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주 ‘슈퍼 주총위크’ 온다

김형민 2024. 1. 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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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5~29일 주요 기업들 주총 열듯
삼성전자·한국앤컴퍼니·포스코 등 주목
행동주의 헤지펀드 활동도 본격화

상장기업 주주들에게 총회 소집일이 통보될 2월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의 주목이 ‘주총 시즌’으로 쏠리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각 그룹 총수의 등기이사 재선임 여부,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오는 3월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전 주총이 3월20일 전후로 열렸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는 3월25~29일이 주총 ‘슈퍼위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수들 ‘사법리스크’, 주총 관전 포인트

올해도 적지 않은 기업 총수들이 ‘사법리스크’ 이슈를 안고 있어 주총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가 주목받는다. 이 회장은 그룹을 이끄는 총수임에도 미등기이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17년 1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됐고 2019년 10월26일 임기가 만료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규정으로 5년간 등기이사가 될 수 없었다. 그러다 2022년 8월15일 광복절 때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재선임이 가능해졌다. 이후 재계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 2022년 11월1일에는 회장 승진과 함께 재선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기업별 3월 주주총회 주요 포인트. 표=이진경

목소리는 최근 들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 등 여파로 반도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올해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위기의식과 이 회장의 역할론이 커진 그룹 사정이 한몫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다시 등기이사가 될 경우 대외적으로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이사회에서 그룹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밝힐 기회를 얻어,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경영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달 5일에 나오는 이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 1심 선고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앤컴퍼니는 이번 주총에서 조현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문제에 대해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재선임되면 단독경영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다. 그는 한국앤컴퍼니 오너가 장남 조현식 고문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나면서 경영권을 지켰다. 다만 서울중앙지법에서 받는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혐의 1심 재판은 그의 거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일에 열린다.

포스코 새 회장 선출·OCI 통합 분기점

포스코그룹은 이번 주총에서 새 회장을 최종 확정한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최정우 회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과정에 있는데 내·외부 인사를 추천받은 후 12명까지 추렸다. 박희재 이사장 등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는 산업·법조·학계 전문가 5명이 참여한 별도의 독립조직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자문단’이 전해온 평가 결과를 최대한 반영해 후보군을 추가 압축했다. ‘쇼트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후보자로 그룹 핵심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재무통인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후추위는 31일 회의를 열어 심층 면접 대상자 명단인 5명의 ‘파이널 리스트’를 공개한다. 이후 후추위는 집중적인 대면 심사를 통해 2월 중 1명을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하고,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주주 승인을 얻기 위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최근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한 OCI는 이번 주총 시즌에 통합 갈림길에 서게 됐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을 통해 지난 12일 그룹 간 통합을 발표했다. 이후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통합에 반발하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며 통합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다음달 7일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한미사이언스의 신주 발행이 불가능해져 양 사 통합이 삐걱댈 가능성이 적잖다. 오는 3월 한미약품그룹 주주총회에선 통합과 관련한 표대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임종윤·종훈 사장의 부인, 자녀들과 임종윤 사장이 소유한 기업 디엑스브이엑스 등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모두 28.4%로 나타난다. 송 회장 측 특별관계인은 가현문화재단(4.9%), 임성기재단(3%) 등을 포함해 35.01%의 지분율로 집계된다.

지난해 3월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총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전자투표·행동주의 펀드, 주주 목소리 확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2020년 3월부터 많은 기업이 주총에 도입해온 전자투표는 올해도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도 최근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지난 1년간 점차 늘었다. 많은 기업이 올해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행동주의 펀드의 무기는 주주제안권이다. 주주제안권은 주주가 총회에서 상정할 의안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로 상장회사의 경우 지분율 1% 이상(자본금 1000억원 이상은 0.5%)만 보유해도 행사가 가능하다. 주총 6주 전에 회사에 주주 제안을 해야 한다. 백유석 파인어스택스앤컨설팅 세무사는 "행동주의 펀드는 그 명과 암이 뚜렷해서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될지, 소액주주의 횡포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기업 성장보다 비용절감이나 고배당 등 단기 수익성을 높이는 입장을 보인다면 우리 자본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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