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춤을 출 수 있는 사이, < 닥터슬럼프 > 박신혜와 박형식

이마루 2024. 1. 3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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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곧바로 같은 춤을 출 수 있는 사이. <닥터 슬럼프> 의 박신혜와 박형식이 그려낸 사랑.
「 오늘을 행복하게, 박신혜 」

Q : 뭘 계속 드시네요? 의외예요

A : 저는 잘 먹어서 탈이에요(웃음).

Q : 오늘 화보 촬영은 어땠나요

A : 재밌었어요. 혼자만 찍다가 오랜만에 커플로 촬영하니까 활기차고 좋아요. 커플 화보는 ‘시지프스: the myth’가 마지막이었어요. 그동안 공백기였으니까.

원피스와 워머, 슈즈, 네크리스는 모두 Chanel.

Q : 그때도 〈엘르〉와 함께였죠. 〈닥터슬럼프〉를 통해 3년 만에 복귀하는 마음은 어떤가요. 긴장되나요

A : 어떤 작품이든 시작할 때 오는 긴장감이 있는데, 딱 그 정도인 것 같아요. 원래 드라마를 2~3년에 한 편씩 했어요. 영화와 번갈아가며 2~3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제 입장에선 자연스러워요.

Q : 〈닥터슬럼프〉에서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마취과 의사 남하늘을 연기했습니다. 시나리오 첫인상이 어땠나요

A : 일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 잘 읽혔어요. 저 역시 많은 사람과 부딪치는 직업이다 보니 늘 관계 속에서 주눅 들고 힘들어하는 하늘이에게 더 애착이 갔어요.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어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마음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죠. 그런 시기를 대단한 사건으로 극복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이나 소소한 습관에서 힘을 얻어나가는 이야기예요. 하늘의 경우 소울푸드 같은 떡볶이로 위로받죠. 그리고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정신과 가는 걸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잖아요? 우리 드라마가 그런 인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 요즘 우리 사회가 잔뜩 화가 나 있는 것 같은데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군요

A : 맞아요. 그 부분에 공감이 가서 선택한 작품이기도 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떻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못지않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도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화를 삭이고 차근차근 걸어가보자’ 말하고 싶었죠.

박신혜가 입은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Akris. 링과 이어링은 모두 Trencadism. 박형식이 입은 재킷과 톱, 팬츠는 모두 Dries Van Noten.

Q : 우린 왜 이렇게 다들 화가 나 있을까요

A : 서로가 서로를 비교하는 사회를 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SNS를 통한 비교 문화가 열등감을 낳기도 하고요. 저도 인간인지라 그런 것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도 있어요. 배우는 또 매 순간 비교당하고 평가받는 직업이잖아요? 그 속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닥터슬럼프〉 대본 보면서 나에게 빗댄 부분도 있었어요.

Q : 드라마 찍으면서 찾은 해답이 있나요

A : 안 되는 건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것.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 전 어릴 때부터 내 것이 아닌 것에 포기가 빨랐어요. 미련이 남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불킥’을 할지언정 앞만 보고 걸어가려는 편이죠.

Q : 지나간 일에 후회가 큰 스타일은 아니군요

A : 후회는 해요. 다만 그런 후회와 미련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박신혜가 입은 셔츠는 Maison Margiela. 박형식이 입은 셔츠와 재킷, 티셔츠는 모두 Bottega Veneta.

Q : 〈상속자들〉 이후 다시 만난 박형식 배우는 11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A : 그때 형식 씨가 정말 바빴어요. 해외 투어하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촬영장으로 오곤 했는데, 그 바쁜 와중에 대사는 어떻게 외우는지 신기할 정도였죠.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는 걸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만난 형식 씨는 역시나 성격이 좋아요. 나긋하고, 타인의 의견을 잘 수용해 주고. 호흡도 잘 맞아서 편했어요.

Q : 〈닥터슬럼프〉에서 교복을 입더군요. 13세에 데뷔해 나이보다 성숙한 인물 연기를 자주 보여줬는데, 이젠 거꾸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연기하네요

A : 회상 장면 때문인데, 교복 신이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어요. 이젠 교복을 그만 입어야 하는데, 언제까지 과거 신이 나오려나…. 교복 입으면서 ‘현타’가 많이 왔어요(웃음). 보조 출연자로 온 중고등학생 친구들을 보면 너무 ‘아기’인 거예요. 아, 그만 입어야겠다 싶었죠.

Q : 다시 유년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나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여전히 배우가 됐을 것 같은가요

A :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셔츠와 재킷, 이어링은 모두 Bottega Veneta.

Q : 다시 겪겠다는 의미군요

A : 네. 다시 겪겠다! 어릴 때부터 저는 연기가 재밌었어요. 부수적인 일로 상처받은 적은 있었지만, 적어도 연기가 저를 괴롭히진 않았어요. 현장이 좋았고, 내가 뭔가를 표현하고 만들어간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꼈죠. 그때는 또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았거든요. 그저 ‘연기가 너무 좋아, 현장이 너무 재밌어!’ 이랬어요. 그러다 촬영현장이라는 게 마냥 재밌는 곳만은 아니란 걸 느끼면서 달라졌죠. 그런 생각을 한 게 20대 중반. 책임감에 눈뜨면서였어요.

Q : 작품을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도 생겼을 테고요

A : 네. 생각해 보면 다행이에요. 그게 부담인 줄 어릴 때는 몰랐어요. 아마 일찍부터 알았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렇게 20대 중반이 지나면서 연기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 실제로 그때부터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어요. 좀비물 〈#살아있다〉, 스릴러 〈콜〉, SF 미스터리물 〈시지프스〉로 스펙트럼을 확장했는데요. 어떤 계획으로 움직인 걸까요

A : 의도도 있었는데, 그 시기에 다양한 작품이 또 자연스럽게 찾아왔어요. 제가 원하는 작품과 들어온 작품의 ‘쿵짝’이 잘 맞았던 거죠.

Q : 올해 해외 팬 미팅도 한다고요. 해외에서까지 이렇게 오래 사랑받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A : 너무 감사하죠. 몸둘 바도 모르겠고요. 실은 ‘내 나이가 있고, 어리고 예쁜 친구도 많으니 해외 팬 미팅은 못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하자!”길래 ‘이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약간 멍했어요.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도 있지만,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도 느꼈죠.

박신혜가 입은 셔츠와 타이, 재킷과 팬츠, 이어링은 모두 Bottega Veneta. 박형식이 입은 재킷과 톱, 점프수트와 이어 커프는 모두 Givenchy.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박신혜 상대역은 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로맨스 케미스트리가 훌륭한 배우로 통합니다. 그건 상대 배우에 대한 포용력이 좋아서일까요, 캐릭터를 세심하게 다루기 때문일까요

A : 늘 시청자들이 나에게 감정이입해서 상대를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로맨스 드라마의 주 시청자는 여성이라 그 부분이 잘 살수록 드라마가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내가 특별히 뭔가를 했다기보다 호흡을 맞춘 배우 모두 시청자들이 ‘심쿵’할 만큼 연기를 잘한 이유가 큽니다.

Q :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요

A : 〈미남이시네요〉를 꼽자니 〈상속자들〉이 있고. 〈상속자들〉을 꼽자니 또 〈닥터스〉도 있고…. 주기가 뭐랄까? 망망대해에 일렁이는 파도 같아요. 어느 날은 잔잔하고, 어느 날은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어느 날은 예쁘게 일렁이는 파도처럼요.

Q : 사람이든 관계든 감정이든 어떤 가치든, 세상에서 희미해진 것 중에 심폐 소생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 지구. 지진 · 해일 · 폭염 등 부쩍 늘어난 자연재해를 보면서 심폐 소생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참 아이러니한 게 저희는 보여주는 직업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새로운 시즌이 올 때마다 새 옷을 입는데, 그 옷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발생하죠. 이런 모순을 모르진 않아요. 다만 모순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제의식을 놓지 않으려고요.

Q : 요즘 박신혜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

A : 추상적인데… 오늘이요. 이렇게 화보 촬영하고, 인터뷰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해요. 오늘이 있어야 모든 게 있는 것 같거든요. 오늘이 무사해야 내일이 와요. 내일은 또 오늘이 되고. 오늘 불행해도 내일을 맞이하는 오늘이 또 좋으면 돼요. 그래서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 자연스러운 위로, 박형식 」

Q : 1년 전 〈청춘월담〉 인터뷰로 만났을 때 “2023년 새해를 맞으면서 본인에게 한 약속이 있냐”고 물으니 “굉장히 즉흥적이라 스스로와 약속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A : 그 약속에 얽매이면 부담 될 것 같아서요(웃음). 그런데 여전히 뭔가를 계획하거나 목표를 세우지 않아요.

Q : 작품 선택도 직관적인 편인가요

A : 많은 생각을 하다가도 결국 제가 재밌게 읽은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읽을 때 술술 넘어가는 책이 있거든요. 〈닥터슬럼프〉도 그랬죠. ‘슬럼프’라는 주제에 너무 공감이 갔어요.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저는 누구나 번아웃과 슬럼프를 겪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모두 그렇게 살고 있구나’ 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니트와 셔츠는 모두 Hermès.

Q : 주인공 직업이 의사여서 메디컬 드라마 성격이 강할 줄 알았는데, 병원이 주된 배경은 아니라고요

A : 메디컬 드라마였다면 선택할 때 고심했을 거예요. 로펌이 배경이었던 〈슈츠〉 등을 통해 이미 전문직 캐릭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맛봤거든요(웃음). 〈슈츠〉 때는 영어 대사도 많아서 어찌나 고생했는지. 〈닥터슬럼프〉는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끌렸어요.

Q : 여정우는 인생 상승 곡선만 달리다 브레이크가 제대로 걸린 인물이에요. 당신은 어떤가요? 겉으로 보기에 박형식의 인생 그래프는 우상향인데, 본인이 느끼는 그래프는 또 다르겠죠

A : 주식 그래프로 따지자면 상한가를 친 적 없이 작은 물결을 그리며 온 것 같아요. 한 번쯤 상한가를 쳐보고 싶지만, 계속 이렇게 왔죠.

Q : 하한가였던 적도 없습니다만

A : 그래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배우로서 욕심인 거죠. 한 번은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웃음). 기대만큼 되지 않았을 때 ‘괜찮아, 또 하면 되지’ 스스로 위로하고 실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대미지가 조금씩 쌓였나 봐요. 그런 나를 건강하게 컨트롤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 어떻게 컨트롤하나요

A : 제가 단순해요. 뒤끝 없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저를 잘 지키는 것 같아요.

박형식이 입은 재킷과 니트, 톱과 팬츠, 박신혜가 입은 재킷과 셔츠,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Q : 박신혜 배우와 재회해서 〈상속자들〉이 다시 언급되길래 인터뷰 앞두고 다시 봤어요. 그때 명수(박형식)가 유행시킨 게 있었죠

A : (브이자를 그리며) “데헷~!”

Q : 이걸 눈앞에서 보다니(웃음)

A : 김은숙 작가님이 직접 요청하신 대사와 포즈였어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포즈라면서 ‘짤’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데헷, 데헷” 하며 다녔는데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습니다.

Q : 〈상속자들〉이 방영됐던 2013년은 연기를 막 시작할 때였잖아요?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A : 2013년은 제게 바쁜 해였어요.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하면서 투어도 하고, 뮤지컬까지 하니까 쉬는 날이 없었죠. 그런 상황에서 〈상속자들〉 촬영장을 오갔는데, 내 분량이 많진 않아서 촬영이 잡혀도 하루 한 신 정도였어요. 가서 “안녕하세요! 데헷, 데햇” 하다가 감독님 오케이가 떨어지면 “고생하셨습니다!” 하고 바로 현장을 떠나니까 (이)민호 형도 (김)우빈 형도 다들 “뭐야? 바로 가는 거야? 완전 할리우드네~” 막 이러고(웃음). 현장에 머물며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Q : 박신혜 배우와는 이번에 본격적으로 추억을 만든 셈인데, 가까이서 본 박신혜는 어떤 배우인가요

A : 그땐 내 연기를 하는 데 급급해서 다른 걸 볼 여유가 없었어요. 이제야 누나 연기를 제대로 본 셈인데, 감탄했어요. 가령 저는 감정 연기가 힘들거든요? 감정에 몰입해서 꺼내기까지 복잡한 빌드업 과정을 거쳐야 해요. 그런데 누나는 버튼 누르면 나오는 것처럼 감정을 ‘팍’ 꺼내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게 기계적인 것 같지도 않아요. 그런 경지를 눈앞에서 보며 많은 걸 배웠죠.

Q : 내 연기를 하는 데 급급했던 시기를 지나 현장 전체가 보이기 시작한 건 언제인가요

A : 그게 진짜 얼마 안 됐어요. 제대하고 나서인데 군대가 영향을 준 것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제가 현장에서 조급해하지 않더라고요.

박신혜가 입은 셔츠와 스커트, 슈즈는 모두 Maison Margiela. 박형식이 입은 재킷과 셔츠, 티셔츠, 타이, 벨트, 팬츠와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Q : 현장이 보이면 어때요? 많은 게 보이면 계산이 더 많아질 수도 있고, 더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A : 현장이 더 편해졌달까요. 상대가 확실히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피드백을 줄 수도 있고, 호흡을 맞춰가는 재미도 늘었어요.

Q : 기쁨과 슬픔, 외로움, 두려움, 좌절…. 이 중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정이 있다면

A : 감정이 지닌 이면을 생각하는 편이에요. 가령 정우는 늘 밝아요. 힘든 일을 겪었는데도 밝은 정우가 누군가에겐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저런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웃을 수 있지?’ 그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웃는다고 그 사람에게 아픔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아픔이 있다고 해서 계속 우울해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 마음을 너무 잘 알다 보니 정우가 나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정감 가고,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Q : 그러고 보니 진짜 감정을 잘 숨겨야 하는 직업이네요. 연기할 때, 실제 감정과의 간극이 힘들지는 않나요

A : 아! 그건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마인드예요. 실패하는 순간 ‘프로가 아니다’라고 생각해서 제 감정과 일은 철저하게 분리하려고 노력합니다.

톱과 재킷, 이어 커프는 모두 Givenchy.

Q : 사람이든 관계든 감정이든 어떤 가치든, 세상에서 희미해진 것 중에 심폐 소생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너무 결과론적인 세상이 돼버린 것? 옛날에는 누군가 실수해도 술 한잔 사주면서 “할 수 있어”라며 끌어주고는 했어요. 그런데 이젠 받는 사람도 원하지 않아요. ‘누가 끌어달랬어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상대도 굳이 손 내밀지 않고요. 이젠 실수하면 그걸로 판단 끝! 정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워요.

Q : 남하늘을 가리켜 ‘그 시절 내가 극도로 혐오했던 소녀’라는 정우의 내레이션이 있어요. 조금 변형해서 질문하면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을 싫어합니까

A : 무례한 사람. 나름 제가 이해심과 포용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간혹 그 선마저 넘을 때가 있어요. 그런 사람을 미워하진 않지만 내 인생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Q : 현명하네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가 들어가고 힘드니까요

A : 맞아요. 그런 시간은 나를 위해서도 좋지 않아요.

Q :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은

A : 저는 사람을 좋아해요. 사람마다 각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박)보영 누나랑 〈힘쎈여자 도봉순〉 찍을 때였어요. 저희가 사랑스럽게 보였는지 감독님이 “둘이 뭐 있는 거 아니야?” 이러는 거예요. 그러자 보영 누나가 “감독님! 형식이는 감독님도 이렇게 꿀 떨어지는 눈으로 봐요. 얘는 박애주의자가 확실하다니까요.” 그때 알았죠(웃음). 내가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박신혜가 입은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Akris. 박형식이 입은 재킷과 톱은 모두 Dries Van Noten.

Q : 주연 배우로서 현장에서 ‘책임감’과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책임감과 존재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처할 것 같나요

A : 개인적 기준은 그래요. 책임감이라든지 연기 외에 생각해야 할 것들은 현장에서 하면 안 된다고요. 그런 건 개인 공간에서 마무리해야지 연기 외의 것들을 현장에 가지고 오면 생각이 엉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만들어져요. 대신 연기에 집중하고 집에 돌아와 하루를 복기하면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반성도 하고.

Q : 배우관이 뚜렷하군요

A : 정답은 아니지만, 저에겐 도움이 되더라고요.

Q : 지금 박형식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A : 친구들요. 저에게 소중한 존재거든요. 소중할수록 잘 지켜야죠. 그리고 건강. 신체 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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