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법 제정 속도...업계 '경쟁력 약화' 우려 고조
부처간 큰 이견 없이 세부내용 합의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 규제” 반대 목소리
정부가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대상의 규제를 강화하는 플랫폼법 제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조만간 부처간 협의를 마무리해 정부안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계와 산업계는 현행법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규제를 심화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의 정부안이 내달 중 공개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플랫폼법 정부안에 담길 세부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막바지 협의 과정에 있다.
플랫폼법은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4대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사전규제 방식이다. 현행 플랫폼의 독점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집행체계로는 적시 심의·조사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4대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부처 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반칙행위에는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등이 포함된다.
매출과 시장 점유율, 이용객 수 등 정량적 기준을 정하고, 이를 충족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성적 평가를 진행해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고려해 지배적 사업자는 4~5개 정도로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토종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 글로벌 플랫폼인 구글과 애플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배달의민족이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쿠팡 등 기업들은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피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은 쟁점은 부처간 권한 조정이다. 지배적 기업을 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어떤 부처가 주도하고, 다른 부처 의견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할지를 두고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플랫폼법에 대한 업계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정위는 부처간 협의가 마무리 되는대로 정부안의 상세 내용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정부안이 확정되면 국회 통과, 하위법령 제정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법 시행까지는 1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제재가 실질적으로 어려워 국내 플랫폼에 규제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공정위는 글로벌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전례가 이미 다수 있어 향후 플랫폼법을 통한 실질적인 규제 역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021년 경쟁 운영체제(OS)의 시장 진입을 막은 구글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해 2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구글은 이에 불복해 과징금 취소 소송을 냈지만, 최근 법원은 공정위의 제재가 적법했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구글 등 외국 기업의 지배적 사업자 지정이 통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공정위는 비자 후생을 제한하는 경쟁제한 행위에 대한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내·외국 기업에 차별 없이 적용되는 법인만큼 통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플랫폼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규제인 만큼 국가 경제에 후폭풍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이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MA)을 벤치마킹했다고 하지만 DMA는 자국 플랫폼 보호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를 견제하겠다는 취지로, 토종 플랫폼과 미국 빅테크를 동일선상에 두고 모두 규제하는 한국의 플랫폼법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는 플랫폼법이 국내 기업뿐 아니라 중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도 불리한 법이라며 지난 24일부터 ‘플랫폼법 반대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법은 플랫폼 사업자들과 동반성장하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의 판로를 잃게 만들고, 소비자 후생을 떨어트릴 것이란 지적이다. 소비자정책 감시단체 ‘사단법인 컨슈머워치’가 플랫폼법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진행한 서명운동에는 소비자 5000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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