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천] 9번 단 '한화맨' 김강민 "0번은 SSG팬분들께서 기억해주실테니까...지금도 SSG, 정말 좋아합니다"
차승윤 2024. 1. 30. 07:53
"0번은 인천의 SK 와이번스, SSG 랜더스 팬분들께서 저를 기억해주실 번호니까요.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어요. 지금도 SK, SSG라는 팀을 정말 좋아합니다."
김강민(42·한화 이글스)이 23년 동안 입었던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이적의 충격은 털어냈다. 23년 동안 쌓았던 애정만 남겨놨을 뿐이다.
김강민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화의 1차 전지훈련지인 호주 멜버른으로 떠났다. 김강민에게는 뜻깊은 출국이다. 2001년 SK 와이번스에서 데뷔한 김강민은 지난해까지 오롯이 SSG 원 클럽맨으로 뛰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생애 첫 이적을 경험했다. 다른 유니폼을 입는 것도,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것도 처음이다. 프로 24년 차인 그인데도 모든 게 새롭고, 낯설다.
원 클럽 맨이었던 만큼 이적이 충격이었다. 이적이 결정된 후 김강민이 겨울 동안 인터뷰를 피해 온 이유기도 했다. 생각 정리를 마친 덕분일까. 30일 출국 전 취재진 앞에 '한화맨'으로 나타난 김강민의 표정은 생각보다 더 밝았다.
김강민은 "기대도 있고, 설렘도 있다.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것도, 팀을 옮깃 것도 처음이라 어떤 야구를 하게 될지 기대감이 크다"고 웃었다.
김강민의 이적 키워드는 '현역 연장'이었다. 은퇴 대신 선수로 2024년을 맞이하고 싶었던 그는 원 클럽 맨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대신 선수로 두 번째 유니폼을 입는 걸 선택했다. 선수 생활 연장을 고른 만큼 기량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김강민은 이적을 결정한 후 개인 훈련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올 겨울 무조건 개인 훈련에만 집중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 몸을 가꾸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더 많은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원래 뛰었던 팀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왔으니 나름대로 생각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주목할 부분 중 하나가 등번호다. 김강민은 SSG 시절 줄곧 0번을 달았다. 지난 2022년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가 된 후 영구결번 여부가 화제에 오를 정도로 0번은 김강민 그 자체였다. 그러나 한화에서는 9번을 단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김강민은 "0번은 SK, SSG에서 달았던 번호다. 새 팀에 갔으니 새 번호를 달고 싶었다"고 했다. 정을 뗀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0번은 어찌 보면 인천의 SK, SSG 팬분들께서 날 기억해주시는 번호지 않나. 한화에서는 다른 번호로 기억되고 싶었다"며 "SSG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다. 팬분들의 사랑을 항상 기억한다. 잊을 수 없다. SSG에서의 긴 시간을 잊을 수는 없다. 지금도 SK, SSG라는 팀을 정말 좋아한다. 오랫동안 함께 한 후배들도 있다. 감정이 안 좋을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SSG 팬분들을 야구장에서 뵙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에서 김강민을 지명한 후 개인 기량이 건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개인 성적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김강민은 오롯이 팀 성적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주전 선수로 목표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게 아닐 거다. 지금은 팀 차원의 목표가 첫 번째"라며 "팀이 제 궤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내가 가진 힘을 전부 쓰겠다. 다른 베테랑 선수들, 코칭스태프들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개인의 활약 이상으로 멘토링도 중요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출국 전 김강민에 대해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선수 아니겠나. 선수들이 코치에게 배우는 것도 있지만, 같은 선수에게 배우는 것도 있다. 김강민이 선수들에게 스며들면서 분명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꼭 수비뿐 아니라 경기를 보는 눈,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은 코치들이 일일이 이야기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김강민 영입이) 젊은 선수들이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강민은 "베테랑이기 전 야구 선수니 내 기량을 발휘하는게 물론 1번"이라며 "그 다음으로는 경험이 많은 만큼 경험 없는 선수들이 궁금한 부분,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겠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타입은 아니다. 선수들이 필요한 부분만 케어해주고자 한다.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선수들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장점은 살리고 조금 부족한 부분, 궁금점만 조금 도와주고자 한다.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침 한화는 그의 수비 경험 전수가 절실하다. 한화는 지난해 문현빈에 이어 올해 정은원이 전업 내야수 대신 외야 겸업을 시도한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는 김강민의 멘토링이 꼭 필요하다. SSG 역시 최지훈이 김강민과 함께 뛰며 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김강민은 "일단 그들을 내 눈으로 보고 싶다. 멀리서 (다른 팀 입장에서) 봤지만, 가까이에서도 보고 싶다. 함께 플레이해보고 싶다"며 "그들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하면서) 그들이 가졌던 재능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왔으면 한다. 난 언제든 열려 있다. 후배들이 물으러 오는 건 굉장히 바라는 상황이다. 누군가가 날 필요로 한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아낌없이 주겠다"고 웃었다.
인천공항=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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