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등록금 동결…지방 사립대 "이젠 못 버텨" 속속 인상
전국 대학이 15년 이상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구와 부산 등 영남권 대학 중 일부는 5% 안팎의 학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해 발표했다.
계명대는 대구권 대학 중 유일하게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학부 등록금을 동결해 온 지 15년 만이다. 계명대를 제외한 대구권 주요 4년제 대학들이 올해 학부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북대와 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대구한의대는 최근 잇따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2024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동결했다.
계명대, 학부·대학원 등록금 4.9% 인상
30일 계명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지난 29일 등심위를 열어 2024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4.9% 올리기로 결정했다. 교육의 질 향상과 노후 시설 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위원 9명 모두가 등록금을 인상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19일 열린 등심위 3차 회의록에 따르면 한 학생위원은 “학교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등록금 인상 필요성은 공감한다”며 “등록금이 인상되면 특정 단과대학, 학과, 캠퍼스에만 혜택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병오 계명대 예산팀장은 “학생위원의 제안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부산소재 영산대·경성대도 5%대 올려
등록금 인상에 따른 정부 국가장학금 지원 중단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인상으로 계명대는 정부 국가장학금(유형Ⅱ) 지원이 중단된다. 이에 학교 측은 “국가장학금(유형Ⅱ) 지원은 받지 못하지만, 국가사업을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부산에 소재한 영산대 역시 17년 만에 등록금을 법정 최고 한도에 가까운 5.15%로 올리기로 했다. 앞서 교육부는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선을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인 5.64%로 정했다. 경성대 역시 올해 법정 상한선과 같은 5.64% 인상안을 등심위에서 통과시켰다. 두 대학교 모두 총장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
경성대 관계자는 “지난해 등심위에도 등록금 인상 결정이 나왔지만, 최종 단계에서 동결로 바뀌었다”며 “올해 등심위에서도 지난해처럼 학생위원들까지 등록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 인상 결정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등록금 동결 기조를 이어가던 지방 사립대가 인상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재정 여건이 벼랑 끝에 놓여 있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학부 대신 대학원 등록금 인상하기도
실제 올해 학부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대학도 대학원 등록금 인상으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고 나섰다. 경북대는 대학원 등록금을 3.0%(법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제외) 올리기로 했고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도 대학원 등록금을 각각 5.0%, 5.6% 인상할 방침이다. 계명대도 학부 등록금과 함께 대학원 등록금을 4.9% 인상한다.
대구·부산=김정석·김민주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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