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총사령 동상의 수난…7년째 곰팡이 핀 창고에 갇혔다 [영상]
대한광복회 초대 총사령을 지낸 고헌 박상진(1884~1921) 의사 동상과 추모비가 울산의 한 변두리 재활용품 창고에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동상과 추모비 관리를 맡은 울산 중구는 "임시 보관한 것일 뿐 방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 의사는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파란색·회색 비닐로 덮어둬
2017년부터 창고 신세 중
이에 대해 울산 중구 관계자는 "2017년 당시 역사문화공원을 금방 새로 지을 계획이어서, 재활용센터에 임시로 보관했다"면서 "그런데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2029년은 돼야 공원이 조성될 것 같다"고 말했다. 즉, 2029년 공원이 새로 지어질 때까지 5년 이상 더 창고 신세를 져야 한다는 뜻이다.
"작은 공원에 우선 전시해야"
직장인 안동주(40·울산 동구)씨는 "지역 출신인 박 의사 알리기 캠페인이 열리고, 그의 업적을 기억할만한 추모비 같은 전시물은 현충시설로 지정한다"며 "독립운동가 동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기 때문에 창고에 10년 이상 계속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울산 출신인 박 의사는 1902년 상경해 국내외 정세를 배운 뒤 의병 신돌석, 김좌진 장군과 의형제를 맺었고, 항일 비밀결사인 신민회에서도 활동했다. 1910년 판사시험에 합격해 평양법원에 발령받았지만 “독립운동가를 내 손으로 단죄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박 의사는 이어 1910년대 전국 규모 항일 비밀결사인 광복회 총사령을 지냈다. 광복회는 1915년 8월 대구에서 창설돼 친일부호 처단, 일제 세금 탈취, 조선총독 암살 시도 등 항일활동을 했다. 1918년 체포된 박 의사는 1921년 38세 나이로 대구감옥에서 순국했다.
박 의사의 사형이 집행됐다는 소식을 들은 일본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여류시인 다카무레 이쓰에(1894~1964)는 추모시 ‘오수시의 제국의 도읍(午睡時の帝都)’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에는 항일투사가 살인·강도·방화 등 엉뚱한 죄명을 뒤집어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데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일제의 잔혹함이 잘 드러나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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