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머니하다 퇴장, 팀은 역전패 탈락…'국제망신' 당한 이라크의 영웅 [아시안컵]

김명석 2024. 1. 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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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4165="">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이 29일 요르단과의 2023 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뒤 상대를 도발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yonhap>

이라크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진출을 이끈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28·알쿠와 알자위야)이 이번엔 탈락의 원흉이 됐다. 16강에서도 귀중한 역전골을 터뜨리며 또 한 번 영웅이 되는 듯했지만, 골 세리머니를 하다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해 역전패와 탈락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전 세계 외신들도 잇따라 보도하면서 국제망신으로까지 이어졌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29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요르단의 대회 16강전. 이라크는 전반 추가시간 선제 실점을 허용한 뒤 후반 23분 사드 나티크의 동점골에 후반 31분 후세인의 역전골까지 터지며 짜릿한 8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특히 역전골을 넣은 후세인은 앞선 조별리그 D조 경기에서 인도네시아전 1골, 일본전 멀티골, 베트남전 멀티골 등을 터뜨리는 등 이미 이라크의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던 터였다. 일본, 베트남전 결승골 역시도 모두 후세인이 터뜨렸는데, 요르단과 16강전에서도 역전골을 터뜨려 또다시 ‘영웅’이 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골 세리머니가 화를 불렀다. 그라운드 주변을 돌며 산책 세리머니를 하다 시간을 끌던 그는 그라운드에 앉아 잔디를 입에 넣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선제골을 넣은 뒤 상대 요르단 선수들의 밥 먹기 세리머니를 조롱하는 듯 보였다.

이에 주심은 후세인에게 가차 없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전반 추가시간에도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후세인은 결국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후세인은 예상치 못한 레드카드에 화들짝 놀라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이 29일 요르단과의 2023 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뒤 상대를 도발하는 세리머니를 하다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당하는 순간. 로이터=연합뉴스

수적 열세에 몰린 이라크는 남은 시간 10명으로 맞섰지만, 요르단의 파상공세를 끝내 버티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연속골을 실점한 끝에 경기는 이라크의 2-3 쓰라린 역전패로 이어졌다. 이라크는 대회 2회 연속 16강에서 좌절했고, 요르단은 2011년 대회 이후 13년 만에 다시 8강 무대를 밟아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후 화제는 요르단이 쓴 대역전 드라마보다 이라크 탈락의 빌미가 된 ‘득점 선두’ 후세인의 퇴장에 쏠렸다. 전 세계 주요 외신들 역시 후세인이 황당한 세리머니를 펼치다 퇴장당한 사연을 잇따라 전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요르단 선수들은 이날 전반 추가시간 선제골 이후 요르단의 국가 요리 만사프를 먹는 시늉을 하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결국 그는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경기 규칙에는 골 세리머니 상황에서 카드를 줄 수 있는 상황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후세인의 행동은 도발·조롱적이거나 선동적인 방식의 몸짓이나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기준에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르단 선수들이 29일 2023 AFC 아시안컵 16강 이라크전 승리로 8강 진출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영국 데일리 메일도 “후세인은 요르단의 선수들을 조롱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다 퇴장을 당했다”며 “후세인은 풀을 뜯어먹는 듯한 기이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의 퇴장은 이라크가 연속골을 실점하기 전에 나왔다”고 소개했다. 후세인의 퇴장이 사실상 이라크의 역전패의 빌미로 이어졌단 것이다.

일본 스포니치아넥스는 “잔디를 먹는 듯한 세리머니 직후 후세인이 퇴장을 당했다. 주심은 고의적인 시간 지연 행위로 판단했는지 그에게 두 번째 옐로카드를 줬고, 후세인은 결국 뜻밖의 퇴장을 당했다”며 “소셜 미디어(SNS) 상에선 그가 ‘비극의 히어로가 됐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이라크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아시안컵 같은 대회에서 골 세리머니를 했다는 이유로 선수를 퇴장시킬 수는 없다. 이미 요르단 선수들도 전반에 같은 세리머니를 했는데도 아무런 징계도 주지 않았다. 특히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한 뒤 벌어진 일이라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후세인의 퇴장 이후 아무런 변화도 줄 수 없었다”고 격분했다.

카사스 감독은 16강 탈락 직후 현지 이라크 기자들의 야유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우리의 목표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출전 자격을 얻는 것”이라며 자진 사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앞서 조별리그 E조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해 2-2로 비겼던 요르단은 이라크에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상대는 첫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8강까지 오른 타지키스탄이다. 만약 요르단이 타지키스탄마저 꺾으면 사상 처음으로 4강 무대를 밟게 된다. 후세인이 세리머니를 펼치기 전까진 이라크가 거머쥘 가능성이 컸던 기회이기도 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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