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임금체불, 지방은 더 힘들다
태영건설 임금 미지급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역 하도급 업체 근로자들이 생계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태영이 발행한 어음을 현금화할 길이 막혀서다. 이달 16일 공사가 중단된 대구 현장도 마찬가지다.
30일 본지와 통화한 근로자 A씨는 “15일에 노임이 나와야 하는데 태영이 ‘90일 어음’으로 지급했다”며 “어음을 할인하려고 해도 워크아웃으로 태영 자산이 묶여있다 보니 은행에서 할인을 안 해준다”고 한탄했다.
어음할인은 보유한 어음을 금융기관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이때 금융기관은 액면가가 아닌 일정 부분을 차감하고 지급한다. 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날 걸 대비해서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9월부터 일부 현장 하도급 대금을 현금 대신 어음 성격의 60일 만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로 지급했다. 워크아웃 신청 직전엔 외담대 만기를 60일에서 90일로 연장했다.
외담대는 원청업체가 현금 대신 외상매출채권을 끊어주면, 협력업체가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원청업체가 만기일까지 채권을 상환하지 않으면, 연체피해는 협력업체가 입는다.
자금력이 부족한 태영건설이 외담대 정리를 못해 은행도 어음 할인을 거절하는 상황이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할 경우 그 어음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금융기관에서 할인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어음을 교부한 날부터 어음 만기일까지의 기간에 대한 할인료를 어음을 교부하는 날에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어음만기일이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정해진 대금 지급기한을 초과하면 공정위 고시에 따른 어음할인율인 7.5%에 따른 할인료를 지급해야 한다. 어음할인료 미지급은 법 위반이다.
A씨가 일하는 현장에선 12월 임금 11억원이 미지급됐다.
A씨는 “정부가 워크아웃을 하도록 결정했으면 우선 노임과 자재비를 풀어줘야 연쇄부도가 안 난다”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근로자가 천지인데, 힘없는 하도급 노동자를 볼모로 지급돼야 할 임금을 마음대로 넣었다, 뺐다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일을 보름째 못 들어가니까 근로자들이 일할 공간도 공간이지만, 임금을 못 받아 이중고”라며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체불 예방·청산 집중지도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 기간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전국 105개 공사현장을 전수 조사해 기성금 집행 여부 등을 점검하고 협력업체 근로자 등의 임금체불에 대응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사금액 30억 원 이상 민간 공사현장 500곳에 근로감독관을 보내 기성금 적기 집행을 지도하고 불법 하도급에 따른 임금체불 여부도 점검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105개 현장을 전수조사하고 있고, 임금체불 현장엔 직접 나가서 청산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하도급 대금지불이 원활하도록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업을 강화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92개 현장에서 임금체불 직·간접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용답⋅상봉⋅묵동 등 청년주택 건설노동자들이 임금체불과 어음남발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바 있다.
태영건설은 설 명절 전까지 협력업체 임금을 최대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은 지난 25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건설현장에 53억원을 지급했고, 내일(31일) 277억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가용 범위 내에서 노무비 지급이 시급한 현장 위주로 지급할 것”이라며 “상봉동 현장 공사금액이 크고 다른 현장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금 지급이 시급한 또 다른 현장은 어디냐’는 물음엔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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