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방경제 발전에 당·정·군 총동원…"실패 땐 간부 책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심 권력기관인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내각을 앞세워 지방경제 발전사업을 책임질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방공업 재건을 위한 공장 건설에 군 병력을 동원하라고 지시(23~24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한 데 이어 당과 내각의 주요 간부들까지 투입하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는 스스로도 "한심하다"고 개탄한 지방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동시에 그만큼 도시와 농촌 간 경제 격차와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노동신문은 "지방발전 20×10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정식 사업에 착수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지방발전 20×10은 김정은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우리나라의 국회 격)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지방 경제대책으로,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주민 생활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추진위에는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를 비롯해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정근 부총리, 당 경제부장인 전현철 비서, 이히용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지방경제 발전 사업에 권력의 핵심인 당·정·군을 모두 동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방과 도시의 격차를 더는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인식을 반영한 용인술로 보인다"며 "과거와 다른 수준에서 지방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성과를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추진위의 역할과 관련해 "당 중앙의 지방 발전 정책에 입각하여 새로 일떠서게 될 지방공업 공장들에 대한 설계, 시공 등 공사추진 정형과 원료기지 조성 사업을 통일적으로 장악 지도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간부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김정은식 '위임통치'의 전형적 방식으로 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 자체에서 기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노선 변화가 동반하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정책 실패의 책임은 간부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 당국이 군을 동원해 공장을 건설한다고 해서 낙후된 지방경제 수준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권 붕괴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경공업을 비롯한 제조업 전반의 토대가 무너졌고, 철도·도로·전력 등 산업 인프라는 물론 원자재 공급망까지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8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더해 올해 과업까지 추가된 상황에서 지방에 공장을 건설·운영하는 데 충분한 재정이나 자재·설비 등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 "전형적으로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과 중국이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설맞이 친선 행사를 4년 만에 재개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2024년 조중(북·중) 친선 설 명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공산당 요녕성(랴오닝성)위원회 상무위원인 선전부장 류혜안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료녕성 문화대표단이 29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거래를 통해 러시아와 급속도로 밀착한 데 이어 중국과도 올해 수교 75주년을 동력으로 삼아 북·중·러 연대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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