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꿈 짓밟혔다" 1000억 쇼크…김포 사우동 재개발 엎어질 판

이찬규 2024. 1. 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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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일대 19만4000㎡(약6만평) 1조원대 재개발(‘사우스카이타운’) 사업이 1000억원대 사기·배임 의혹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김포 사우동 도시개발사업을 맡은 A 시행사 대표인 김모(74)씨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배임 등 혐의로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재개발 사업 추진 명목으로 1000억원대 원주민(조합원) 땅을 시행사 명의로 빼돌리고, 사업 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A 시행사의 다른 사업에 유용한 혐의다.

경기김포경찰서 전경. 심석용 기자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우동 원주민 500여명이 소유한 1000억원 상당의 토지를 동의 없이 자신이 대표인 A 시행사 명의로 이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해당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 이들을 속였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또 조합비로 사들인 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 중 180억여원을 사우동 재개발과 무관한 A사의 다른 사업에 사용해 지역주택조합에 그만큼 손해를 끼친 데 대해선 배임 혐의로 송치했다.

다만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행사로 토지 소유권을 이전해야 재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된다고 미리 원주민들에게 설명했다”며 사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김씨가 해당 토지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이를 유용할 수 있었던 건 A사가 사우동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사인 동시에 토지를 매입하는 ‘업무대행사’까지 도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조합원 돈으로 추가 매입한 토지 일부를 2019년과 2020년 A 시행사 직원과 특수관계사에 증여해 6000여만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도 두고 있다.

3000여세대로 추진된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A건설사 대표의 사기와 배임으로 무산할 위기에 처했다. 피해자들은 ″1900억원 상당을 피해봤다″고 주장했다. 독자 제공


사우동 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피해 조합원 수만 2700여명, 피해 금액은 1900억원이라고 한다. 이 돈은 A 시행사가 추가 토지 매입 비용으로 가져간 조합비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A 시행사가 재개발 명목으로 손해를 끼친 금액을 합치면 수천억원대”라며 “조합원의 땅과 돈이 어디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수사당국이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푼한푼 모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이 짓밟혔다.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회복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 시행사는 경기도의 다른 지역 재개발 사업에도 참여해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A 시행사가 경기 광명시 구름산지구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의 돈을 다른 사업에 유용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해 A 시행사 관계자 B씨 등을 사기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송치 결과를 통보 받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지금은 할 얘기가 없다. 추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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