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살아오던 독일집, 유대인에게 공짜로 줘야"…이것의 원죄 때문

구나리 2024. 1. 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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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일인 가족이 80년 넘게 대대로 살아온 집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 집이 나치가 유대인으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집이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지 슈피겔은 가브리엘레 리스케(83)의 가족이 베를린 교외 반달리츠에 있는 집을 유대인 단체에 무상으로 넘겨야 하는 사연을 보도했다.

하지만 유대인이었던 이들은 나치에 이 집을 넘겨야 했고,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목숨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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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억7000만원 상당 거주지 무상으로 넘겨야
"나치 통치가 없었더라도 계약할 수 있었겠나"

한 독일인 가족이 80년 넘게 대대로 살아온 집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 집이 나치가 유대인으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집이기 때문이다.

나치 독일 정권에 저항한 비폭력단체 백장미단의 활약을 다룬 영화 ‘쇼피 숄의 마지막 날들’의 한 장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28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지 슈피겔은 가브리엘레 리스케(83)의 가족이 베를린 교외 반달리츠에 있는 집을 유대인 단체에 무상으로 넘겨야 하는 사연을 보도했다. 리스케의 집을 둘러싼 소송은 1992년 제기돼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20년 넘게 걸렸다. 통일 직후 이 집의 가격은 20만유로(2억9000만원)였지만, 현재는 150만유로(21억7000만원) 정도다.

이 집은 리스케의 외가 어른인 펠릭스 뫼겔린이 1939년 사들였다. 이전 주인인 앨리스 도나트와 헬레네 린덴바움은 이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하지만 유대인이었던 이들은 나치에 이 집을 넘겨야 했고,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목숨을 잃게 됐다. 당시 작성한 계약서 사본에는 거래 당사자들의 '인종'이 기록돼 있었으며,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과 함께 '히틀러 만세'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고 전해진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연합국들은 유대인 희생자가 나치 독일에 강제로 빼앗긴 재산을 돌려주는 법을 도입했다. 돌려받을 후손이 없는 재산은 1951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유대인청구권회의(JCC)가 회수해 홀로코스트 생존자 지원에 활용했다. 그러나 연합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던 동독 지역에서는 이 같은 재산환수 절차가 1990년 통일 이후에야 시행됐다. 그런데도 JCC는 동독에서만 1만6800건의 재산반환을 청구해 24억유로(약 3조4700억원)를 모았다. 슈피겔은 유대인 배상 청구를 연구한 논문을 인용해 "서독의 배상은 빨랐지만 불충분했고, 동독은 늦었지만 철저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스케의 집은 소송이 걸린 수천 건의 옛 유대인 재산 가운데 하나였다. 이 집으로 이사할 때 세 살이었던 리스케는 2015년 재무부로부터 집을 넘기라는 내용의 문서를 받고 나서야 집에 얽힌 역사를 알게 됐다. 그는 집을 지키려고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국가사회주의의 통치가 없었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라"라고 판시했다.

리스케 가족이 생존해 있는 동안 임시로 집에 머물도록 하는 조정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리스케는 자신의 가계에도 나치에 희생당한 유대인이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역시 패소했다. 리스케는 또다시 연방행정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닥친 일은 일종의 '원죄'이고 이제 참회할 때라며 집에 더 머무를 수 있다면 장미화단을 계속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가 약탈했던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의 명화 7점이 원주인의 상속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반환 작품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소장한 '매춘부'(1912), '신발 신는 소녀'(1910) 등이 포함됐다. 반환된 작품들의 가치는 78만∼275만달러(약 10억∼3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인 중 한 명인 티모시 리프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자손들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거의 80년간 약탈당한 재산을 돌려받고자 노력해왔다"라고 말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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