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봄동 겉절이, 밥이 꿀떡꿀떡 넘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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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혜 기자]
▲ 완성된 봄동 겉절이 완성된 봄동 겉절이 |
ⓒ 황성혜 |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의 제철 음식을 맛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국에 살았을 때는 계절마다 다양한 야채, 어패류, 과일 등을 먹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그런 한국의 제철 음식을 손쉽게 찾을 수 없어서 아쉽게 느껴진다.
싱가포르의 몇몇 한인 슈퍼마켓에서는 한국의 제철 야채를 수입해 판매하는데 입고되는 즉시 품절 되는 경우가 많다. 김장철에는 한국 배추나 무를 예약 주문을 받아 판매하고, 봄에는 냉이와 달래를 수입해 팔기도 한다.
필요한 식재료를 주문하려고 온라인 슈퍼마켓에 로그인하면 제철 야채가 입고되었다는 알림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인기 있는 제철 야채는 일찍 품절돼서 구매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조금만 일찍 알림을 확인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요즘 나는 예전만큼 온라인 한인 슈퍼마켓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물건값이 상당히 올랐기 때문이다. 몇 개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결제 금액이 작년보다 많이 나와서 대부분의 식재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 슈퍼마켓에서 구입하고 있다. 꼭 필요한 한식 식재료는 집 근처 한인 슈퍼마켓에 직접 가서 구매한다. 주로 공산품 위주로 판매하지만 콩나물이나 깻잎과 같은 간단한 야채 몇 종류도 구비해 놓는 편이다.
며칠 전 냉동 임연수를 사러 집 근처 한인 슈퍼마켓에 갔다. 냉동고에서 임연수 3팩을 꺼냈다. 임연수는 인기가 있어서 재고가 있을 때 몇 팩씩 사놓는다. 비빔국수를 만들 때 필요한 소면 한 봉지도 담았다. 냉장 코너로 가서 혹시 살 만한 야채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반갑게도 냉이, 달래, 취나물, 아욱, 얼갈이와 같은 야채류가 조금씩 있었다. 하지만 야채가 별로 싱싱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한국산 배추는 상태가 괜찮아 보였지만 가격이 꽤 비쌌다. 배추 한 포기에 17달러(약 17,000원)로, 혼자 먹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비닐봉지에 포장된 봄동 비닐봉지에 포장된 봄동. 6.30달러(약 6300원)이다. |
ⓒ 황성혜 |
계산하기 전에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는 봄동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더니 하나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누렇게 말라 있는 잎이 좀 많았다. 한 봉지만 사도 혼자 서너 번 먹을 만큼 양은 충분해 보였다. 6.30달러(약 6,300원)를 주고 봄동 한 봉지만 사 왔다.
봄동 겉절이를 해 먹을 생각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간혹 한국에 계신 어머님이 출장 간 남편 편에 봄동 겉절이를 보내 주셔서 맛을 볼 수 있었지만, 내 손으로 봄동을 구매해서 요리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해외에 사느라 봄동을 살 기회가 없었다.
▲ 봄동 봄동 |
ⓒ 황성혜 |
둥근 쟁반처럼 생긴 배추가 신기했다. 잎을 하나씩 뗐다. 초록색 겉잎에는 드문드문 누렇게 마른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만 더 떼냈다. 아무리 잘 포장해 놓아도 수입되어 판매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잎이 조금씩 마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싱싱한 잎은 흐르는 물에 한 잎씩 깨끗이 씻어서 채반에 펼쳐 두었다. 잎을 다 씻어 놓으니 생각보다 양이 많아 보였다. 혼자 먹으려면 며칠을 두고 먹을 텐데 물기를 좀 제거해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씻어 놓은 봄동을 야채 탈수기에 넣고 대충 물기를 제거했다. 물기를 제거한 봄동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대파도 썰어 놓았다.
▲ 양념에 버무린 봄동 봄동에 양념을 넣고 골고루 버무려 주었다. |
ⓒ 황성혜 |
▲ 봄동 겉절이 밥상 봄동 겉절이, 무말랭이, 열무김치, 파김치로 차린 밥상 |
ⓒ 황성혜 |
싱가포르에서도 신선한 봄동을 먹을 수 있어서 참으로 고마웠다. 남아 있는 봄동 겉절이는 내일 비빔밥으로 만들어 먹을 생각이다. 봄동 비빔밥은 어떤 맛일지 벌써부터 설렌다. 여름 나라에서 맛본 봄동 겉절이의 맛은 단연코 최고 중에 최고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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