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전기차 시장…佛르노, '100억유로' 암페어 IPO 철회

IPO 시장 침체·전기차 수요 둔화

탄탄대로를 질주하던 전기차 산업에 연이어 제동이 걸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 열기가 식어가는 가운데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가 29일(현지시간) 전기차 사업 부문 암페어(Ampere)의 기업공개(IPO)를 취소하기로 했다.

르노는 "르노 그룹과 주주, 암페어의 최대 이익을 위해 IPO를 추진하기에는 현재 주식시장 상황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르노 암페어의 전기차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회사 측은 최근 유럽 전역에서 전기차 성장세가 꺾인 것이 IPO를 철회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다만 탈 탄소 규제로 인해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유럽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루카 드 메오 르노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는 이미 역을 떠난 열차"라며 "암페어는 르노가 탈탄소화의 챔피언이 되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는 전기차 부문 사업부 암페어를 별도 법인으로 신설하고 올해 초 상장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말 드 메오 CEO는 주요 외신과 인터뷰에서 암페어를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의 라이벌로 자신하며 상장 후 기업가치를 최대 100억유로(약 14조4220억원)까지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르노 시총과 맞먹는 수준으로, 당시에도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편 암페어가 IPO를 철회하면서 동맹사인 닛산과 미쓰비시가 전기차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티에리 피에톤 르노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닛산과 미쓰비시는 여전히 투자 옵션을 갖고 있지만, 투자를 지속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르노는 탄탄한 자체 현금 창출력을 갖고 있어서 자본 조달을 위해 IPO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IPO 시장은 금리 급등으로 인해 10여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는 신모델 출시를 미루고, 렌털 회사는 차량 구매를 줄이며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냉각됐다"고 밝혔다.

최근 전기차 보급률이 늘어난데다 저가 경쟁, 경기 침체 우려, 유럽 보조금 삭감 등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주춤했다. 대표 주자인 테슬라도 지난 24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이 작년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뒤 주가가 8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포드자동차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량을 줄이고,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는 시장 여건을 고려해 전 세계 인력의 15%를 감축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유럽 IPO 시장은 지난 2년간 침체 상태였다. 지난해 유럽 IPO 수익금은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올해 최대어 암페어가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IPO 계획을 철회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