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학자의 눈에 비친 네팔

강재규 2024. 1. 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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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을 이용하여 대체에너지를 생산한다면

지난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9박 10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합니다. <기자말>

[강재규 기자]

롯지에 난방 시설을 하면 어떨까?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네팔 히말라야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았다. 물론 히말라야 고산지대 높은 봉우리들은 만년설을 이고 있어서 사계절이 겨울임은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3,200미터에 위치한 데우랄리 롯지 아래까지는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트레킹을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면서 그런 트레커들을 꽤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네팔 산중의 롯지들은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아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는 많이 추웠다. 히말라야 산중에는 물론 나무들이 울창했지만 화목으로 난방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해발고도 4,130m)에는 전압은 약해 보였지만 전기가 들어와 있었다.

트레킹을 하면서 지름이 상당한 크기의 쇠파이프를 목격할 수 있었다. 계곡에 흐르는 물의 수압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하는 소규모 수력발전 시설들이었다. 네팔의 계곡물은 겨울에도 얼지 않아 터빈을 돌려서 충분히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팔의 소규모 수력 발전 시설 계곡의 물을 당겨 소규모 수력 발전을 하고 있다.
ⓒ 강재규
 
그런데 지난번 트레킹을 하면서 태양광 시설이나 풍력 시설은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네팔의 긴 우기 탓인지, 아니면 자본의 부족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건기에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으니 태양광의 효율성은 꽤 크지 싶다. 우기에는 풍부한 계곡의 물을 활용해 수력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가 아니라, 네팔이 가진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수력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대체에너지를 생산한다면 네팔의 환경도 지키면서 네팔 국민의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환경법 강의를 20~30년간 해 오고 있고 환경단체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산이 높고 골이 깊은 지역에서는 소규모 수력발전으로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네팔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지리산 계곡이나 강원도 계곡 같이 겨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계곡물이 얼더라도 물을 어느 정도 가두어 두면 충분히 얼지 않은 물을 활용해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발전한 전기를 활용해 네팔의 롯지에 난방 시설을 설치한다면, 더 많은 트레커들이 네팔을 찾게 될 것이고, 관광 수입도 늘어나 네팔 국민의 삶의 질도 덩달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세계 각지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네팔을 찾는 사람들은 아마도 지구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네팔의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기를 바라는 수준 높은 세계 시민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관광객이나 트레커들이 가져와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 예를 들면 핫팩의 내용물이나 타지 않는 알루미늄 호일 등 많은 쓰레기가 그대로 태워지거나 버려질 것이다.

트레킹을 하면서 롯지와 롯지 사이에 소규모 소각장과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속에는 비닐 등이 버려져 있었고, 현지인들이 불을 붙여 태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히말라야 원생자연의 맑은 공기 속에서 쓰레기 태우는 모습이나 냄새는 지극히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 그 자체였다. 히말라야의 환경을 위해서,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슬기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카트만두의 오염된 하천
 
▲ 카트만두의 오염된 하천 카트만두를 가로지르는 하천이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 강재규
   
차를 타고 시내를 달리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가로지르는 썩은 하천을 보았다. 하천이 아니라 시궁창이란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았다. 물고기와 같은 수생생물의 서식이 불가능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들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온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켜보는 나의 마음도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네팔의 2021년 1인당 GDP는 1,236$로 세계에서도 빈국에 속하는 나라이다. 그런 나라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의 오염을 걱정하고 그 해결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지 모른다.

네팔 국민을 흉보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그랬던 적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심을 흐르는 하천은 강이라 할 수 없는 시궁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물새들이 찾는 곳으로 변했다. 네팔 국민도 머지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에 나서게 될 것이다.
 
▲ 네팔의 화장실 이 사진은 네팔 소수민족 구룽족의 마을인 향자곳 홈스테이를 위해 찾았을 때 촬영한 화장실 모습이다.
ⓒ 강재규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에 들린 롯지의 대부분의 화장실은 수세식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네 화장실과는 달리 용변을 본 후 뒤처리를 위한 작은 수도꼭지가 달려 있었다. 그렇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서 용변을 보는 경우는 옆에 물통이 놓여져 있고, 거기에 담긴 물로 뒤처리를 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처리된 배설물이 물에 씻겨서 내려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했다. 깨끗한 히말라야 계곡의 물과 토양을 오염시킬 수도 있는 문제이니까. 트레킹 후에 카트만두 제이빌 여행사 홈 나트 사장에게 물었더니, 네팔에서도 정화조를 땅에 묻어서 넘치는 물은 땅으로 스며들게 하고, 나머지는 별도로 처리를 한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은 폐쇄된 사회가 아니라 정보화가 보편화된 열린 사회이기에 사람들의 인식변화도 옛날같이 더디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목격한 네팔 사람들도 많은 이들이 핸드폰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우리가 변화했던 속도보다는 더 빨리 변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들에게 힘이 부친다면 사정이 나은 지구시민이 함께 나서 손을 내밀면 될 것이다. 히말라야는 네팔인만의 것이 아니라 지구인, 나아가 지구 생태계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환경법학자인 필자의 눈에 비친 네팔의 환경문제에 대한 고뇌와 해법을 제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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