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에 인공칩 결국 심었다…머스크 "생각으로 컴퓨터 제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임상을 시작했다.
업체 측은 이번 시험을 바탕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근육을 쓸 수 있게 하고, 시각 장애인에게 시력을 되찾아주겠다는 계획이다.
29일(현지시간) 머스크 CEO는 X(옛 트위터)에 "어제(28일) 뉴럴링크의 첫 환자가 뇌에 인공 칩을 이식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환자는 회복 중이며 초기 결과는 양호한 편"이라고 전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5월 소형 칩을 환자의 좌·우뇌에 직접 이식하는 임상 시험과 관련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같은 해 9월에는 참가자를 모집해 이번에 실제로 칩을 이식했다. 참가대상은 경추 척수 부상이나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 등으로 인한 사지 마비 환자였다.
업체 측은 우선 뇌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을 넣은 환자가 특정 생각·동작을 할 때 나오는 뇌파를 칩이 분석해 기계에 전달할 수 있는지 관찰할 계획이다. BCI를 통해 컴퓨터 커서나 키보드를 제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머스크 CEO는 "칩을 넣은 환자는 생각만으로 휴대전화·컴퓨터는 물론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머스크 "시각장애인도 볼 수 있게 될 것"
머스크의 목표는 사지 마비 환자나 시각장애인을 돕는 것이다. 특히 초기 사용자는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환자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머스크 CEO는 29일 X에 "(루게릭병을 앓았던) 스티븐 호킹이 타자를 빨리 치는 타이피스트나 경매인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의 목표는 그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였던 스티븐 호킹은 21살 때부터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을 앓아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했다. 이어 머스크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눈을 한 번도 쓰지 못한 사람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럴링크는 2016년 머스크가 약 1억 달러(약 1329억원)를 투자해 설립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전문 스타트업이다. 회사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해 인간 두뇌와 컴퓨터·기계를 연결하는 특수한 칩과 섬유 전극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간질·우울증 등 뇌 질환 치료에도 사용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뉴럴링크는 뇌 임플란트를 이미 시도한 블랙록 뉴로테크, 싱크론 등 경쟁사보다 후발주자로 분류된다"면서 뉴럴링크가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CNBC는 "어느 회사가 먼저 상용화에 성공해 시장에 진출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뇌 신경과학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뉴럴링크는 최근 대규모 투자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뉴럴링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4300만 달러(약 572억원)를 추가 유치했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했다. 기업 가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 로이터통신은 비공개 주식 거래를 기반으로 계산한 가치가 50억 달러(약 6조 65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안전성 논란…"실험동물 너무 많이 숨져"
뉴럴링크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칩 이식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뉴럴링크는 2016년부터 동물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시험을 해왔으며, 2021년 원숭이 뇌에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간단한 컴퓨터 게임을 즐기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그런데 원숭이 23마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 과정 중 15마리가 죽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무리하게 실험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 지난해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4명은 SEC에 서한을 보내 "뉴럴링크가 칩 이식 안전성과 관련, 투자자들을 오도해 증권사기를 저질렀다"면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뉴럴링크는 돼지와 원숭이 등 동물 대상 실험에서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동물을 숨지게 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로이터는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2018년 이후 뉴럴링크 실험으로 죽은 양과 돼지, 원숭이 등 동물이 1500마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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