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위험군 일부는 ‘팍스로비드’ 복용 어려워… ‘라게브리오’ 대안”
엔데믹이 가까워지다 보니 일각에선 ‘코로나19 치료제가 계속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보아온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주은정 교수는 “항암 치료를 받는 등의 이유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고위험군 환자에게 치료제를 제때 투여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는 크게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MSD의 ‘라게브리오’가 있다. 고위험군 환자가 경증(증상 있으나 폐렴 증상 없음), 중등증(폐렴 있으나 산소치료 필요 없음) 단계에서 병원에 오면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하지 않으면 중증(폐렴으로 산소치료 필요), 위중증(폐렴 심각해 고압산소치료 또는 인공호흡기 필요)으로 악화할 위험이 크다.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자가 증식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상태 악화를 막는다. 감염된 지 5~7일 이내에 진단하고 투여해야 질환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일차적으로 권고하는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다. 국가방역대책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 ▲만 12세 이상의 기저질환자 또는 면역저하자 등에 팍스로비드 투여가 권장된다.
그러나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중 일부는 팍스로비드를 사용하기 어렵다. 팍스로비드는 간 장애가 있거나 콩팥 기능이 있는 사람에게 사용이 제한적이고, 병용 금기 약물이 37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중 국내 사용이 허가된 약물은 총 26종이며, ▲부정맥 치료에 쓰이는 아미오다론 ▲고지혈증 치료에 쓰이는 심바스타틴, 로바스타틴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쓰이는 알푸조신, 실로도신 등 다양한 약물이 속한다.
병용금기 약물 중 19개는 복용을 중단하면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있다. 그러나 ▲세인트존스워트(불안, 우울 증상) ▲카르바마제핀(뇌전증) ▲페노바르비탈(뇌전증) ▲페니토인(뇌전증) ▲리팜피신(결핵) ▲아팔루타마이드(전립선암) ▲프리미돈(뇌전증) 등 7개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는 해당 약물 복용을 중단해도 팍스로비드 투여가 불가능하다. 특히 세인트존스워는 일반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에도 흔히 들어있어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복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는 것이 라게브리오다. 대중에겐 ‘몰누피라비르’라는 성분명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라게브리오는 코로나19 치료에 우선적으로 권고되는 항바이러스제는 아니나 팍스로비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30일 한국MSD가 개최한 미디어 세미나에서 주은정 교수는 “병용 금기 약물을 복용 중인 심혈관질환 환자가 코로나19로 확진됐지만, 기존 약의 복용을 중단할 수가 없어서 팍스로비드를 쓸 수 없을 때 라게브리오를 적극적으로 처방해 왔다”며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진단을 받았으나 알약 형태 약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튜브를 통해 라게브리오 현탁액을 투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탁액은 라게브리오 4캡슐 분말을 물 40mL에 희석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라게브리오 현탁액의 사용을 지난해 9월 25일 공식 허가했다.
간·콩팥 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다른 질환의 치료제를 복용할 때 기존에 복용하던 약물을 잠시 끊거나 함께 복용하며 상호작용을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라게브리오는 간·콩팥장애 환자도 코로나19로 진단된 당일부터 바로 복용할 수 있다. 기존 약을 끊거나, 기존 약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지 않아도 된다.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 효과도 증명됐다. 질병관리청이 2022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18세 이상 국내 확진자 약 9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라게브리오 복용군은 미복용군 대비 중증화·사망 예방 효과가 60세 이상에서 33%, 70세 이상에서 39%, 80세 이상에서 44%로 확인됐다. 주은정 교수는 “조사 시기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많아 이미 중증화 위험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었다”여 “이 점을 고려하면 라게브리오의 중증화·사망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 30~40%는 꽤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임상 현장에서는 팍스로비드만으로 치료할 수 없는 코로나19 환자가 있다고 판단, 이 환자들에게 라게브리오를 사용하고 있다. 라게브리오의 현장 수요가 낮다는 의혹에 대해 한국MSD 호스피탈 스페셜티 사업부 김현 전무는 “정부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물량만큼 라게브리오를 적정량 공급하고 있으며, 미사용 상태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한 약물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MSD 대외협력부 이희승 전무는 “라게브리오는 현재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아서 의료 현장에 공급되고 있는데, 아직 식약처 정식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라 허가받은 후 급여 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J바이오사이언스, 美 면역항암학회서 ‘약물 반응성 AI 예측 모델’ 개발 성과 발표
- “아기 피부인 줄”… 34세 박보영, 모공 하나 없는 ‘관리 비결’은?
- 가천대 길병원 최성화 교수, 남동구 보건소서 부정맥 건강강좌 개최
- “왜 이렇게 공이 안 맞지?”… 서정희, 유방암 치료 회복 중 ‘어떤 운동’ 도전?
- “이민 간다” 퇴사하더니 영업비밀 빼돌린 前 한국콜마 직원, 결국…
- 이대목동병원, 미세 뇌수술 가능한 '카이메로' 로봇 도입
- 초기 간암, 혈액 검사 진단 가능성 열려
- 고대구로병원 강성훈 교수, ‘향설 젊은 연구자상’ 수상
- 부천성모병원, 부천시 37개동 전역에 나눔 전달
- 명지병원·한국항공대, 상호발전 위한 협약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