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윤석열 찬양한 언론인... 국힘 품에 안기다
[임병도 기자]
▲ 2021년 신동욱 TV조선 앵커의 '앵커의 시선, 범이 내려온다' |
ⓒ TV조선 유튜브 갈무리 |
"구름과 바람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풍운조화'를 불러옵니다.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풍운아 윤석열이 비바람 몰아치는 광야로 나섰습니다.
(...) 이 시처럼 그는 고난의 겨울나무였습니다. (...) 다만 그가 다음 발을 어디로 내디디든, 검사로서 보여줬던 기개와 용기가 빛을 발할 곳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이 정권 들어 더 커진, 정의와 공정에 대한 국민의 목마름을 풀어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겨울나무가 끝끝내 꽃 피는 봄 나무로 서듯 말입니다. 3월 5일 앵커의 시선은 '범이 내려온다' 였습니다." - TV조선 앵커의 시선 중 2021.3.5.
지난 29일 국민의힘 인재영입식에 등장해 빨간색 점퍼를 입은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가 2021년 '앵커의 시선'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신 전 앵커는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전 총장을 '범'에 비유했다. 그는 '풍운아 윤석열'이 '광야로 나섰다', '그는 고난의 겨울나무'라면서 고통받는 사육신에도 빗댔다. 뿐만 아니다. 그는 "겨울나무가 끝끝내 봄 피는 봄 나무로 서듯 말입니다"라면서 응원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말로 마무리했다.
신동욱 앵커의 '범이 내려온다'는 당시 윤석열 전 총장 이미지 메이킹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 윤석열 후보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국민의 윤석열. 범 내려온다? 윤 내려온다?'라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주목할만한 어록은 더 있다. 그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 공식 취임식 당일에는 "(윤 대통령은) 현란한 수사, 언어의 유희보다는 직설적이고 건조한 어휘로, 군더더기 없이 국정 철학과 비전을 말했습니다. 타고난 성품과 지나온 내력이 그렇겠지만, 앞에 놓인 역경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습니다"라고 윤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 지난해 12월 29일 신동욱 TV조선 앵커는 마지막 앵커의 시선에서 자신이 했던 '윤석열이 왜 두려운가' 영상을 소개했다. |
ⓒ TV조선 유튜브 갈무리 |
신동욱 전 앵커는 지난해 12월 29일 방송된 '마지막 앵커의 시선'에서도 "유튜브 조회수만 따져 가장 많은 분이 눈을 맞춰주신 시선이 '윤석열이 왜 두려운가'였습니다"라며 자신이 방송했던 윤 대통령 관련 영상을 소개했다. 그는 "정권과 집권당의 그 필사적 탄압 덕분에 검사 윤석열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면서 "세계 정치사에 드문 일대 반전 드라마를 써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선 "제목에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른 이는 조국 전 장관"이라면서 "이른바 법학자라는 그가 저주에 가까운 악담과 선동을 그치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비교하면 극과 극의 묘사와 표현이었다.
1월 29일 국민의힘 인재영입식에서 한동훈 위원장은 신동욱 전 앵커를 소개하며 "늘 정확하고 정교하고 그렇다고 해서 치우치지 않는 방송을 해 오신 분"이라며 "국민의힘에서도 그동안 해오신 것 같은 냉철한 판단과 방향 제시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동욱 전 앵커가 TV조선에서 했던 '앵커의 시선'만 봐도 한쪽으로 치우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편파방송'이 국민의힘 인재영입에 큰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 한국기자협회 TV조선지회는 신동욱 전 앵커가 자사의 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
ⓒ 임병도 |
'TV조선지회'는 "TV조선 보도·시사프로그램 앵커가 정치권 진출의 발판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던 우리의 기사 한 줄 한 줄, 이를 위한 우리의 땀과 노력이 그의 정치적인 선택으로 희석될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강조했던 언론인의 사명과 책무, 스스로 약속한 윤리강령조차 지키지 못 하면서 유권자와 국민들에게 어떤 약속을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TV조선은 자사 윤리강령에서 시사보도프로그램 진행자의 출마를 직무 종료 후 3년간 금지하고 있다.
'TV조선지회'는 "두 사람의 행보로 언론계 안팎 뿐 아니라 시청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비판은 우리 기자들이 감당할 몫이 됐다"면서 "사측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동욱 전 앵커는 29일 영입 환영식에서 이와 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언론인의 정치권행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제 내적인 문제로 묻어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무언가 봉사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제 몸을 던지기로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신동욱 전 기자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
ⓒ 유성호 |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국가'... 한국은 어쩌다 호구가 됐나
- 사직구장서 본 거 아니다? 한동훈의 황당한 정정보도 신청
- 2020년 코로나 신부, 드디어 결혼식 합니다
- 공수처장도 윤 대통령 '장악', 시간문제
- 이선균 13년 지기 영화제작자의 눈물 "고인이 남긴 숙제, 풀겠다"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어느 농단범의 분노
- 서울은 과연 '온리 원' 도시가 될 수 있을까?
- 임종석, 이언주로 이견 분출... 친문-친명 갈등 번지나
- 지령엔 '노조장악', 실상은 가입거부... '청주간첩단', 법원 판단은?
- [오마이포토2024] 정부청사 앞 "특별법 공포" 피켓 든 이태원 참사 유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