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동쪽·서쪽으로 일주일 새 3번 쐈다… 순항미사일 집착 왜
북한이 30일 쏜 순항미사일은 이틀 전 시험발사 때와 달리 정상거리를 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세 차례 순항미사일을 쏘면서 관련 기술을 차근차근 진전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군의 방공망을 염두에 두고 탄도미사일 외에 순항미사일 개발을 통해 핵 투발수단의 목록을 다양하게 꾸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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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거리로 ‘정상 비행’ 추정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쯤 북측 서해상으로 발사한 미상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남포 일대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해당 미사일은 비행거리만 놓고 보면 북한의 계획대로 날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2형 수준의 비행거리 1500~2000㎞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다.
앞서 북한 매체는 새로 개발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두 차례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4일 내륙에서 서해상으로 첫 번째 발사에 나섰고, 28일 신포 인근 동해상에서 두 번째 발사를 실시했다. 군 당국은 두 차례 발사에서 비행거리가 화살-1·2형보다 짧았다고 봤다. 특히 지난 28일 발사된 미사일 2발을 놓고 북한은 7421초, 7445초 동안 비행해 섬 목표를 명중타격했다고 주장한 반면 군 당국은 과장에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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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탄도미사일 집착…이제 순항미사일 더해 방공망 틈 노린다
이날 미사일이 불화산-3-31형인지, 화살-1·2형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이 순항미사일의 기술 향상에 공을 들이는 건 확실하다. 군 관계자는 “화살-1·2형을 섞어 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순항미사일의 성능 개량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상·수중 등 어느 곳에서나 순항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동·서해를 오가며 화살 개량형을 재차 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군 안팎에선 2019년부터 KN-23·24·25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키워온 북한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순항미사일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동시에 쏴 방공망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서다.
순항미사일은 속도는 마하 0.8(시속 970㎞) 정도로 느리지만,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10~100m 이하 저고도에서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레이더로 탐지가 까다롭다. 지형추적 비행으로 산등성이를 날다가 최종 단계에선 회피 기동과 탐색기를 활용해 목표 명중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 목표한 건물의 창문도 맞출 수 있을 만큼 정밀성도 뛰어나다.
북한은 2021년 9월 화살-1형을 처음 시험발사한 뒤 수차례 화살-1·2형을 쏘면서 이런 기술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3월 비행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기술 수준을 과시하기도 했다.
해상 발사로 ‘킬 체인’ 겨냥
최근 순항미사일의 발사 플랫폼을 잠수함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위협적이다. 북한은 불화살 개발을 통해 기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70척 이상 잠수함과 잠수정에서도 순항미사일을 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은밀성을 높인다는 의미인데, 군의 3축 체계 중 유사시 발사 원점을 사전에 타격하는 킬 체인을 겨냥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지대지, 잠대지, 함대지로 북한 순항미사일의 발사 플랫폼이 다양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에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을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은 2022년 10월 화살-1형 발사에서 ‘전술핵운용부대들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지난해 3월 김정은의 시찰 사진에선 이 같은 의도가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전술핵탄두 카트리지 화산-31형이 KN-23·24·25 등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화살-1·2형에도 탑재 가능하다는 점이 사진 속 패널로 나타났다.
순항미사일을 둘러싼 북한의 행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의 '허점'과 맞물려 더욱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애초에 2006년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2호 발사로 촉발된 안보리 제재는 탄도미사일 발사만 금지한다. 순항미사일은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 북한으로선 부담없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 최근 북·러 간 군사협력 국면에서 러시아가 기술 이전을 해주기에도 탄도미사일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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