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버밍엄과 2026년까지 계약+등번호 13번…"영국 진출 오랜 꿈" [오피셜]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 중 한 명 백승호가 버밍어 시티로 이적하면서 잉글랜드 진출 꿈을 이뤘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버밍엄 시티는 30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버밍엄은 백승호 영입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1997년생 미드필더 백승호는 2010년 스페인의 명문 구단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바르셀로나는 백승호와 5년 계약을 맺으며 백승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살 터울인 이승우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백승호는 2014-15시즌 바르셀로나 B팀으로 월반하는 등 뚜렷한 재능을 보였다.
한국에서 성장할 때는 득점력이 뛰어난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패스 축구를 중시하는 바르셀로나에서 미드필더로서 갖춰야 할 기술들을 배우며 빠르게 성장했다.
위기도 있었다. 2014년 바르셀로나가 FIFA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 백승호의 앞날이 막히는 듯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전 세계 유망주들을 영입할 때 FIFA의 18세 미만 선수 영입 규정을 위반했고, FIFA는 여기에 포함된 이승우, 백승호 등에게 FIFA 주관 경기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백승호는 2015년 바르셀로나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등 천천히 경험을 쌓았다. 당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핵심 선수들이 A매치로 인해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사이 백승호를 1군 훈련에 불러 함께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식 경기를 뛸 수 없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바르셀로나B로 월반하고 스페인 영주권을 획득한 후에는 공식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백승호는 2017년 지로나 FC로 이적하며 새 도전에 나섰다. 한 시즌 동안 지로나 2군인 CF 페랄라다에서 30경기 이상을 소화한 백승호는 능력을 인정받아 이듬해 1군으로 콜업됐다. 그렇게 백승호는 지로나에 정착하는 듯했으나, 분데스리가의 다름슈타트 이적으로 다시 한번 도전을 선택했다.
다름슈타트에서의 첫 시즌은 좋았다. 백승호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30경기 가까이 소화하는 등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백승호의 선택은 국내 복귀였다. 백승호는 K리그 정상급 구단인 전북 현대로 이적하며 K리그 무대를 밟았다. 비록 다름슈타트에서는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백승호는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자리잡으며 맹활약을 펼쳤다. 탈압박 능력과 킥을 바탕으로 전방으로 뿌리는 패스는 백승호를 리그 수준급 미드필더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백승호는 2021시즌 전북의 K리그1 우승을 도왔고, 2022시즌 FA컵 우승과 리그 준우승에도 기여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승선하기도 했다.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황인범, 정우영 등에게 밀려 벤치를 지켰으나, 브라질과의 16강전에 교체로 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0-4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백승호는 후반 31분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브라질의 골망을 흔들었다. 팀은 패배했지만 백승호의 원더골은 FIFA가 선정한 월드컵 베스트 골에 올랐다.
지난 해에는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다. 당초 백승호는 2023시즌이 끝난 뒤 12월 김천상무에 입대할 예정이었다. 입대를 반 년 앞두고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것.
병역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를 잡은 백승호는 주장 완장을 차고 모든 경기에 출전해 한국의 아시안게임 3연패에 일조했으며,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던 병역 문제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백승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유럽 재진출의 문을 스스로 열었다. 한때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이적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백승호의 선택은 유럽이었다. 2023시즌을 끝으로 전북과 계약이 만료된 백승호는 새 팀을 물색하다 버밍엄과 손을 잡았다.
그간 백승호는 유럽 진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뒤 백승호는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며 유럽 재도전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분데스리가, 리그1 팀들의 러브콜이 잇따랐으나 백승호는 버밍엄을 택했다.
버밍엄은 "버밍엄은 백승호 영입을 발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잉글랜드와 대륙의 여러 클럽의 관심을 받았던 백승호는 버밍엄과 2026년 6월까지 계약에 동의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백승호는 1월 겨울 이적시장 종료를 앞두고 버밍엄 유니폼을 입으면서 다시 한번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버밍엄과 계약을 체결한 백승호는 구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이 클럽과, 이 팀의 일원이 돼 정말 행복하다"라며 "정말 기대된다. 빨리 시작하고 싶다"라며 입단 소감을 드러냈다.
이어 "어린 시절 축구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 꿈 중 하나는 영국에 와서 축구를 하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버밍엄이 내게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난 어렸을 때부터 버밍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감독과 보드진을 만난 후 버밍엄으로 이적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백승호의 입단 소감을 전한 버밍엄은 "백승호는 13번 유니폼을 입을 것이다. 버밍엄에 온 걸 환영한다"라며 새로운 영입생을 반겼다.
버밍엄이 백승호를 영입하게 된 계기는 토니 모브레이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브레이 감독은 과거 셀틱에서 기성용(FC서울)을 지도한 것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WBA) 시절에는 김두현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셀틱과 WBA 외에도 모브레이 감독은 미들즈브러, 블랙번 로버스 등에서 사령탑을 지낸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감독이기도 하다.
버밍엄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게 목표다. 잉글랜드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버밍엄은 프리미어리그(PL)와 2부리그를 오가는 팀이었지만, 2011-12시즌 강등된 이후로 줄곧 하부리그에 머물러 있다. 한때 EFL컵(리그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보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버밍엄 합류를 앞두고 있는 백승호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명가 재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버밍엄은 현재 잉글랜드 2부리그 24팀 중 20위를 기록 중이다. 강등권인 22위와의 승점 차는 8점으로 아직 여유가 있으나, 여전히 승점이 필요한 상태다. 당초 버밍엄은 시즌 초반 6위까지 오르는 등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으나 웨인 루니 감독이 부임한 이후 20위까지 추락했다. 버밍엄은 루니 감독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루니 감독을 경질한 뒤 모브레이 감독을 선임했다.
버밍엄에 앞서 선덜랜드를 지휘하던 모브레이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선덜랜드에서 경질됐지만, 약 한 달 만에 새 직장을 찾았다. 선덜랜드는 모브레이 감독 아래에서 중위권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모브레이 감독은 선덜랜드에서 그랬듯 버밍엄을 승격 플레이오프권인 6위로 끌어올리는 임무를 맡았다.
모브레이 감독은 리그 후반기에 강등권 싸움을 하지 않으려면 중앙 미드필더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중앙 미드필더는 물론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백승호를 적합한 영입 타깃으로 낙점했다.
백승호가 버밍엄에서도 장점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승호의 가장 큰 장점은 킥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꽂아 넣은 중거리 골도 좋은 킥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으며, 전북에서 뛸 때에도 강력한 킥 능력을 바탕으로 동료에게 공을 뿌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백승호가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면 전북에서 그랬듯 버밍엄에서도 데드볼 상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풋볼리그월드는 "백승호는 홀딩 미드필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10번(플레이 메이커) 또는 에너지 넘치는 측면 공격수로서 뛰는 등 토니 모브레이 감독에게 다재다능함을 제공할 수 있는 선수다. 이런 능력과 경험이 있는 선수를 FA(자유계약)로 영입하는 건 버밍엄에 좋은 일이다"라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능력이 있는 백승호가 버밍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매체는 "백승호는 분명이 무언가 능력을 갖고 있으며, 버밍엄이 백승호 영입에 돈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현명한 거래가 될 수 있다"라며 백승호 영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백승호는 현지 매체가 언급한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후방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부터 2선 공격형 미드필더, 필요할 때에는 측면 자원으로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중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감독이 원할 때마다 다른 포지션에서도 뛸 수 있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는 훌륭한 자원으로 여겨질 만하다.
한편, 백승호가 버밍엄 이적에 성공하면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의 주역 중에서 두 번째 유럽파가 탄생했다. 백승호에 앞서 포항 스틸러스의 고영준이 세르비아 명문 파르티잔에 합류했다. 단신이지만 빠른 스피드와 다부진 체격, 드리블 능력과 오프 더 볼 능력이 출중한 고영준은 백승호와 마찬가지로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은 뒤 꿈에 그리던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버밍엄 홈페이지, 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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