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갈등 심화, 극단적 범죄…SNS ‘필터버블’의 비극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기성 언론을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양극화된 정치 유튜브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춰 편향된 정보만을 띄워주는 '필터 버블'에 빠진 지 모른 채 비판 없이 콘텐츠를 수용한다.
30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필터 버블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과 반대되는 정치적 견해와 정보에 대한 거부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향된 정보만 접하는 사람들
극단적 범죄로까지 이어져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기성 언론을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양극화된 정치 유튜브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춰 편향된 정보만을 띄워주는 ‘필터 버블’에 빠진 지 모른 채 비판 없이 콘텐츠를 수용한다. SNS가 왜곡된 인식을 주입하고 키우는 도구가 되면서 범죄까지 이어지는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다.
30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필터 버블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과 반대되는 정치적 견해와 정보에 대한 거부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균형 차원에서 반대되는 정보나 뉴스를 찾아본다는 응답은 2021년 25.8%에서 2023년 17.8%로 감소했다. 일부로 다른 정치 성향의 유튜브 방송을 찾아본다는 응답은 13.1%에 그쳤다. 이에 반해 진보·보수 각 지지자는 자신의 정치지식 수준이 높다(진보 43.8%, 보수 40%)고 생각했다. 이는 무당층(15.1%)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다.
온·오프라인에서 반대되는 정치적 성향의 사람을 만나면 최대한 논쟁을 피하는 경향은 더 심화했다. 자신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얘기한다는 사람은 2021년 온라인 25.8%에서 2023년 20.2%로, 오프라인은 27.2%에서 21.7%로 낮아졌다. 대화를 아예 피한다는 응답은 온라인 11.4%에서 14.7%로, 오프라인 9.7%에서 13.8%로 높아졌다. 사회 전반적으로 필터 버블에 빠질 경우 벗어나기가 어려운 구조가 된 셈이다.
필터 버블은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의 엘리 프레이저 이사장이 처음 제시한 용어다. 구글, 페이스북 등 SNS 플랫폼들은 이용자의 검색기록, 사용패턴 등 데이터 수집·분석해 관심사를 맞춤형으로 노출시킨다.
예를 들어 진보성향의 사람에게는 진보성향 내용의 콘텐츠를, 보수성향의 사람에게는 보수성향 내용의 콘텐츠가 주로 띄워진다. 이 때문에 자기가 보고 싶은 뉴스와 정보만 보게 되고, 정치·사회적인 문제에서 고정관념과 편견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자연스럽게 자신과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소통은 배제되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양성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똑같은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소비되는 콘텐츠는 천차만별이다. 회사원 김모씨(33)는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갖고 있고, 추천 영상에서 단 한 번도 보수 관련 영상을 본 적이 없다. 김씨는 “제 주변에는 정부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모씨(33)는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은 보기도 싫다"며 “친구들 모두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필터 버블의 심화가 정치인 테러 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산 가덕도 현장 방문 일정 도중 60대 남성 김모씨로부터 목 부위를 흉기로 공격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 영상을 자주 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튜브 정치 채널들이 원흉이다. 청소년이나 노인들이 판단을 충분히 흐릴 수 있고, 심한 경우 누군가를 제거해야 한다는 잘못된 사명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며 “결국 돈을 벌기 위해 극단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인데 사회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연수, 전남편 송종국은 괴물?…"자식 전지훈련도 못 가게하고" - 아시아경제
- "이거 뭐죠?"…이소라, 유튜브 웹예능 무통보 하차당했나 - 아시아경제
- "일본 카페서 핸드폰 충전하면 잡혀갑니다" - 아시아경제
- "여성 연락처만 100여개…세금만 70억 내는 남편, 성매매 중독자"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주연은 200억도 받는데" 3000원 안되는 시급 10% 삭감에 발끈한 中 단역배우들 - 아시아경제
- 암 치료에 쓰라고 2억 모아줬더니 새 집 산 20대…분노한 中 누리꾼 - 아시아경제
- "흠뻑 젖은 티셔츠 무려 12장"…공항서 딱 걸린 여대생 무슨 일? - 아시아경제
- 조종사들도 기다렸다가 '찰칵'…송혜교 닮았다는 中 여성 파일럿 - 아시아경제
- 과일 아직도 비싼데…올 겨울 이 과일 먹어야 하는 이유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