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낯 보여줬다"…'가장 우울한 나라 여행기'에 쏟아진 감상평
글로벌 누리꾼들, 공감·반박 갑론을박
"외국인이 너무나 정확하게 한국 사회를 표현해줘서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 (맨슨이) ‘유교와 자본주의의 최악의 결합’이라고 평가한 것은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정확한 평가다."
"이 나라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다시금 내가 웃고 울고 태어난 곳에 머물고 싶다. 나는 우리가 이 문제를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신경 끄기의 기술’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미국인 작가 마크 맨슨의 한국 여행기 영상이 토론의 장이 됐다. 맨슨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영상에서 한국을 "유교와 자본주의의 최악의 단면만 결합한 나라"라고 진단했다. 영상이 올라온 유튜브 게시판에는 맨슨에 공감을 표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시아 문화에 대한 선입견에서 비롯된 피상적인 분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식민 지배, 분단, 전쟁이라는 비극을 딛고 경제 발전에 성공한 한국의 이면에 자리 잡은 음울한 단상을 두고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세 한국인이라고 밝힌 A씨는 "어린 시절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살다가 한국에 와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생이 받는 압박감은 너무나 거대하고 미친 수준이다. 아마도 수능을 치르는 많은 학생들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기억이 많을 것"이라면서 "30대가 되어도 시험을 망쳤던 그날의 꿈은 아직도 생생했다"고 회고했다.
브라질인이라는 B씨는 "내 아내는 한국인이고 우리는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기로 했다"며 "이 나라는 엄청난 집세와 노동 문화에 시달리는 나라이며 합계출산율은 0.7로 세계 최저다. 아이들은 10대가 될 때까지 뛰어놀 공간이 한 곳도 없고, 내가 다니는 헬스장 위쪽은 전부 학원가이며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고 전했다.
20대 한국인 C씨는 "언급된 문제는 모두 인정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아니 어차피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젊은 세대는 지금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 나라의 정치 체제에서 대표성을 잃은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의 영상을 보면서 나 자신도 여전히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60세 한국인 D씨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극심한 압력"이라면서 "5~6세부터 19세까지 최고의 대학 중 하나(SKY)에 입학하는 데만 집중한다. 그러는 동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돈, 좋은 직업, 심지어 연애에 성공하는 등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D씨는 이어 "이런 추세가 기성세대가 은퇴할 때까지 적어도 10~15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이 전환기에 있는 동안, 상황이 좋아지기 전에 점점 더 나빠질까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특별한 ‘누군가’가 되려고 애쓰는 대신, 실패해도 괜찮고, 평범해도 괜찮고, 단순히 평범해도 괜찮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젊은이들은 부모와 사회, 언론이 가하는 끊임없는 압박과 비현실적인 기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일하다가 최근 유럽연합(EU)로 돌아왔다는 E씨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EU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과 이곳에서 누리고 있는 놀라운 삶의 질에 대해 더욱 감사하게 됐다"면서 "그렇다고 내가 한국과 한국 국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라고 했다.
맨슨도 한국의 ‘정신 건강 위기’ 배경에 혹독한 경쟁 문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그 사례로 들었다. 맨슨은 "열댓명의 프로 이스포츠 선수가 합숙하며 자신을 혹사시키고 서로를 독려하는 게 한국의 성공방식"이라며 "케이팝, 스포츠, 재벌 기업 등 여러 산업 분야에 이런 방식이 복제됐다"고 했다. 혹독한 경쟁과 성과를 강요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며 스트레스를 급격히 끌어올렸다는 진단이다. 그는 "기업도 직원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걸 뽑아내기 위해 강력한 사회적 압력과 경쟁을 도입"했다며 "이 공식은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심리적 탈진’을 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주한 외국인도 댓글에 "당신이 내린 결론은 정확했다. 거의 20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느낀 점은 나도 마찬가지다. 회복력. 한국인들은 길을 찾는다"면서 "사회는 항상 변하고 있으며 정신 건강에 대한 태도도 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맨슨의 분석에 반박하는 글도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영상 관련 글을 게시한 누리꾼은 "일본이 고속 성장과 버블 경제를 끝내고 침체기로 들어갈 때도 서구권에서 이런 시각의 분석이 쏟아졌다. 지금은 그게 한국에 옮겨간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내가 영국에서 유학할 때도 대학 입시 문제로 인해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우울증을 겪는 걸 자주 봤다.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단순히 ‘아시아’라는 선입견 때문에 한국이 가진 단점을 과장해서 부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맨슨은 영상 말미에 한국 사회가 병폐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인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회복력을 갖췄다. 어떤 어려움과 도전에 처하든 이들은 항상 길을 찾아왔다"며 "이것이야말로 한국이 지닌 힘이며, 새로운 실존적 도전에 당면한 한국인은 또 다른 길을 찾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해당 영상은 30일 현재 72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