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차만 자꾸 불나지"...8만대 리콜 이끈 소방관의 눈썰미

최모란 2024. 1. 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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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SM3 엔진룸. 브레이크 잠김 방지(ABS) 모듈에 연결된 접지 배선 불량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021년 4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30분 만에 꺼졌다. 차량 한 대가 전소되고 주차장 내부가 분진과 매연에 휩싸였다. 화재가 시작된 곳은 주차돼 있던 르노코리아 자동차의 SM3 차량이었다. 차주는 “시동을 켰는데 엔진 쪽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꽃이 치솟았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불이 난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자 당시 의왕소방서 화재조사분석관으로 일하던 양원석(44) 소방장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양 소방관이 바로 SM3 특정 차량 부품이 화재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지난 26일 국토교통부의 8만3500여대에 이르는 SM3 차량 리콜(자발적 시정조치)를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3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양 소방관은 지하주차장 화재 이후 용인소방서 화재조사분석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6월과 9월에 두 건의 비슷한 차량 화재 사건을 담당하게 됐다. 두 사건 모두 르노코리아 자동차의 SM3 차량 화재였고, 차주들은 “엔진에서 불꽃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2021년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사건과 판박이였던 것.

양 소방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직업적 특성 때문에 당시 화재 원인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같은 차량에서, 똑같은 사고가 나서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양 소방장은 2014년 1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경기도에서 발생한 SM3 차량 화재 17건을 전수조사했다. 화재 발생 차량은 2005~2016년도 생산된 차들로 모두 브레이크 잠김 방지(ABS) 모듈에 연결된 접지에서 배선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양 소방장은 즉시 한국교통안전공단에 해당 차량의 결함 보상 검토를 요청했다.

경기 용인소방서 양원석 소방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토교통부도 양 소방장이 보낸 화재현장조사서와 기술분석 등 자료를 토대로 검토에 돌입했다. 해당 차량 접지 배선 불량으로 수분이 모듈 내부로 유입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005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제작된 SM3 8만3574대 전체에 대해 26일부터 리콜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용인소방서에 공문을 보내 “자동차 화재 예방을 위한 적극적 협조에 감사하며, 향후 결함이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정보 공유와 공동 조사에 협력해 달라”며 양 소방장의 공로를 인정했다.

양 소방장은 “의심을 품고 진행한 화재 조사가 차량 결함 확인에 이어 정부에서 대규모 리콜까지 결정해 화재조사관으로서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정확한 화재 원인 분석을 통해 화재를 예방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양 소방장에 대한 포상을 검토하고 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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