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은 저출생을 해결할 수 없다

하민영 2024. 1. 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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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영 기자]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 대선공약이었던 '초등전일제'가 이름만 바꾼 것이다. 국민의힘은 20대 대선공약집에서 "방과 후 학교를 확대해 초등전일제 교육을 실시하고 초등돌봄을 저녁 8시까지 확대"할 것을 공약했다.

'초등전일제 교육'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20대 국정과제 중 '84.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국정 과제에 포함되어 추진되어 왔다. '초등전일제'라는 명칭이 초등학생들을 하루 종일 학교에 붙잡아 두는 듯한 부정적인 어감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2022년 12월 '늘봄학교'로 개명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에는 1~2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돌봄교실의 운영을 전담하는 교육공무직인 '돌봄전담사'가 있다. 처음 초등학교에 돌봄교실이 생겼을 때 돌봄교실의 전반적인 업무를 교사가 담당했다. 학교에 돌봄전담사가 있어도 돌봄전담사는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을 돌보는 일만 하는 경우가 많았고 돌봄교실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간식 등을 구입하기 위해 품의를 올리고 주문하는 행정 업무를 교사가 했다.

학생들이 돌봄교실에서 시간만 때우다 가면 안 된다며 돌봄교실 내부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했고 내부 프로그램 강사 모집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실시하고 채용한 후 수당 지급과 관련한 행정 업무를 도맡아 했다. 돌봄전담사가 공무직이 되고 근무시간이 늘어난 후에도 꽤 오랜 기간 교사가 그 일을 했다.

돌봄교실 업무가 온전히 돌봄전담사에게 넘어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제 겨우 돌봄의 일을 돌봄전담사에게 넘겼는데 늘봄이라니. '늘 돌봐준다'고 해서 늘봄이니 당연히 돌봄전담사의 일이겠지? 그런데 이게 웬일. 늘봄은 돌봄과 다르단다. 늘봄은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란다. 학교니까 교사가 담당해야 한단다.

1월 24일 교육부는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돌봄으로 출생률 반등의 계기를 만들겠다며 2024년 2학기에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사들의 반발을 예상해서 교원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교원과 분리된 운영체제'를 마련한다고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출생아 수가 8년 연속으로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컬럼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산율과 인구 감소가 유럽의 흑사병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저출생은 우리나라가 꼭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다.

그런데 학교의 돌봄 기능이 강화되면 출생률이 올라갈까? 늘봄학교는 저출생을 해결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심화할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데 이런 본성이 꺾일 정도라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자녀를 낳았지만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기고 저녁 늦게 찾으러 가는 부모의 심정이 어떤지 아는가?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을 찾아 동동거리고 직장에 폐를 끼쳐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부모들이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고 하니 나라에서 책임지고 대신 키워준다는 것이 과연 해답일까?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이고 희망이다. 부모의 경력을 단절시키고 사회 진출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아니다. 나라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에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는 것이 아닐까.

부모와 자녀를 갈라놓는 정책은 대한민국을 소멸의 길로 이끌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책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본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각 가정을 온전히 세워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루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주장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멩이가 크든 작든 파동이 일어나 호수 가장자리까지 이어진다. 

 파문이 일기를 바라며 오늘도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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