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대신 침묵' 김종국-장정석, 영장심사 출석…오후께 구속 여부 결정 [현장]
(엑스포츠뉴스 서초동, 김지수 기자)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굳게 입을 다문 매 별다른 사과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이일규 부장검사)가 지난 24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장정석 전 단장이었다. 장정석 전 단장은 지난해 3월 KIA 소속 선수에게 2022 시즌 중 다년계약 논의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경질됐다. 1년 가까이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던 가운데 비리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렸다.
장정석 전 단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종국 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장정석 전 단장처럼 법원 호송차량에서 내린 뒤 아무 말도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선수들과 팬을 향한 사과의 말은 들을 수 없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서 전 단장의 혐의는 배임수재다.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김종국 전 감독은 KIA 구단 후원사 중 하나인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선수와 다년 계약 논의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의혹으로 경질됐던 장정석 전 KIA 단장 역시 이 커피 업체로부터 수천만원 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종국 전 감독과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장장석 전 단장이 2022년 당시 KIA 소속이던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에게 다년 계약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신고를 받은 뒤 지난해 4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수사는 2023 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이후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1월 30일 장정석 전 단장의 주거지 등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장정석 전 단장이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추가로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국 전 감독의 금품수수도 이때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KIA 구단은 지난 29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국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김종국 감독이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상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경질을 결정했다.
KIA 구단은 앞서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27일 김종국 감독과 구단 프런트 고위층의 면담 자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최종 확인이 이뤄졌다.
KIA는 김종국 감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오는 31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를 이끌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혐의가 명확하게 입증된 단계가 아닌 만큼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렸다. 김종국 감독이 혐의를 벗는다면 다시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이 30일 영장실질 심사를 받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단이 더는 인내심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볼 수 없게 됐다. 계약 해지를 결정하고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김종국 전 감독은 1996년 프로 데뷔 때부터 2009년 현역 은퇴 때까지 줄곧 타이거즈 유니폼만 입었던 원클럽맨이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KIA를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고 1군 작전/주루코치, 수석코치를 거쳐 2022 시즌 제10대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김종국 전 감독은 당초 올해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 비리 혐의 연루로 불명예 하차했다. KIA는 오는 31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스프링캠프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당분간 사령탑 공백을 겪게 됐다.
장정석 전 단장은 2021년 11월 KIA 단장으로 부임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키움 히어로즈 감독을 부임한 뒤 2년간 야구해설위원을 거쳐 현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장정석 전 단장의 KIA 프런트 수장 생활은 구단 최악의 흑역사로 남았다. 2022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영입한 포수 박동원과 다년 계약 협상 과정에서 계약금의 일부를 요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박동원은 2022 시즌을 마친 뒤 LG 트윈스로 FA 이적했고 이후 프로야구선수협회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장정석 전 단장은 농담이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KIA 구단은 장정석 전 단장을 품위손상을 이유로 경질했다.
공교롭게도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KIA가 2021 시즌 9위에 그친 뒤 팀의 재건을 위해 선임된 인물들이다. 그러나 외려 팀에 큰 해악을 끼치면서 물러나게 됐다. 경질 사유는 똑같은 품위손상으로 KIA 구단에서는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를 떠나 금품이 오간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5시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오전 중 영장실질심사가 완료되면 구치소로 이동해 판사의 판단을 기다린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영장 기각 시에는 귀가할 수 있지만 혐의를 완전히 벗는 건 아니다. 추후 재판 과정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KIA는 김종국 감독이 비리 혐의로 물러나면서 스프링캠프 기간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상황을 맞이했다.
지난해 6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발된 이후 내부 FA 선수들의 잔류와 외국인 선수 교체 등 올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했지만 사령탑의 잘못으로 팀 분위기가 쑥대밭이 됐다.
프로야구에서 감독이 갑작스럽게 교체되거나 물러나는 일은 낯설지 않지만 이번 KIA의 경우처럼 비리 혐의로 스프링캠프 출발을 코앞에 두고 경질되는 경우는 처음이다.
KIA는 지난해 11월 마무리 캠프부터 지난 22일 코칭스태프, 프런트 세미나에 이르기까지 2024 시즌 운영 계획을 김종국 전 감독과 협의했지만 모두 무의미한 일이 됐다.
KIA는 일단 진갑용 1군 수석코치가 이번 호주 스프링캠프를 지휘할 예정이다. 진갑용 수석코치는 2020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군 선수들과 함께했던 데다 스프링캠프 훈련 일정을 김종국 전 감독과 함께 의논하고 결정한 만큼 선수들의 훈련 진행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재학 KIA 단장은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 동행하는 대신 국내에 머무르며 감독 선임과 팀 분위기 수습에 주력할 계획이다.
심재학 KIA 단장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새 감독 선임 문제는 서둘러야 하겠지만 신중해야 될 것 같다"며 "정규시즌 개막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하는 건 분명하지만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29일 코칭스태프가 호주로 먼저 출국하기 전 직접 면담을 했다. 진갑용 수석코치에게도 선수들을 잘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며 "코치들에게는 마음 아픈 상황이지만 동요하지 말고 우리의 원래 계획에 맞춰 훈련을 진행해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진갑용 수석코치는 29일 호주 출국에 앞서 "일단 코치들과 함께 팀 분위기를 잘 추슬러서 스프링캠프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다른 코치들과 소통하면서 우리의 루틴 대로 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IA는 오는 31일부터 2월 20일까지 호주 캔버라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이후 일시 귀국한 뒤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연습경기 등 실전 위주로 2차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감독 인선이 완료돼야 시즌 준비에 차질을 피할 수 있다.
KIA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종료 후 귀국, 시범경기를 거쳐 3월 23일 홈 구장 광주기아침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2023 시즌 페넌트레이스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다.
사진=서초동, 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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