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낙인 NO' 당신은 감염 질환을 제대로 아시나요?
우리는 누군가가 '감염병'에 갈렸다고 하면, 감염 확산을 막는단 이유로 감염자를 소외·고립시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때론 그 사람이 무언가 큰 잘못을 해 감염병에 걸렸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감염질환은 공포의 대상도 아니고, 낙인찍어 차별할 이유도 없는 질환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 한 때 '20세기 페스트'로 불렸던 HIV바이러스 감염증은 만성질환이 됐고, 최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도 몇 년 만에 미지의 감염병에서 공존할 수 있는 감염병이 됐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감염질환인 코로나19와 HIV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코로나19 팬데믹은 모든 국민이 고통과 그 결과를 모두 함께 나눠야 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의 가장 앞에서, 그중에서도 중환자 진료를 했다. 건강하게 퇴원한 환자들을 생각하면 뿌듯함을 느끼지만,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까운 결과를 전해야 했던 고통과 괴로움은 상당히 오래갈 것 같다.
-코로나19는 엔데믹 시대다. 엔데믹은 어떤 의미인가?
정부가 지난 8월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끝났다 또는 사라졌다, 더는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선언이 아니다. 팬데믹때처럼 단시간에 감염이 이뤄져 많은 희생이 일어나는 상황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일정한 부담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질병이 되었다는 의미다.
백신접종과 자연감염 등을 통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와 치명률이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여전히 80대 이상 고령층에선 치명률이 매우 높고, 면역저하자, 만성질환자 등에겐 위험한 질환으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코로나19 검사가 유료화됐는데, 엔데믹 시대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하나?
정책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검사 유료화로 진단 접근성이 떨어졌다. 중증 또는 사망 위험이 큰 고위험군은 빠른 진단체계가 필요하다.
60세 이상, 12세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은 열이 나면서 기침, 가래, 콧물이 두통과 같은 상기도 감염 증상이 1~2일 지나도 호전되지 않을 경우, 빨리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사람은 이런 증상들이 48~72시간 정도 지속되다 저절로 호전되기도 하나, 고위험군은 그렇지 않다. 현재 인플루엔자 등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기에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감별진단을 받아보길 강력히 권한다.
-코로나19 치료제도 유료화를 앞두고 있다. 대증치료제보다 환자부담이 훨씬 큰데도 필요할까?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치료 전략은 고위험군에 항바이러스제를 적극적으로 투여해 중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항바이러스제 금기증이 있는 게 아니라면 항바이러스제 투약을 권고하는 게 낫다고 본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증상이 가볍거나 면역저하 상태가 심하지 않다고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사례가 늘고,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큰 틀에서 손해라고 생각한다. 고위험군에서는 현재 활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국내외 여러 연구를 보면, 확진자 중에서도 고위험군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했을 때 중환자 진행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사망자 발생 비율 역시 감소한다. 항바이러스제의 투여는 고위험군에서 여전히 유효한 치료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HIV 바이러스 감염증과 그로 인한 에이즈이다. 1930~1940년대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1990년대까지도 HIV나 에이즈는 '걸리기만 하면 죽는 병'이었다. 치료제도 없어 그런 상황이 수십년 지속됐다.
그러던 중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 여러 개를 섞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HIV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걸 예방하며, 면역력 저하됐더라도 그로 인해 감염병에 걸려 사망하는 걸 막을 수 있게 됐다. 항바이러스제를 안정적으로 복용하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걸 이해하게 되면서 2000년대에는 더욱 개선된 항바이러스제들이 개발됐다. 과거엔 하루에도 최소 서너번 약을 복용해야 했으나, 최근에 개발된 약들은 하루 한 번만 먹어도 된다. 복용이 편리해져 치료순응도가 좋아졌고, 이제 HIV 바이러스 감염증과 에이즈는 약만 잘 복용하면 잘 조절되는 만성질환으로 볼 수 있다.
-HIV 항바이러스제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 건가?
유럽에서 발표된 연구를 보면, 20대 초반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잘 복용하면 적어도 50년 이상 살 수 있다. 실제로 HIV 바이러스 감염증 및 에이즈 환자들에게 이를 조절하는 건 당뇨나 고혈압보다 쉽다고 얘기한다. 그 정도로 효과 좋은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있다. 고혈압, 당뇨는 약물사용 외에도 식이, 운동 등을 골고루 해야만 병이 조절되는데 HIV 바이러스 감염증과 에이즈는 약만 잘 복용하면 된다.
전 세계적인 통계를 봐도 항바이러스제가 공급되는 국가는 HIV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인구는 점점 줄고, HIV 바이러스를 갖고 살아가는 감염인은 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치료 의지를 접거나 다른 사고, 질병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사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타인 감염 위험도 사라지나?
HIV 항바이러스제 사용 목표는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억제하는 것이다.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정액 등 우리 몸의 다른 체액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다. 정액 등 다른 체액에서 검출되지 않을 정도가 되면 실제로 전파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치료제를 계속 복용한 임신부 HIV 감염증 환자에서 태어난 아이를 봐도,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거의 없다.
치료제를 잘 복용해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질환 전파가능성을 없애면 우리 모두의 일상 속 제한이 줄어든다. 전체적인 유행이 축소되면, 질환 전파도 감소해 신규 환자가 늘어나는 걸 막는 효과도 있다.
-HIV 감염증처럼 경각심을 갖고 관리해야 하는 또다른 감염질환이 있을까?
결핵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10여년 정도 결핵관리를 위해 많은 투자가 이뤄지면서 결핵환자 발병률은 절반까지 줄었으나, 코로나19 펜데믹이 끝나면서 다시 환자가 증가세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결핵 예방과 관리, 치료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리하면 된다지만, 여전히 감염질환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감염질환에 대한 차별과 낙인은 어떤 문제를 일으키나?
감염병이 사회적인 낙인효과를 일으킨 사례는 오랜 옛날부터 매우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경에도 등장하는 한센병이다. 한센병 환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효과는 몇 천 년 동안 지속됐었다. 결핵도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전파 차단이 용이하고, 치료도 잘 되는 병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사회적 차별이나 낙인효과가 있던 사례는 그 외에도 많다. 가장 최근에는 '엠폭스'라는 병이 유행하면서 특정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낙인효과가 발생한 경험이 있었다.
코로나19 유행기간에도 감염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효과가 발생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해 사실상 전 국민이 감염되기 전까지 그러했었다. 감염병 확산을 줄이기 위한 감염자 동선 추적과 접촉자를 찾는 과정이 이들이 무언가 잘못한 것처럼 분위기를 형성해 안타까웠다.
경험한 것처럼 감염병에서 사회적인 낙인 또는 차별이 발생하면, 감염자 또는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숨는 상황이 생긴다. 이들이 숨게 되면 빠른 진단은 어려워지고, 빠른 진단이 어려워지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가 일어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 위험에 노출된 사람의 경우,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돼 감염병 치료 결과가 나빠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즉,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나 차별은 감염병 진단을 지연시키고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해 유행을 확산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항상 감염병을 대응할 때는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이 없도록 대응체계를 정돈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신종 감염병이 새롭게 들어오고 유행한 사례들은 매우 많다. 대표적인 질환이 장티푸스와 콜레라다. 과거 기록을 보면, 감염자가 격리되고 차별받았고, 회복된 후에도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거나 쫓겨난 사례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정도나 방법의 차이일 뿐이지 차별이 존재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감염병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병이다. 감염된 사람은 보호해야 하고, 감염 위험 고위험군의 감염 차단을 위해선 사회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감염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생기는 질병의 하나일 뿐이다. 질병으로 다른 사람을 차별할 수 있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
-사회적으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일단 감염병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자료가 생성되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담은 자료 생산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질병관리청과 같이 감염병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부처에서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만들어 사회에 공급할 필요가 있다. 의료전문가들 역시 적극적으로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데 나서겠으나, 이를 위해선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 등이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교육이다.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감염병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과정을 통해 감염병이 무엇이고, 감염병에 걸린 사람에 대한 차별이나 낙인이 발생하지 않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사회가 충분히 가르쳐야 한다.
감염병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나 가짜뉴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자료, 차별과 낙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자료의 유통과 공급도 보다 적절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감염병 환자가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면 빠른 진단이 어려워지고, 치료 순응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뚱뚱한 사람이 정상 체중보다 감염질환 사망률 낮다"
- "감염질환 겪으면 청소년기 학업 능력 떨어진다"
- 코로나 때문? 주요 감염질환 작년 대비 43.7% '뚝'
- 남편 몸에서 고환 아닌 '자궁' 발견, 경악… 中 부부 사연 들여다 보니?
- 실손보험금 쏠림 현상 심각… 상위 4%가 보험금 65% 챙겼다
- 난임치료 지원 확대… 첫째 출산 했어도 난임 시술 보험적용
- 운동 ‘이렇게’ 하면… 건강 얻어도 머리카락 잃는다
- 벌써 방어 횟집에 줄이… '이것'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
- 수능 끝나고 ‘이 증상’ 겪는다면, 꼭 쉬어가라는 신호
- “부기 빼주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욕실서 스타들이 하는 ‘관리법’,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