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직원 1300명, 하마스 연루" 파문…16개국 지원금 끊었다
가자 지구에서 활동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 1300여명이 하마스·이슬라믹지하드(PIJ) 등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다는 이스라엘 보고서로 유엔이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독일 등 서방 국가가 잇따라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가자 주민 230만명에 대한 구호 활동도 위태로워졌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UNRWA 직원 1만3000여명 중 약 10%가 하마스와 PIJ 등 무장단체와 연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측은 UNRWA 직원의 약 절반은 가까운 친척이 무장단체에 소속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중 190명은 군사훈련 등으로 단련된 무장대원이다. 특히 이중 12명은 지난해 10월 7일 무장세력의 집단농장 학살 사건 당시 이스라엘 여성의 납치, 차량 제공, 탄약 지급 등에 직접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이스라엘 측은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 군 당국과 정보기관이 가자지구 작전 중 하마스 측 컴퓨터에서 발견한 조직원들의 명단과 UNRWA 직원 명단을 상호 대조하고, 휴대전화 데이터를 이용한 위치추적과 포로에 대한 심문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작성됐다.
이를 두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 보고서에 대해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6일 이스라엘이 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고, 유엔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10월 7일 새벽 기습에 연루된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고, 형사 기소를 포함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최대 기부국인 미국을 비롯해 영국·독일·캐나다·호주·이탈리아·네덜란드·스위스·핀란드·에스토니아·일본·오스트리아·루마니아·뉴질랜드 등 최소 16개국이 UNRWA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UNRWA 주요 지원국 25개 중 절반가량이 이탈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한국도 UNRWA에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UNRWA 소속 일부 직원의 하마스 테러 공격 연계 의혹에 대해 유엔 차원의 독립 전문가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으로 알려져 관련 동향을 계속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UNRWA 직원들과 하마스 등 무장세력과의 관계가 논란이 되자, UNRWA가 주관하던 가자지구 구호 활동도 위태로워졌다. UNRWA에 따르면 미국 등의 자금 지원이 재개되지 않으면 다음달 말 이후로는 가자지구를 포함한 활동 지역 전체에서 구호 활동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일부 직원의 혐의로 자금 지원이 중단된 것은 충격적"이라면서 "이 기구에 생존을 의존하고 있는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단적 처벌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뉴욕에서 주요 UNRWA 기부국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할 예정이다. 반면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의 지원 재개 여부에 대해 "우선 UNRWA가 신속히 조사해 혐의가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절차를 검토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UNRWA의 중립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책임지고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일부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UNRWA가 전체적으로 하마스의 급진적 이데올로기 안식처인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전부터 UNRWA가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정착을 방해해 분쟁을 지속시키고, 직원들이 무장 공격에 가담했다고 주장해왔다.
UNRWA는 약 60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대상으로 교육·의료·구호 및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엔 기구다. 지난 1949년에 유엔총회 결의로 설립돼 요르단·레바논·시리아·가자지구·서안지구 등 5개 현장에서 약 3만명의 팔레스타인 직원이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초·중등 및 직업 교육과 기초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무력 충돌이나 유혈 사태 시 식료품과 현금을 긴급 지원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에서 고강도 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과의 북부 국경 근처에서도 군사 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30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 배치된 부대가 곧 작전을 시작할 계획이라 병력을 계속 보내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 병력 절반이 죽거나 다쳤으며,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앞으로 몇 달 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 제닌의 한 병원에 숨어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을 꾸미던 하마스 무장대원 3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도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 정치국장은 30일 프랑스 파리 4자(미국·이스라엘·카타르·이집트) 회의에서 제안한 휴전안을 정식으로 받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과 군대 철수"라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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