 형이 평창 올림픽 때 얼마나 부담을 가졌을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겸은 "(주)재희가 쇼트 경기 전날 '꼭 금메달을 따라'고 연락을 했는데, 그래서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며 친구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학교를 사실 많이 나가지 못했지만,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생애 첫 세계선수권을 눈앞에 둔 김현겸. 김현겸은 "세계선수권은 큰 형들이 많이 나오는 경기이니만큼, 큰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해보려고 한다"고 각오했다.
아울러 폐막일인 2월 1일, 모든 선수들이 참가하는 팀 이벤트에 대해 김현겸은 "단체전 때는 부담감 안 가지고 최선을 다 해서 해보려고 한다"며 투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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