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뉴스에 나오지만 사실 잘 모르는 평양
[정일영 기자]
2005년 평양을 방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며 나름 열린 마음으로 평양 땅을 밟았더랬다. 하지만 평양에 도착한 순간, 무의식적으로 조작된 평양의 흔적을 찾는 나 자신을 보았다. 저기 저 할머니는 누구의 지시를 받고 서 있는 것일까? 잔디밭에서 꽃을 따며 놀고 있는 저 아이들은 어떤 지시를 받았을까?
서울에서 한 시간 만에 도착한 평양에서 필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나 나오는 뒤틀린 시간과 공간을 체험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의 생각이 뒤틀려 있었는지 모른다. 북한을 연구하는 필자조차도 이럴진대... 평양은 그렇게 서울에서 가장 가깝고, 그리고 가장 먼, 시간과 공간 저 너머의 도시였다.
연구자에게 평양은 분명 매력적인 연구 대상이다. 우리는 종종 평양을 통해 북한을 해석하려 한다. 다만 언뜻 북한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평양을 말하고 있거나, 평양을 말하며 북한을 일반화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평양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북한의 일부이자 전부인 것처럼 다뤄져 왔다.
그런데 평양이 북한을 과대 대표하는 것에 비해 평양을 단일 주제로 한 연구는 생각처럼 많지 않다. 그나마 있는 평양 연구는 평양의 부분, 부분을 쪼개어 북한의 다른 공간과 합쳐 놓기 일쑤다. 평양 연구는 그렇게 뒤죽박죽 정리되지 못한 채 흩어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평양을 연구해야 할까?
평양학 토대연구를 시작하려 합니다
▲ 북한 자료로 본 평양학개론 평양학 교양총서 <북한자료로 본 평양학개론> |
ⓒ 평양학연구센터 |
그렇게 두 번째 걸음으로 기획된 연구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 <평양학개론>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첫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존의 평양 연구가 튼튼한 기초위에 서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평양에 관한 1차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는 두 번째 프로젝트로 흩어져 있는 1차 자료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어려운 환경을 핑계 삼지 말고 현실에서 가능한 평양학 토대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평양과 관련된 1차 자료를 발굴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막상 평양에 대한 1차 자료를 찾아보니 분야별로 편차가 많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분야는 이미 정리된 자료가 있는 반면, 어떤 분야는 한국에서 확인 가능한 자료 자체가 부족했다. 또한 집필진의 역량과 연구 여건의 한계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분야도 적지 않다.
1차 자료의 조각들로 맞춰 본 <평양학개론>
이 연구프로젝트를 주도한 평양학연구회는 30~40대의 젊은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집필진들은 지난 1년 반, 매달 북촌의 다락방에 모여 서로의 연구를 발표하고 토론하며 평양에 빠져들었다. 여러 어려움으로 프로젝트 자체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서로를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했다. 그렇게 첫눈 내린 들판에 길을 만들어 간다는 나름의 사명감으로 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책은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에서는 이 연구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였으며 2장과 3장에서는 남한과 북한이 평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4장과 5장은 평양의 정치를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와 평양의 주요 정치·행정 엘리트에 관한 1차 자료를 통해 알아보았다. 6장과 7장에서는 평양의 경제를 시장과 기업과 관련된 1차 자료를 통해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8장과 9장에서는 평양의 역사유적과 확인 가능한 시기별 주요 통계 자료를 정리하였다.
이 연구는 흩어져 있는 평양에 관한 1차 자료들을 발굴하고 정리하는데 초점을 맞춰 진행하였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평양학 토대연구를 위한 1차 작업에 가깝다. 이 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통해 본격적인 평양학 토대연구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수행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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