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개정' 관련 언론보도, 주로 여야 정쟁보도"

김철관 2024. 1. 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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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의 노동보도 실태와 노동 담론의 정치' 주제 토론회

[김철관 기자]

 
▲ 토론회 한국 언론의 노동보도 실태와 노동담론의 정치 토론회.
ⓒ 김철관
 
"개인 차원에서 노동은 자아실현과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고, 사회적 차원에서 노동은 경제체제를 구성하는 가본바탕이다. 나아가 노동은 국가 간 협력과 교류, 긴장과 갈등을 촉발하는 핵심요인으로서 세계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동을 올바로 다루지 않는 언론의 문제가 중대하다면, 이를 충분히 분석 비판하지 않은 언론학계의 문제도 중대하다."

29일 열린 '한국 언론의 노동보도 실태와 노동 담론' 의제 토론회에서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노란봉투법 제정 노동보도' 관련 모니터를 한 곽영신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연구원이 밝힌 말이다.

29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서울 클럽에서 전국언론노조·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이론과 현장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한국 언론의 노동보도 실태와 노동담론정치토론회'에서는 교수, 연구원, 노조, 기자, 미디어 활동가 등이 토론자로 나서 노동 보도 실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먼저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안수찬 교수와 곽영신 연구원은 '노동조합법 제정(노란봉투법 제정) 관련 보도를 중심으로 모니터 분석 결과(종합일간지, 경제일간지, 지상파방송, 뉴스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을 중심으로 2023년 1월부터 12월 31일까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노동보도 모니터를 통해 ▲ 냄비보도와 무보도 ▲ 무맥락 보도와 표피보도 ▲ 임명 비난보도 ▲ 노동자 없는 노동보도 ▲ 일방 관점만 담은 보도 ▲ 정쟁으로 대체된 노동보도 등을 분석해 발표했다.

특히 노동조합법 개정과 관련해 지난해 국내 언론기사 분석한 결과를 통해 "발생 사안마다 단순 전달해 사안의 표피만 알려주는 기사가 많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그조차도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특성을 보였고, 주로 다룬 쟁점은 여야 간 정쟁 관련 보도였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런 보도가 반복되면 사안의 중요성과 복잡성을 시민들이 이해할 수 없게 된다"며 "단순 정보조차도 독자,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다면, 단순 보도, 표피 보도, 무맥락 보도는 뉴스 이용자는 물론 뉴스 생산자의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한 일에 가깝다"라고 밝혔다.

특히 "'노동자 없는 노동 보도'는 보도의 편향성과 관련돼 있다"며 "사용자 측의 관점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사에서 노동자의 입장이나 관점을 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문제를 다루는 기자들에게 ▲노동 갈등 이슈를 다룰 때, 최소한 기계적 균형 유지 ▲ 어떤 입장이나 관점에서 무조건 정당성을 부여하는 전제 불가 ▲당사자를 반드시 기사에 담을 것 ▲ 노동문제를 정쟁 프레임 사안으로 다루지 말 것 ▲방송 단순 리포트, 충분한 노동이슈 안됨 ▲ 경제신문기자는 이해관계자에 대해 자본주의 차원에서라도 노동문제를 경제의 중요한 토대로 다룰 것 ▲ 진보성향 기자도 균형 잡힌 공정한 태도 유지 필요 ▲이해당사자 의존 말고 노동문제 관련 자료, 사례, 보고서 등 미리 취재 반영 ▲충분히 취재했더라도 단정적 보도 금물 등을 제안했다.

이어 김동원 한국종합예술학교 강사와 이준형(박사) 전국언론노동조합 간부는 노란봉투법 보도를 중심으로 '한국 언론의 노동보도와 노동담론 정치' 관련 모니터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들은 "다양한 층위의 담론이 정치적 담론으로 수렴되는 효과는 노란봉투법의 배경과 그 목적을 상실하게 했다"며 "본회의 의결 시점은 4월 총선을 앞둔 시기였기에 노란봉투법은 여당, 정부, 재계 및 대통령실이 주장하는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가까운 미래권력을 두고 벌이는 정쟁 수준에 갇히고 말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심층성과 현장성이 부족한 보도라는 노동보도의 한계는 노란봉투법 담론 구성에서 미묘한 특징을 보인다"며 "노란봉투법 담론에서 심층성과 현장성은 노조·노동자 vs 사용자·재계라는 경제적 층위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법률적·정치적 층위에서도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되어온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거의 모든 법안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층위의 담론으로 수렴된 이후 재입법 논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법안의 핵심은 빵집 주인이라도 노동자 사망 책임이 있으면 감옥에 가는 것이 맞는 것이고, 그게 법안이 필요한 이유"라며 "프레임에 휩쓸리기보다는 차분하게 그럼에도 법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얼마나 자주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전혜원 <시사IN> 정치팀 기자는 "노란봉투법 보도경향에서 다시 묻게 되는 것은 '보수언론·경제지는 사용자에 아픈 질문을 할 수 있는가', 반대로 '진보언론은 노조에 아픈 질문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가 싶다"며 "갈등이 아닌 토론을 매개한 언론이 되려면, 무엇보다 언론 스스로가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부실장은 "노조법2, 3조 개정을 둘러싼 언론보도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이 법이 제안된 배경이나 의미를 노동 현실의 변화 속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부분"이라며 "노조법 2, 3조 개정 운동의 결과, 더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현재 노조법의 문제점을 알게 됐고, 노조법 2, 3조 개정에 다수가 찬성하는데 이르기도 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동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정파성이 강한 신문매체보다 24시간 뉴스채널인 방송매체는 대립하는 양측의 의견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다뤄야 한다는 대외적 요구가 있고, YTN 윤리강령 속에 반영돼 있다"며 "이런 구조의 한계 때문에 노동이슈에 다수 시민의 공감을 받지 못한 정부나 사용자 입장이 상대적으로 더 과다하게 반영될 여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사회로 2시간 30분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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