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株' 정부 정책에 화창…'고PER株'는 어쩌나

박형수 2024. 1. 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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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도입 기대로 이마트·롯데쇼핑 급등
증시 주도했던 AI 관련주 일제히 급락
시장 주도주 예상하기 힘든 구간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벌써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하고 오랜 기간 주가가 부진했던 자산주 주가가 반등했다. 다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장사에 대한 재평가 흐름이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저(低) PBR 주식으로 꼽히는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각각 15%, 9% 상승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오랜 기간 국내 증시에서 소외당했으나 정부의 규제 완화 소식과 함께 반등했다. 정부는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 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2012년 3월 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관한 규제 원칙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정책 지원을 통해 국내 주식시장을 부양하려 한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장사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저평가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주식시장을 규제 대상으로 보지 않고 가계자산 형성 및 기업 자금조달이라는 기능에 주목했다는 점이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노력과 함께 기업이익 개선이 PBR 1배로 회귀 가능성을 확대한다"며 "유가증권 상장사 PBR 1배는 코스피 2650"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총계가 14조원에 육박하는 이마트 시가총액은 지난 26일까지 2조원을 밑돌았다. 전날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은 2조2600억원으로 불어났으나 PBR은 0.2배에 불과하다. 롯데쇼핑은 PBR 0.2배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과거 10년간 평균 PBR 0.93배를 한참 밑돈다. PBR 1배 미만이라는 뜻은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에도 못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정책 방향에 민감한 국내 기관투자가는 이날 이마트와 롯데쇼핑 주식을 각각 20만7000주, 8만7000주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도 각각 10만7000주, 6만6000주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저평가 주식에 대한 재평가는 환영받을 만한 소식이지만 연초부터 성장주에 집중했던 개인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 포바이포·플리토·한글과컴퓨터·폴라리스오피스·이스트소프트 등 AI 관련주가 급락했다. 올해 들어 급등했던 만큼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한다는 소식에 관련주가 많이 올랐다가 재료 노출이라는 인식과 함께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면서도 "시장 분위기가 저PBR 상장사로 이목이 쏠린 것도 AI 관련주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던 상장사는 이스트소프트다. 지난해 말 1만4780원에서 4만7200원으로 219% 올랐다. 포바이포와 제주반도체는 각각 132.9%, 127.4% 올랐다. 한달 만에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시장 관심사가 저PBR주로 이동하면서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성장주가 여전히 주도주 지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 방향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주도주는 소프트웨어 업종이 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덜 오른 소프트웨어 대형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낙폭과대 종목 가운데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은 종목이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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