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적인 것은 특별조사위원회가 아니라 대통령의 거부권이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2024. 1. 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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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관한 고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6년 4월 21일 민변 변호사들의 공익인권변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월간변론 편집팀의 '시선'은 민변 회원들에게 매월 발송되고 있는 '월간변론'에 편집위원들이 기고하는 글입니다. '시선'은 최근 판례와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단상을 담고 있습니다. <기자말>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수백 명의 직, 간접적 피해자가 발생한 10. 29 이태원 참사는 본질적으로 국가의 책임으로 발생한 사회적 참사이다. 참사를 예방하거나 대비하지 않았던 점, 참사의 징후에 대해 제대로된 조처가 없었던 점, 참사 이후 수습 및 복구에 적절한 조처가 없었던 점에서 국가책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이나 국제인권규범적으로는 10. 29 이태원참사는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생명권 침해 사건이라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자유권규약 등 국제인권규범은 유가족을 포함한 피해자들의 권리보장의 관점에서, 국가가 생명권 침해와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마땅히 가지는 법적의무를 구체화하고 있다. 국가의 다양한 법적의무 중에서도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보장하는 것은 핵심적 의무이다. 관련하여 유엔 자유권규약 일반논평 제36호는 생명권 침해 사안에서 명시적으로 상급자의 책임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독립적인 조사가 국가의 법적의무임을 강조하고 있다. 억울한 죽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왜, 어떻게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발생했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엔자유권위원회는 위와 같은 관점에서 지난 2023년 11월 '대한민국 제5차 정기보고서에 관한 최종견해'에서 "10. 29 이태원참사에 대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국가에게 "진실을 규명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했다. 즉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제인권규범에 따른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서,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에 지극히 부합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언론을 통해 특별조사위원회가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기구라며 '반헌법적'이라 비난하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필요한 권한행사인 것처럼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반헌법적'이라는 대통령실의 주장은 과거에 제정된 다른 특별법과 비교해봤을 때도 명확하다. 과거사 문제, 포항지진, 세월호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중대한 인권침해에 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한 특별법은 이미 수차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 "반헌법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에 무지하거나, 반헌법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 악의적 주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반헌법적이라는 주장은 지금까지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했던 다른 특별법 모두를 반헌법적이라고 하는 주장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는 권력을 이용해 칠일파 청산을 위해 특별법으로 설치한 반민특위를 무력화시킨 이승만 정부와 닮아있다. 이승만 정부는 반헌법적이라는 여론전을 펼치면서 정작 국회를 장악하고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는 등 반헌법적인 수단을 통해 반민특위를 좌초시켰으며, 결국 우리사회의 시대적 과제였던 친일파 청산을 좌절시켰다.

반헌법적인 것은 특별조사위원회가 아니다. 반헌법적인 것은 너무나도 헌법에 부합하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 진실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펼치며 행사한 대통령의 무소불위 거부권이다.
 
 ▲ 서채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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