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판잣집 살면서도 고향 사랑…제주에 452억 보낸 그들 사연

김준희, 최충일 2024. 1. 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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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8일 일본 도쿄 정양헌에서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가 주관한 신년 인사회에서 오영훈(가운데)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제주 주요 기관장 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주도


재일제주인 주관 신년 인사회 참석


새해 첫머리에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제주 주요 기관장이 일본에 총출동했다. 101년 전 일제 강점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제주인의 헌신과 기부 덕분에 제주가 발전한 데 대해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3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오 지사는 지난 27과 28일 각각 도쿄 정양헌과 오사카 제국호텔에서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관서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가 주관한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이 행사엔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과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김일환 제주대 총장, 강병삼 제주시장, 이종우 서귀포시장, 양문석 제주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동참했다.

이날 오사카시 이쿠노구(生野區)에선 '제주-오사카 직항로 개설 100주년(지난해 기준)'을 기념해 대형 돌하르방 한 쌍 기증·제막식도 열렸다. 이 돌하르방은 100년 전 제주와 일본 오사카를 잇는 연락선 군대환(君代丸·기미가요마루) 취항을 기념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직접 제작해 갖고 왔다.

재일조선인 고 최양일 감독의 영화 '피와 뼈'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영화


1923년 제주-오사카 항로 개설


해마다 제주 주요 기관장들은 연초에 일본을 찾는다. 제주 발전에 기여한 재일제주인 공로와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1923년 제주와 오사카를 정기적으로 잇는 제판(濟阪) 항로가 개설되면서 제주인의 일본 대이주가 시작됐다. 일제 강점기 부산에 시모노세키를 잇는 관부(關釜) 연락선이 있었다면, 제주엔 오사카를 오가는 제판(濟阪) 연락선이 운영됐다. 재일교포 고(故) 최양일 감독 영화 '피와 뼈'의 첫 장면은 1923년 배를 탄 제주인이 공장 굴뚝으로 가득 찬 일본 오사카를 보고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오사카는 '동양의 맨체스터'로 불렸다. 산업화로 공장 지대가 확장되면서 일손은 턱없이 부족했다. 재일제주인은 일본인이 취업을 꺼리는 고무·유리·금속·화학·방직공장 등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일했다.

제판 항로 개설 이후 연락선 이용객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취항 첫해(1923년) 8340명에 불과했던 연락선 이용 인원은 1924년 1만9385명, 1925년 2만5552명, 1926년 2만9362명, 1927년 3만6087명, 1928년 3만1465명, 1929년 3만8078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후 1945년 광복 당시 재일제주인은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때 제주도 인구 20만여명 절반 수준이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재일제주인 공덕비. 사진 제주도


재일제주인 2000년까지 452억 기증


2022년 제주대가 공개한 '재일제주인 1세대 생활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재일제주인은 1989년 11만768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7만4279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제주대 측은 재일제주인 3~4세대를 거치며 일본으로 귀화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재일제주인 1세대는 개천가 버려진 땅에 판잣집을 짓고 살면서도 고향을 잊지 않았다. 제주에 남은 가족을 위해 월급(약 20엔) 절반 이상을 보냈다. 이와 함께 고향 발전을 위해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9533건, 452억6700만원을 기증했다. 이 돈은 학교와 병원·마을회관·도로 건설 등에 쓰였다.

제주도는 재일제주인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마을과 연계한 재일제주인 고향 방문 초청 ▶재일제주인 공헌자의 밤 개최 ▶재일제주인 공덕비 공헌자 조사 ▶재일제주인 1세대 생활 실태 조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현재 한일 제주 투자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가 발전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준희·최충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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